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보고 싶은 오류동 철길
2002년, 내가 잠시 다녔던 '성공회대학교'의 다양한 추억들 가운데 아직도 머리속에 인상깊게 박혀있는 것을 꼽으라면 학교 뒷산을 넘어, 미스테리한 철길을 따라 걸었던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울 구로구 항동에 위치하고 있는 성공회대, 온수역에서 내려 도보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지만 거의 경기도와 인접해있다. 우스갯소리로, 성공회대 옆에 있는 유한공고가 '정문은 서울, 교실은 부천' 이라는 말을 많이 했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온수역에 하차하여 거리에 쓰여져있는 표지판만 잘 따라오면 금방 성공회대 정문에 들어설 수 있다. 비밀의 공간으로 가는 산길의 입구는 도서관 뒷쪽에 있다. 위의 사진 왼쪽 하단에 있는 하얀색 건물이 도서관인데, 그 밑에 뽕뽕 뚫린것 같은 곳으로 들어가면 산에 올라가는 산책로가 나온다.
산책로가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직감을 따라. 그리고 간간히 운동하는 주민을 따라서 가야한다. 큰 산은 아니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엉뚱한 곳으로 나오게 되거나 길이 끊겨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어찌되었든, 이 길을 따라 약 10분 정도를 걸어가면 철길이 나온다.
▲ 노을과 함께한 철길은 다른 어느때보다 더 빛나보였다.
노을지는 철로변을 걷고 있으니, 5년전의 추억이 떠올랐다. 학교에 합격하게 된 것이 너무나도 좋아서 카페 활동을 왕성하게 하던 중, 철길에 대한 정보를 선배에게 흘려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친구와 함께 학교 투어 겸, 철길 산책에 나섰다. 스무 살, 무모한 깡따구를 가졌던때는 과연 언제였던가. 그나마 내가 이 곳을 보고싶어서 5년이 지난 후, 혼자 다시 찾았다는 자체로 위안을 삼는다.
사실 이 곳, 그렇게 대단한 곳도 아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하루에 한번씩 기차가 지나간다고 한다. 정확히 어떤 용도로 쓰이는 철로인지, 철도청 홈페이지를 가서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지도를 확인해본 결과, 오류동역에서 시작해서 경기도 시흥까지 이어지는 노선이었다. 아무튼 사실에 근거한 다양한 추론들과는 상관없이, 그냥 이 철길 매력있다. 시간만 있다면 쭈욱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 담장사이로 피어나는 꽃과 풀들,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한참을 걷다 보니 집들도 나왔다. 철로변에 위치한 집이라. 폐가인가 확인했지만, 채 마르지도 않은 빨래가 널려있는 일상의 소소함이 묻어있는 집이었다. 돌틈에서는 다양한 풀들도 자라고 있었다. 그냥 괜히 입가에 미소를 띠워본다.
나중에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이 철길을 따라 끝까지 걸어보고 싶다.
물론 카메라와 함께.
동반자가 있으면 금상첨화겠다.
주소를 보니, 구로구 오류2동 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서울에도 이런 농가들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다시 한 번 놀랐고, 한쪽 구석에 있는 언제 쓰여졌는지 모를 비석을 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졌다.
마음에 고향 항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