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계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스릴러나 SF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흔히 “작가들이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 훨씬 더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라며 한숨을 쉰다.
군부독재와 부조리가 판치던 80년대 이전의 얘기라고 치부하기도 힘들다. 대체 어떤 작가가 ‘황우석 스토리’같은 엄청난 시나리오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단 말인가.
2007년 정초 역시 이런 속설을 유감없이 확인해주고 말았다. IS는 1일자로 기자들이 머리를 짜내 만든 ‘미리 보는 2007년의 가상 10대 뉴스’를 실었지만 그중 어느 하나도 이찬-이민영 사건의 파괴력에는 감히 비교가 되지 못했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TV의 아침 토크쇼에 나란히 출연해 방긋방긋 웃으며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던 커플. 새해 벽두부터 이들 중 한 사람은 병실에 누워, 한 사람은 사무실에서 고개를 떨구고 따로따로 언론을 상대로 진실 게임을 하게 될 줄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사실 부부 사이의 일은 그들 자신 외에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게 보통이다.
몇 해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가정폭력 사건을 거쳐 이혼한 어느 여자 연예인은 사석에서 “매스컴에서 지나치게 떠들지만 않았어도 이혼은 안 했을지 모른다”고 말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세기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과 바비 브라운 부부도 심각한 가정폭력으로 매번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도 무려 14년을 같이 살았다. 어디에나 ‘그들만의 사정’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라도 가정폭력은 악(惡)일 수밖에 없다. 특히나 평판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의 경우. 가정폭력과 같은 추문이 공개되는 것은 어지간히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임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의 중대성은 굳이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든. 어떤 사연이 있었든 표출된 폭력의 이미지는 너무 리얼해서 몸서리가 쳐진다.
아직 양측 주장 중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울지는 모르지만 기왕 터진 일인 만큼 폭력의 대가에 대해 심각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리고 지금 이런 얘기가 양측의 귀에 들릴지는 모르지만. 한때나마 사랑했다는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이렇듯 무자비한 폭로전을 벌이는 것 자체가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대단한 폭력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제발 좀 알아차렸으면 한다. 그만하면 됐다. 머릿속에서 비명이 새나온다. 새해는 이미 충분히 우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