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의 감정변화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람은 대인관계가 힘든 편이다. 지하철 맞은편에 앉은 여자와 눈이 마주치면 내게 첫눈에 반한 게 아닌지 생각한다. 그냥 내가 먼저 쳐다봐서 그 사람도 날 봤을 뿐인데. 혹은 그냥 두리번거리는 습관을 지닌 여자였을 뿐인데. 내가 아닌 내 최신형 휴대폰을 봤을 뿐인데. 그것도 날 이상하게 째려본 건데.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 리가 있나. 착각남녀는 별 것 아닌 일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직장동료가 음료수를 갖다 주면 날 짝사랑하는 게 아닌지 생각한다. 그냥 오래된 동료이니 예의상 준건데. 게다가 남들한테는 이미 다 음료수 하나씩은 줬는데. 근데도 그 사람의 친절을 호감으로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솔로생활 오래한 남녀일수록 이런 착각증세는 더 심하다.
“쟤 아무래도 널 좋아하는 것 같아, 확실하다니까”, “쟤가 또 너 쳐다봤어”, “자꾸 네 얘기만 하더라니까.” 주위에서 감언이설을 쏟아 붓는다. 귀가 얇은 착각남녀는 또 착각의 구렁텅이에 들어선다. 본인이 전혀 누군가의 짝사랑을 받을만한 인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설마 설마 하다가 결국엔 이렇게 변한다. “정말 쟤가 나 좋아하나 봐.”
친구의 여자친구가 유독 내 앞에서만 어색하게 행동하면 날 좋아하는 게 아닌지 생각한다. 그냥 숫기가 부족한 성격일 뿐인데. 별의별 고민과 상상을 다한다. 그녀가 고백해오면 어쩌나, 사랑을 택하나, 우정을 택하나. 혼자 괴로워하다가 좋아하다가 아주 희한하다. 진짜 착각도 가지가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