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년에 눈이 엄청 왔다. 내가 사는 동네는 구불구불 산길에 경사가 너무 심해 눈만 오면 버스가 거의 오지 않았다. 나는ㄴ 직물공장에 다니고 있었는데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었고 기술도 서툴렀다. 그런데 거의 매일 하늘에서는 함박눈이 내렸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나로서는 하루하루가 걱정이었다.
그날도 함박눈이 쌓여 무릎까지 닿았다. 안절부절못하며 버스 회사에 전화를 하니 첫차는 오지 않는단다. 하지만 말리는 가족을 두리고하고 깜깜한 길을 나섰다. 내 뒤에 대고 화를 내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했고 서러운 신세에 눈물도 났다.
나는 눈을 헤치며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면까지 나와 버스를 타고 무사히 출근했다. 그런데 근무를 마치고 나오니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또 깜깜한 길을 걸어가야 했다. 버스에서 내려 중3인 아들에게,
"미안하지만 엄마 좀 마중 나올 수 있어?"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혹시나 했는데
"지금 갈게요."
하는 답장이 왔다.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는 문자메시지를 계속 주고받으며 걸었다. 30분쯤 걸었을까, 멀리서 걸어오는 아들이 보였다. 우리는 서로에게 달려가 반갑게 껴안았고, 나는 아들 볼에 뽀뽀를 했다. 길도 미끄럽고, 아직 어려서 밤길이 무서울 텐데 엄마를 위해 마중을 나오다니....
우리는 손을 잡고 노래도 부르고 눈싸움도 하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고개를 넘으니 차 한대가 처천히 다가왔다. 동네 사람이었다. 남편 등쌀에 위험을 무름쓰고 고개를 넘었단다. 남편은 지금 친구 몇 명을 데리고 고개에 모래를 뿌리고 있다고 했다. 야속하게만 생각했던 남편인데.... 고개에 도착하니 남편은 시린 손을 호호 불며 친구들과 열심히 모래를 뿌리고 있었다. 아, 행복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저녁에 우리 셋은 나란히 손을 잡고 거실에서 잠을 잤다.
"그래, 조금은 부족하지만 이렇게 사는 거야. 우리에게는 돈으로 채울 수 없는 사랑이 있잖아."
그날 우리가 한 가족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