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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붙잡지 못하는 사람

임찬빈 |2007.01.05 16:18
조회 36 |추천 1


♂ 그 남자

 

이번엔 뿌리는 모기약이네요 -.-

군대도 안가봤을텐데,

어쩜 필요한걸 잘 아는지..

 

겨울엔 입술 보호제 보내고,

봄에는 자외선 차단제 보내드니,

이번엔 물파스며 뿌리는 모기약.

그녀의 소포를 받을때마다

내 마음은 복잡해지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지도 않는데

자꾸 뭘 받으면 안되지..

 

하지만 한편으론,

그래도 기왕 보낸거니까

잘 쓰는게 좋을거야!

 

글쎄요? 국미의 도리라고 해서,

별다른 불평도없이 군대에 와있는 나지만,

그녀에 관한한..

그 도리라는 말은, 참 모호합니다.

 

그 사람이 날 좋아한다고 해서,

나도 그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가?

그 사람의 선물을 받았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을 받아야 하는가?

마음까지 받을 생각이 없다면,

다른 모든 것도 받지 않아야 하는가?

하지만, 내 마음 속 논쟁에도 불구하고,

솔직한 답변은 따로 있겠죠?

 

많은 것을 주고,

내 외로움까지 달래주는 그녀를

난 얄팍한 정당화로 방치해 놓았다는 것,

마음이 가득한 물파스며 모기약,

그리고 긴 펴지를 읽으며

나는 더 이상은

이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를 방치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

 

♀그 여자

 

그 사람은 무척이나 가기 싫어했지만,

나는 그 사람이 입대한다고 했을때 기뻤어요.

 

지금 어디있나요?

궁금해도 차마 물어볼 수 없었던 사람.

내가 붙잡지 못하는 사람.

꼼짝없이 한곳에 붙들어주니,

나는 오히려 군대가 고마웠어요.

 

생일 선물, 기념일,

이유없이 사주고 싶었던 선물들,

모두 보낼 수 있으니 좋아요.

 

일방적으로 줄 수 있어서,

그리고 어쩌면

내가 주는 것들이 반가울 수도 있으니..

 

그런데 오늘 그 사람에게서

처음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무런 기대없이 주기만 해도

행복하다 생각했지만은

그래도 전화를 받으니 가슴이 뛰었어요.

 

고맙다는 말을 하려나?

내 마음을 받아준다 하려나?

언제 면회를 올건지 물어보려나?

 

그런데 이제 그만 하라네요.

내가 주는 모든게 부담스럽다고,

그곳에 있어도 외로워도, 곁에 아무도 없어도,

나는 아니었던거죠.

 

그러니, 나는 이제 아무것도 줄 수 없습니다.

그 사람에게 갈 수 없습니다.

갈 수 없습니다. 대신.. 가지않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때까지,

나는 좀 더 울어야겠습니다.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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