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와 그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여자가 있다.
세 사람은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모두 사랑에 빠져 있었다.
오직 그녀만이 사랑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녀는 불편한 삼각관계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겨 버렸다.
그러니 공식적으로는 사랑에 빠진 두 연인과한 명의 친구가 있을 뿐이다.
공식적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를 물러서도록 만들었던 건 소극적인 성격도 여자에 대한 미안함 때문도 아니었다.
자신의 사랑은 완벽하고 영원한 것이라는 그 남자의 확신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통속적인 드라마의 조연처럼 그녀는 유학을 떠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그들과는 달리 5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그 5년 동안 한국에서는 수많은 일이 벌러졌고 그 중에는 완벽했던 사랑의 종말도 끼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는 그녀의 물음에 그는 설명할 게 없다는 듯 두 손을 펼쳐보였다.
"그냥 시간이 흐른거지."
이렇게 대답하는 그의 표정엔 예전의 그 확신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공식적으로 그 남자와 그 남자의 옛 여자친구 그리고 돌아온 그녀가
모두 솔로로 이 세상에 남겨 되었다.
그녀는 여전히 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비공식적으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그 남자에게도 비공식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몰랐다.
다시 만난지 한달이 채 도지 않아 그는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우리 한 번 만나볼까? 그래도 좋을 것 같은데."
그토록 기다렸던 말인데 그녀는 고개를 젓고 말았다.
"널 사랑한 건 사실이지만 니 말대로 시간이 너무 흘렀어."
시간은 변명도 약속도 하지 않는다. 묵묵히 자기의 할일을 할 뿐이다.
사랑했던 연인들을 헤어지게 만들고 절망적인 짝사랑은 덤덤함으로 바꾸어 놓고
잊을 수 없었던 사람을 잊게 만들고....
시간은 잊을 수 없었던 사람도 잊게 만든다.
심장을 내동댕이치고 너덜너더랗게 했던 사랑도.....
- "김C 스타일"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