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2006. 12. 24]중천-조금은 오래 어설플 수 있다

이영란 |2006.12.28 11:37
조회 82 |추천 1


이 영화는 웬만하면 앞줄 쪽에서 보지 말 것을 권한다. 5번줄까지도 앉지 말자. 기왕 볼 거 뒤쪽에서 느긋하게 감상하자. 그나마 자막이 없어서 다행이지. 자막까지 있었으면 당최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할 뻔 했다.

그 정도로 CG가 대단했다. 한눈에 들어와야 할 장면들을 눈에 들어온 만큼만 갖고 이 영화를 논한다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 한 CG업체가 감당할 수 없어서 3개의 업체가 참여했을 만큼 CG가 아니었으면 촬영 자체가 불가능했을 정도다.

대체로 40자평 또는 영화후기를 보면 빈약한 스토리라고 하는데 내 생각엔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보다 더 허술한 스토리도 얼마나 많은데. 그렇다고 이 영화만큼 비난을 받은 것도 아니다. 아마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는 소문들로 이미지를 깎아 먹는 김태희, 서울대 들어갈 수재로서 감성보다 이성이 더 먼저 작용하는 연기자 김태희가 주연이기 때문에 더한 악평을 받는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모 재벌과의 결혼이 뭐 그리 대수겠는가. 누구는 섹스 비디오를 찍는가 하면 자신의 매니저와 카섹스를 하다가 들켰다느니, 최음제를 들이키고 유부남 남친과 섹스를 했다는 등의 불법을 자행하고도 다시 복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물론 거짓말이냐 아니냐를 따지면 오십보 백보지만, 나름 행복해보겠다고-그것이 명예든 돈이든 진짜 사랑이든-애쓰는 그들도 사람인 것을 그저 그들이 연기자로서 발전하려고 용쓰는 모습을 봐줘야 하는 게 아닐까.

영화 '똥개' 이후로 멋진 외모를 포기하는 나름의 연기력을 가진 정우성도 그의 스타성만큼 영화 속에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그렇다고 모멸섞인 비난은 하지 말자. 그렇게 따지면 지금은 대종상이니 청룡영화상이 하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을 받아낸 몇몇 배우도 한때 무진 욕을 먹었드랬다. 그나마 그때는 이렇게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친절한 영애씨의 경우도 드라마에서 첫 모습을 보였을 때, 광고 속 산소 같은 미인에서 국어책을 읽어대던 정말 연기 못하는 여배우였다. 그리고 얼마전 상영했던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의 이나영도 모 방송국의 정말 맘에 안 드는 한 드라마에서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어린 아내 역으로 국어책을 읽다못해 한결같은 찌질한 모습만 보였더랬다. 물론 남자 배우들도 있다. 지금 당장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도 여자인지라 멋진 외모에 엄한 연기력을 무난히 받아들였나보다. 후에 생각나면 추가로 적어보겠다.

 

여하튼 좀 지켜보자. 비난만이 능사는 아니다. 물론 아픔이 있어야 성숙하고 발전한다는 말이 맞긴 하지만. 특히 초딩들!! 나이 제한에 걸려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그들의 연기력을 장난 삼아 비난하는 건 삼가하자. 언젠가 그대들이 무심코 쏜 화살이 몇 배나 크고 날카로운 화살로 그대의 등을 뚫을지 모른다.

 

나 또한 많은 저평가된 소문들로 기대 없이 보았다. 혹여 잠들어도 괜찮다고 위로하며 심야영화로 보았다. 웬만한 개봉 영화들은 다 챙겨보았기에 별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평가들을 무색케 할 만큼 멋진 액션들과 CG 장면들은 앞서 보았던 '박물관이 살아 있다'의 오웬윌슨이 등장하는 어색한 배경보다 훨씬 좋았다.

또한 어지간히 재미있지 않고는 매번 투덜대는 옆자리의 친구는 오히려 '재미없대'라는 소문을 전한 나를 힐난했다. (그 친구는 재미있다고 하고도 또 잤다. 하긴 '슈퍼맨'을 보면서도 잤다. 것도 심화영화도 아닌데 말이다)

꿈에서나 가능했을 1대 17의 싸움을 마치 실전처럼 늘어놓는 이들이 너무나 즐거워했을, 1대 1천만 정도 되는 끔찍한 괴물들과의 싸움은 압권이었다. 그렇다고 잘도 피해다니는 주인공이 멀쩡한 건 너무했다. 그래도 칼에 달린 줄로 수십 명 아니 수십 마리나 되는 괴물들을 한꺼번에 쓰러뜨리는 장면히 가히 압권이었다.

역시 가끔은 사운드에 놀라고 액션에 놀라야 재미있다. 나는 잘 놀라는 편이어서 친구가 도리어 내 놀람에 더 크게 놀라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하는데 '중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친구가 자는 동안엔 상관없었지만.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볼만하다. 반드시 생각하고 봐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모든 영화가 그렇다면 너무 피곤하지 않을까? 사는 게 복잡해서 당장 해결해야 할 일들이 후두둑 몇 가지가 꼬여서 눈앞에 툭하고 떨어진 이들에게 잠시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영화들도 훌륭하다. 정말 드럽게 머릿속이 복잡하다면 영화도 책도 심지어 눈을 뜨고 있는 것조차 힘들 테니 당신만의 생각이라고 반발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한다.

크리스마스 주간에 본 영화들-'올드미스다이어리', '박물관이 살아 있다', '중천'은 서로 어느 것이 낫나 못낫냐로 따질 것 없이 그저 생각 없이 보기에 좋았다. 무거워진 가슴과 머리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할 수 있는 영화들이었다.

당장은 해결되지 않고, 막상 정답이 떠오르지 않는 일 속에 파묻혀 있을 때, 비록 그것이 시급을 요하는 급한 일이라고 할지라도 두 시간 정도 이 영화들을 보다보면 불안과 초조, 부담 등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보일듯 말듯 숨박꼭질하는 해답의 뒷머리채라도 잡아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