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을 못 하는게 아니라.. 안 하는거죠..
말하기 시작하면 다 이해받고 싶어 질테니까...
그래도 약속을 지키겠다고 내 옆에 나와서 앉아 있긴 있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면 한 박자씩 늦게 대답하고..
내가 웃긴 말을 해도 "아.. 예.. "그러다가 가끔은 대답도 없고..
어딜갔나 해서 쳐다보면 몸은 내 옆에 있는데 표정은 텅 비어있고..
눈동자에는 구름 같은 게 껴있고..
그런 사람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자기도 애쓰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니 마음이 왜 여기까지 못왔어..
왜 니 사랑이 내 사랑보다 이렇게 형편없이 작어?"
그러면 안되잖아요.
나는 좀 기다려보기로 했어요..
내 방에서 창밖을 내다보면요..
어느 집 슬레이트 지붕 위에 여름용 돗자리가 널려 있거든요?
여름이 끝날때쯤 한 번 제대로 말릴려고 올려 놓은 것 같은데
집주인이 잊어버렸는지 그 돗자리 거기에서 한달 쯤 그러고 있어요..
비가 오면 맞고 해가 나면 다시 또 마르고..
저러다 썩으면 어쩌나 싶어서 엄마한테 한 번 이야길 했거든요..
"저 집 주인한테 말해줘야 되지 않을까?
저러다 돗자리 다 상하겠어요.. "
그랬더니 엄마가 막 웃으면서 그러시데요..
그냥 두라고..
비 몇번 맞는다고 금방 상할거면 어차피 못쓰는거라고..
내 사랑이
그 돗자리보다 못할거 같진 않아요...
젖었다..
말랐다..
젖었다..
또 말랐다..
좀 견디다 보면 돗자리도 나도 보송보송 해질 날이 언젠가 오겠죠?
나는.. 좀.. 기다려보기로 했어요..
오늘 푸른 밤.. 소리 없는 기다림으로
사랑을 말하다...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사랑을 말하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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