겨울이긴 한 모양이다. 드라마의 제목에서 눈...이 빠지지 않는 걸 보면. 두 작품 모두 오래 준비했고, 케스팅에서부터 끊임없이 화제를 뿌리던 작품이다. <눈꽃>은 김수현 원작의 리메이크작이라서, <눈의 여왕>은 <미,사>의 이형민 PD의 작품에 윤석호 제작이라 관심의 대상이었다. 게다가 스타 캐스팅임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두 작품 모두 <주몽>이라는 너무 막강한 상대를 만나 맥을 못추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시청률에 관한 것이니까 큰 고려의 대상은 아니다. 게다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국민 드라마라 불리는 작품은 피해가는 속성을 띠고 있어서 <주몽> 따위 신경 쓰지도 않는다. 오히려 폐단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피해 가는 형편이니 말이다.
사실 <눈꽃>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김희애와 김수현의 두 번째 만남이라는 점 때문에. 그런데 막상 시작되고 나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부러 빼놓지 않고 보고 있음에도 쉽게 적응이 안된다. 몰입이 될 정도의 캐릭터도 없고, 김수현 특유의 대사빨도 없다. 더구나 전체적으로 흐물거리는 사건 전개는 사람을 맥 빠지게 하는 데 큰 공헌을 한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집은 왜 그렇게 크기만 한지. 인물도 많지 않은데 공간이 허허벌판이니 작품 자체가 헐겁다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고아라의 이미지도 한몫했다. 아무래도 고아라는 아직은 어린 거 같다. 누굴 좋아하고 그게 뜻대로 안 되서 울어대고 하기엔 너무 솜털이 보송하다. 아무리 잘 보아줘도 17정도인 아이를 스물로 보기엔 힘들다. 게다가 이미 같이 작업한 적이 있는 김기범과 함께 나오는 게 감점요인이 아닌가 싶다. 둘은 제법 잘 어울리고, 외모가 좋아 함께 놓고 보는 재미도 있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예전 작품의 연장만 같다. 둘의 러브 라인이 제대로 안 살아서 그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쨌건 안타깝다. 전체적으로 겉도는 배우들과 이야기. 그 모두.
그에 비하면 [눈의 여왕]은 꽤 안정적이다. 현빈의 튀지 않는 연기에 성유리의 나쁘지 않은 감정처리. 게다가 신인인 임주환의 호연과 나머지 배우들의 훌륭한 캐스팅은 작품을 쉽게 궤도권에 올린다. 가끔 과하다 싶은 윤석호 삘(!)이 있기는 해도 나쁘지는 않다. 적어도 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가 생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쉽게 다루지 않는 수학 천재의 이야기라니 흥미가 생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계속해서 첫사랑만 갖고 늘어지니 그게 맥 빠진다. 사실 인생에서 중요한 게 얼마나 많은데 또 다시 첫사랑인가. 게다가 그에 얽힌 대단한 사연들까지 첩첩산중이다. 비단 이야기의 문제만이 아니다. 연기자들의 부족한 2%가 계속해서 눈에 걸린다. 가장 큰 문제는 현빈의 밋밋한 느낌이다. 외모가 그런 것처럼 그의 대사와 표정은 너무 밋밋하다. 분명 못하는 연기라고 할 수는 없는데 뭔가 좀 아쉽다. 지르고 튀고 하는 걸 전혀 못하는 것 같다. 원래 성격이 그런 모양이긴 한데 좀 더 나아가 주면 안되는 걸까. 그리고 성유리의 느낌 역시 이십대 초반으로 보기엔 좀 무리가 있다. 이런 역할보다는 좀 성숙한 역할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 일본에 수출도 해야 되니까 유명한 사람을 쓰고 싶긴 했을 테지만 다른 사람은 정말 없었을까.
드라마 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 없는 사람도 많다. 시청율이 말하는 백분율이 대한민국 국민의 총합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어느 수준 이상의 작품을 보고 싶은 열망은 있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상당한 숫자의 사람일 것이다. 대리만족이 됐건, 새로운 정보가 됐건, 단순한 휴식이 됐건 텔레비전의 효용이 여전히 있는 동안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