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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소설-1

최진홍 |2006.12.29 07:53
조회 71 |추천 0

1. 하얀 나비를 아시나요?(1)

 

저는 오늘도 술을 마십니다...

뭐 딱히 술을 잘 마시는 것도 아닙니다..그런데 왜 술을 먹냐구요?

좋아하지도 않는 술을..왜그리 먹느냐.

그래요, 그렇게 물어볼수도 있겠군요.

딱히 이유는 없습니다...하하. 저는 그냥 술을 먹어요.

그리고 작은 기적을 바랄 뿐이죠.

다시 한번..다시 한번 나에게 기적이 일어날수 있다면.

그리고 그 기적이 내게 다가와 다시한번 그녀를 만나게 해준다면.

저는 술을 먹을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요..저는 그래서 술을 먹습니다.

 

다시 한번.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요..

 

 

 

2002년 12월 30일.

 

눈이 내립니다!! 2002년을 장식하는 마지막 눈! 크으~ 너무 분위기가 죽이는데요!

사람들 모두 행복한 얼굴로 밤 거리를 다니는군요! 아 사랑과 평화가 함께하는 이 모습들!

아, 그런데 왜 이리 제가 횡설수설 하냐구요..흐음.

그 이유가 뭐냐고 물으신다면..첫째는 제가 술을 먹고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이 좋은 날! 시커먼 남자 셋이서 같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아..신이시여.. 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만큼이나..수많은 여자가 있거늘..왜 저에겐 한명도 보내주시지 않는겁니까..

왜...왜 이런 좋은날에 이런 시커먼 놈들 세놈이랑 같이 술잔을 기울이며 밤거리를 방황하게 만드는 겁니까아아아아!!!

 

저는 옆에 서있는 종호 녀석을 바라봅니다.

나와 같은 고등학교 같은 대학교 같은 과를 다니는 질긴 녀석.

게다가 이 좋은 날에..같이 만나고 있는 징그러운 녀석.

 

[...뭘 그리 빤히 바라봐 임마...어우, 춥다. 우리 어디든 들어가자..3차 가야지 3차?]

 

종호녀석은 지금까지 여자친구를 한번도 사귄적없는 신기한 놈입니다..그래서 제가 고등학교때 잠깐 미영이라는 아이와 사귈때..참 배아파 했었죠.

하지만 그러면 뭐 합니까..대학교 2학년..2002년 마지막 눈오는 날..나는 종호녀석과 함께 입니다...세상사..인생무상 이라드만..딱 그렇네요.

 

[..으..춥다..우..우리..손잡을까?]

 

종호 옆에 서있는 대관이 녀석이 서로 손잡고 행복하게 걷는 연인들을 보더만 저에게 대뜸 말합니다.

..이 산도적 처럼 생긴 돼지오크놈이....저는 녀석을 가볍게 로우킥으로 진정시킨후 말했습니다.

 

[아우..야야, 술 모자르다! 우리 아무데나 들어가자!..몇시냐?]

 

[지금이...11시 30분이네 친구.]

 

[11시 30분이라...이제 조금 있으면 12시구만...야, 그래도 2003년 첫날인데 밖에서 우리 셋이서 벌벌 떨다가 들어갈수는 없잖아? 안그래?]

 

[그래..하지만 친구..주변을 돌아보게.]

 

갑자기 대관이녀석이 눈을 감은체 주변을 손짓합니다..그러자 저와 종호는 그의 손짓을 따라 주변을 돌아보았죠.

인.산.인.해...어디에도 비어있는 술집이 없었습니다.

 

[야야...우리같은 불쌍한 남정네 셋을 받아주는곳은 이 시간에 아무도 없을듯 하이...게다가 우리는 돈도 없지 않은가 친구. 그냥...좀 더 나가서 포장마차에 가 보는게 나을듯 하이..안그런가 종호친구?]

 

대관이가 말하자 종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야 뭐...방도가 없는 터라..그저 흐음-하는 소리를 낼 뿐이었죠.

그러자 대관이가 피식 웃으며 앞장을 섰습니다.

 

[그럼 종호친구, 이준친구(아! 이게 제 이름임다-.-)! 내가 좋은 포장마차 알고 있으니 그리로 가세나!]

 

[그래그래.,,기분도 우울하고..그냥 포장마차에서 한잔 더하면서..2003년을 맞이하자고!! 하하..아주 우리 컨셉에 맞게 우울하고 침울하고 좋구만!]

 

[그래그래..들어가자.]

 

..

 

 

하늘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자자...왔으니 한잔 하자고! 건배!]

 

[건배!]

 

[그래.그래..]

