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작을 고르라면 이걸로 하고 싶다고 슌지가 고른 영화.
이와이 슌지가 보내온 6월의 러브레터의 하나, ... 라고는 하는데, 동의가 있긴 있었지만 일본에선 저런 식으로 개봉하지도 않았고.... -_- 난 저게 어딜 봐서 사랑에 대한 영화인지 의심스럽다. 그냥 장삿속이 아닐까.
난해하고, 난해하고,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냥 왠지 가슴이 아린 영화였다. 일본 사춘기 소년들의 자기방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본 애들은 무섭다. 일본이 억압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받는 스트레스를 그들 나름대로 풀어나가려고 하기 때문에 일본 사회는 썩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미치겠지,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단순히 공격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방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왕따, 짓밟힌 자존심, 약한 죽음을 겪고, 죽음을 본 호시노. 그렇기에 살인에 둔감하고 자신을 합리화하기 편하다. 그는 자기방어로 살인을 택한다. 하스미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님의 이혼, 친구가 가하는 이지메, 좋아하던 아이를 팔아넘기고, 자존심이 밟힌다. 그가 택하는 자기방어는 도피. 도피에 있어서는 호시노와 하스미 둘 다 동일하다. 그 둘은 에테르의 세계로 도피를 감행한다. 그건 릴리·슈슈의 세계이며, 에테르의 세계,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이다. <호흡>의 의미에 주목하라. <호흡>으로 호흡할 수 있는 아이들은 현실에서는 숨쉴 수 없는 아이들이다.
릴리·슈슈의 모든 것이 극명히 드러나는 부분은 릴리 홀릭의 세계와 그들이 모이는 콘서트장이다. 에테르로 치유받는 이들은 상처받은 소년들이며, 그들은 릴리 홀릭으로 도피한다. 콘서트장에서 보이는 그 팬들은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다. 이와이 슌지는 그 장면을 찍을 때, 수천명의 엑스트라에게 각 엑스트라의 신상명세와 상황설정을 담은 디렉팅 가이드를 배포했다고 한다. 수천의 엑스트라 각각이 제각기 연기를 펼쳤던 것이다. 그곳에 모인 팬들 모두에게는 각자의 사정과 각각의 상처가 있다. 그중에서도 호시노와 하스미는 릴리 홀릭의 주체였으며, 또한 살인 사건의 주체였으니만큼 가장 역동적인 사정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하스미는 콘서트장에서 자신의 유일한 도피처가 사라진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다른 방식의 방어를 택한다. 그렇게 영화는 마무리된다. 방어, 방어, 방어. 호시노의 방어, 하스미의 방어. 쿠노의 방어는 삭발로, 츠다의 방어는 비행에의 도피로 나타난다. 네이버에서 '네티즌이 추천한 명대사'에는 츠다의 대사가 꼽혀있다. "カイトに乘りたい、空飛びたい。" 연에 타고 싶어, 하늘을 날고 싶어. 내게도 가장 아렸던 대사였다. 사람은 하늘을 날면 죽는다. 순간의 자유는 세상에서의 자유로 이어진다. 강한 구속, 벗어나고 싶은 마음. "살찌면 일 안해도 될까?" 츠다는 억지 웃음의 세계에서 차라리 자유를 택한다. 중력에서의 자유, 바람을 느낀다. 하스미도, 호시노도 들판에서 바람소리를 듣곤 한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벗어나고픈 행동이다. 하스미는 가해자이기 이전에 피해자였고, 그건 호시노도 마찬가지였다. 호시노는 가해자였으면서도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나고픈 관성적 상황의 피해자였다. 사회에서 벗어나고싶은 열망은 릴리·슈슈에의 도피로 이어지고, 도피를 저지당한 이들은 다른 방식의 자기 방어를 택한다.
난 참 행복한 놈이다.
덧. 츠다가 물에 들어가 텀벙거리던 모습은 영화본지 일년반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난다. 더러워진 몸을 깨끗이 하고 싶다는, 부질없는 목욕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