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에 걸친 꾸준한 마케팅, 초 대형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거물급 스타 정우성과 김태희, 엄청난 스케일의 공간적 배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관객몰이에 실패했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실패 원인이 궁금해서 보게 된 영화.
영화는 천녀유혼에서 시작해, 반지의 제왕으로 끝이 난다.
어설픈 잡탕 영화라는 점에서는 '데이지'와 상당히 비슷했다.
연결 되지 않고 제각각 떨어져 있는 에피소드들을 더덕더덕 이어붙이는 테이프 역할을 '사랑'이 한다는 것도 공통된 요소.
아까울 만큼 좋은 환타지적 소재들이 여럿 등장하지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큼지막한 포스터 문구, '영혼이 49일을 머무르는 곳'
대체 왜 49일이며, 극 중에서 어떤 작용을 한 것인가?
시대적 배경, 통일신라 말기는 어떤 역할을 했는가?
(고조선, 고려, 조선과 비교되는 독자적인 특징은 있었는가?)
왜 영혼들은 도화향기를 맡지 않으면 소멸 되는가? 그것은 인물들과 어떠한 원인-결과를 맺는가?
여주인공 소화는 왜 우두머리격 천인이 된 것인가?
초반에 소화를 호위하던 여러 무사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인가?
(첫 장면에서 전부 전멸?)
두 주인공은 왜 둘만 따로 떨어져 '여행'을 한 것인가?
슈퍼 오브젝티브에 맞물려 있는 것이 단 한개도 없었다.
작중 인물들, 심지어는 악역들까지도 열심히 설명을 늘어놓지만,
그조차도 대부분의 대사가 말이 아닌 '글'이라 제대로 전달 되질 못했다.
잘 생긴 정우성, 예쁜 김태희, 백발머리 허셀크로
판에 박은 듯,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B보이 춤실력을 뽐내듯
각자의 독립된 연기를 한다.
안타깝게도 늘 제자리걸음의 연기를 하는 정우성,
최민수의 후예답게 지나치게 폼을 잡는 허준호.
마지막 대결에 이르면 각 캐릭터 마다 쌩뚱맞게 사랑, 사랑, 사랑!을 외쳐댄다.
시나리오와 편집에서 가장 큰 실패를 본 영화.
'시나리오 별 거 있어? 캐스팅, 볼 거리 빵빵하게 밀고 나가면
그게 블록버스터지.'
한국영화 감독들은 다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쓰레기영화의 지존, '투사부일체'를 600만의 관객몰이에 성공했던
CJ의 막강 배급력도, 이번에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스타감독, 스타배우들로 중무장한 영화들이 하나 둘, 무너져 내리고 있다.
흥행기대 0순위,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도 어느샌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충무로 보릿고개.
쉬리, JSA, 친구, 살인의 추억 등 대작들에 기생해 불어나기 시작했던 엉성한 영화들이 하나 둘, 관객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아쉽지만, 중천도 그런 영화 중 하나다.
감독이든, 작가든 플롯을 이해하고, 그것을 유기적으로 살려내지 못한다면,
시나리오도, 화려한 볼거리도 결코 생명을 얻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