 

우리 셋은 어느 허름한 포장마차로 들어오자마자 소주부터 시킨후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크으- 속부터 찌릿해오는 강렬한 소주의 맛.

..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마셨을까요.

이제야 슬슬 술기운이 도는것을 느낀 제가 안주로 나온 고갈비 한절음을 코구멍에 쑤실 즈음이었던것 같습니다.

 

[..아줌마...여기..소주 한병 더요...]

 

어디였을까요.

..아니 어떤 목소리 였을까요..사실, 저는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제가 술에 취했기도 했지만..저는 처음 들었던 그녀의 목소리를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꿈속에서 들리는 목소리 같은, 그러나 확실한 여운이 남은.

그녀의 목소리는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제게 다가왔습니다..

 

[....]

 

종호녀석은 엎어져서 자기 시작하고, 대관이 녀석은 화장실에 간다고 자리를 비웠을..아마, 그때 일겁니다.

저는 혼자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무심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구요.

그러자 제 눈에 왠 여자한명이 보였습니다.

소주를 몇병이나 먹었는지..벌겋다 못해 창백해진 얼굴로..연신 몸도 못가누며, 소주잔을 들었다 놓았다...그리고 휴대폰을 열었다, 닫았다..아주 정신이 없어 보이더군요..포장마차 아줌마도 짜증나 보였구요.

 

[아이구, 아가씨..술 그만먹어..혼자서 벌써 다섯병이야...응? 아이구.]

 

..

 

..맙소사...여자 혼자서 다섯병?

저는 그녀 앞에 놓인 술병들을 살펴 보았습니다..하나,둘,셋,넷....진짜 다섯병이군...정말 대단한 여자로구나..

 

갑자기.

저는 이상한 호기심이 발동함을 느꼈습니다.

아마 술에 취해서 그랬겠지요..2002년의 마지막 날이라 들떠있었는지 모르구요..저는 그녀가 왜 이렇게 술에 취했고, 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지..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뭐..보나마나 남자랑 헤어져서 그런거겠지..혼자서 추측은 해 보았습니다만.

저는 그녀에게 다가갔습니다.

 

[..저기요..이보세요..저기요..고개좀 들어봐요..]

 

제가 다가갔을땐 이미 그녀는 인사불성 이었습니다.

고개를 푹 숙인체 알수없는 말들만 웅얼거리고 있었죠.

저는 그녀의 팔을 붙잡고, 다시 한번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저기요..이봐요..술 많이 취했네요? 예? 헤헤..저도 많이 취했는데...헤헤...근데..왜 이렇게 술을 많이 먹는거에요? 예? 그냥. 제가..조금 궁금해서 그래요~~ 헤헤.]

 

[......]

 

그녀는 말이 없습니다.

그러자 저는 약간 삐졌나 봅니다..아아. 평소에는 절대 안 그럽니다! 믿어 주십시요!! 하지만....제가 그날..술이 많이 취했나 봐요..

 

[에이~ 아가씨! 말좀 해봐~~ 내가 좀 궁금해서 그래~~응? 왜 그렇게 바보같이 울고 있어~~응?]

 

저는 더욱더 심하게 그녀를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갑자기 움찔. 하던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아..의외로 예쁜 얼굴이네요..하얀 얼굴로 추정되는..크고 검은 눈과 오똑한 코. 그리고 목선까지.

저는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그리고 그때.

그녀가 무언가를 말하려는듯 입을 움직입니다.

저는 덩달아 긴장한듯 그녀의 입만을 바라보았죠.

그리고 잠시후, 그녀는 천천히, 들릴랑말랑 천천히. 저에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너...하얀나비가 뭔지알아~~?]

 

[....네?]

 

..하얀나비..????

제가 예상치도 못한 질문에 어안이 벙벙해졌을때.

그때 였습니다.

 

[어이쿠. 새해네! 허허허허허! 손님 여러분! 2003년 새해가 밝았네요!! 허허! 모두들 새해에는 다 잘되시고..꼼장어 하나씩 서비스로 드립니다!]

 

[와아!!! 2003년이다!!]

 

[하하! 감사합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지며 주위가 시끄러워졌죠.

저는 그녀의 눈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크고 까만 눈...

 

저 멀리서 누군가 폭죽을 터트리나 봅니다.

저는 그녀를 바라봅니다.

그녀도 저를 바라봅니다.

 

..

 

 

 

..이것이.

 

 

그녀와 저의..

 

..

 

 

첫 만남이었습니다.....

 

..

 

 

..2003년 1월 1일..어느 추운 눈내리는 겨울날..포장마차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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