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국립공원 입장료가 내렸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는데 등산객들의 불만은 더 커졌다고 한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안 걷지만 문화재 관람료는 계속 징수하도록 해놓았기 때문에 등산객과 사찰 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전에는 등산로 입구에서 통합 징수한 탓에 그저 입산료로만 생각했었는데, 이제 입장료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 등산객들로서는 가지도 않을 절에 있는 문화재 관람료를 내라니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다.
사찰측은 문화재 관리·보수를 위해 부득이 하다고 맞서고 있고 각 언론들도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보도하고 있어 화를 돋우고 있는데, 매사가 그러하듯 이런 일도 순리와 상식으로 풀어야 한다. 문화재 관람료 징수 자체를 반대하자는 게 아니다. 절과 문화재 보수와 관리가 명목이면 절과 문화재를 관람하는 사람들만 내야 되는 거 아닌가? 그게 아니라 스님들 배채우는 것이라면 불교신자들의 시주받아서 해결하면 될 거고.
왜 아무상관 없이 등산하는 사람들까지 "입장료"를 내야 하는가? 절에 문화재를 보러 가는 사람이든 빌러 가는 사람이든 화장실을 보러 가는 사람이든 입장료건, 십일조건, 밥값이든 청소비든 얼마를 받든 아무 거부감이 없지만 문화재를 보러 가지도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관람료를 받겠다는 발상은 상식과는 어긋난다. 아니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노점상에게 자릿세니 보호비니 하면서 돈을 뜯어가는 패악질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조계종 측은 막무가내다. 산에 절이 있고 절 부근의 지역이 사적과 명승지로 이루어진 문화재보호구역이라는 이유 때문에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관람료는 절 안팎의 문화재를 보호, 관리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의 비용이란다. 입장료를 징수하던 시설이 경내에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고, 그 도로가 사찰 경내나 사찰 소유 땅을 통과한다거나 심지어는 문화재를 볼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그냥 현재처럼 징수하는 게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스님은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지역 대부분이 문화재 보호구역이므로 관람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하는데, 케이블카 타고 가다보면 문화재보호구역이 보이니 관람료를 내라는 것이 패악질이 아니면 무엇인가.
아마도 사찰측의 속내는 현 위치가 아니라 절 입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한다면 수입이 반 이상은 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 당국도 문화재 관람료 수입이 줄면 정부 보조금이 더 나가야 할 것을 우려해서 그냥 방치하는 듯하다. 하지만 세금으로 해결할 일이라면 세금으로 할 것이지 사적인 구제제도를 쓰도록 해서는 안될 일이며, 따라서 이미 통합 징수되던 입산료가 폐지된 이상 문화재 관람료는 절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만 받아야 되는 것이니 정부가 받아줄 이유도 없다. 아니 그런 패악질에 정부가 침묵하는 것은 법치국가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마치 조폭이 남대문 시장에서 자릿세 받는 것을 보고도 외면하는 경찰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매표소를 절 입구로 옮겨야 할 것이다. 그것도 사찰비용으로...
이유가 어떤 것이든 이처럼 뻔히 예견되는 이런 문제를 사전에 처리하지 않은 정부 당국이나 상식논리마저도 거부하고 있는 조계종 측이 다 비난받을 일이다. 특히 사찰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과 자연환경 보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을 국민들이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인 조계종의 대응 자세는 대승적이지 못하다. 특히 그냥 모르는 채 손만 놓고 있었던 게 아니라 그 틈에 일부 사찰에서는 문화재 관람료를 올려 내린 입장료만큼을 상쇄시켜버리는 고도의 지능적 태클까지 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사찰은 영리기업이 아니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 악질적인 행태였다. 왜 매번 소림사도 아닌 사찰들에서 피비린내나는 혈투가 벌어지는지를 이제는 알 것도 같다. 스님들이 절에서 수양은 쌓지 않고 재물을 탐하는 것인가?국민적 비판이 더 확산될 경우 조계종 4대 핵심 사업의 하나인 포교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자각하고 소탐대실 하지 않았으면 한다.
문화재 보존·관리 비용의 부족분은 별도로 대책이 마련돼야 할 문제지 이런 식의 편법과 악덕 상혼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정부당국이나 조계종이 공범인 것이다. 이러한 정교일체화된 백주 대낮의 사기극을 보면서 봉이 김선달을 생각게 된다. 봉이 김선달이 아마도 스님이 아니었던가 돌아보게 된다. 김선달이 누군가 하니 바로 대동강 물을 날로 팔아먹은 희대의 사기꾼이 아니던가. 하긴 요즘이야 한강물도 낙동강물도 다 팔아먹고 그것도 모자라는지라 우물물, 계곡물, 심지어는 공기까지 팩에 넣어 팔아먹는 시대니 어찌 대동강 물 좀 팔아먹었다고 사기꾼이라 할까마는...
그저 시대를 너무 빨리 앞서갔던 벤처 사업가라 해야 하면 되는 거지. 시쳇말로 그의 첨단 사업모델을 보자면 현대의 최첨단 온라인 사기판매와 피라밋 판매의 귀재들을 앞서가는 뭔가가 있었던가 보다. 그리고 그에게는 대동강 물만이 아닌 다양한 마케팅 컨텐츠가 있었다. 김선달의 호가 왜 봉인가 볼 짝이면 수탉을 봉이라고 산 뒤 사기 당했다고 합의금 받아 먹고, 그리고나서 자기는 그 수탉을 봉으로 팔아 초과이득까지 챙겼기에 봉이 김선달이라 했다 하질 않는가!
아무튼 그래도 그는 사기꾼에 불과하다. 아무리 컨텐츠가 좋고 첨단의 판매기법이 있어도 사기는 사기 아닌가. 사기꾼도 나쁘지만 사기 당한 놈도 나쁘다고 하려 해도 그 시절에 저 정도 컨텐츠와 법률지식과 마케팅 기법으로 무장했는데 안 당한 놈이 있다면 그게 더 사기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그런데 그 엄청난 사기꾼들이 하나도 아니고 전국 도처에서 범람하고 있는 꼴이 아니겠는가? 비록 대동강 물도 아니고 수탉을 파는 것도 아니지만(하긴 그런 것들 팔아 제키는 인간들이야 많으니 일일이 열거할 이유도 없겠지만), 산에다 말뚝 박고 통행세 거두는 인간들이 많으니 이를 어쩌겠는가? 대동강 물은 퍼 가면 마르기나 하겠지만 산을 지나간다고 흙이 닳겠는가 이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말한다. 그냥 지나간 게 아니라 우리 집 앞을 지나갔고, 지나가다 우리 집 대문을 보았으니 닳았다고 한다. 그게 바로 지금 사찰들이 받겠다는 문화재 관람료이고 보면, 그러한 불법 자릿세를 뜯는 것을 봐주고 있는 정부는 바로 조폭 우두머리인 셈이다.
나도 오늘부터 우리 집 앞 지나가는 사람에게 돈 받을까? 대문 보며 지나갔으니 돈 달랄까? 이러다 혹시 경복궁, 덕수궁 앞을 지날 때도 돈을 받는 게 아닐까. 이제 시계, 도계를 지날 때마다 통행세 받으면 안될까? 다들 문화재 많이 가지고 있는데...아니면 아예 우리나라 들어오는 외국 관광객한테도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건 어떨까? 비행기에서 절 지붕도 보이고 경복궁도 보이니 말이다.
발상의 전환이 김선달을 봉이로 만들었듯 전국민을 일류 마케터로 만들 것이다. 봉이 김선달이 스님으로 환생했더라도 이보다 더 잘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바이 코리아, 비즈니스 코리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