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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Carnival - 12.토마스의 편지

차영민 |2007.01.11 01:07
조회 13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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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한다는것이 얼마나 힘든것인지

 

사람이 누군가를 마음대로 사랑할수 없는것이 얼마나 괴로운것인지

 

저는 이토록 뒤늦은 나이에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세상은 왜 이렇게 불합리한것 투성일까요?

 

앞뒤 안맞는것도 너무나 많고 이치로 따지지도 못하는것도 많고

 

부당한 힘의 관계속에서도 아무말 할수 없을때도 많고..

 

아저씨, 세상은 왜 이토록이나 불공평 합니까?

 

 

 

저는 그녀를 사랑합니다. 처음엔 반신반의 했지만 이제는 맞습니다.

 

누군가 저를 놀려도 좋습니다. 지금 저는 솔직하니까요.

 

또 누군가는 저를 욕하고 경고해도 좋겠습니다.

 

그렇게라도 내가 너무나 진실되어 위험해 보인다면 좋겠습니다.

 

나의 진심을 누구라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저씨, 아저씨는 사랑을 해보신적이 있으시겠지요?

 

그렇다면 지금 제 마음을 잘 알아 주실수 있겠지요?

 

저는 끝끝내 누군가에게도 말 못한채 응어리 지는 가슴을 두고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저주스러운 운명을 한낱 욕이나 하며 위안하고

 

아저씨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어서 편지를 씁니다.

 

 

 

요새 마을이 꽤나 어지럽지요. 꽤 예민해진 영주때문에.

 

그러나 아저씨, 너무 과격해지지는 마세요.

 

그것이 이 세계가 정해놓은 법이 아닙니까. 이치고 뭐고 간에

 

이미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져 있는 규칙이 아닙니까.

 

그보다는 조금 더 조용히 지내다가 다시 잘 지내도록 하는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르죠. 우리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것을 하는것이 좋다고 생각해봅니다.

 

아저씨도 모르시지는 않겠지만 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적습니다.

 

 

 

아저씨, 이제 축제도 끝나가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축제속에서 즐겨보려 애썼지만 생각처럼 되질 않아서

 

결국 이렇게 술을 진탕 퍼먹고 말았습니다.

 

술에 취해 삐뚤삐뚤한 글씨도 용서해 주시길 바래요.

 

술이란 녀석도 없었으면 제 마음을 담을곳이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날씨는 눈이 아프도록 파랗고 빛나는데 왜 내 마음은 자꾸만

 

어두워져 가는걸까요. 왜자꾸 멍들어만 가는걸까요.

 

그래서 많이 아픕니다. 가슴의 멍이 지워지지 않고 계속 커져서.

 

 

 

아저씨, 그래도 저는 희망을 품고 살고 있습니다.

 

보잘것 없는 희망이라도 있어야 살아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희망, 희망, 희망..참 부질없는 욕망이지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덧없는 행위중에 하나인듯 합니다.

 

되지도 않을 것을 간절히 바라는 것만큼 멍청한게 어딨습니까.

 

그러나 저는 차라리 멍청해지는게 낫겠습니다.

 

바보가 되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었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그럼 다 잊어버릴텐데, 그럼 다 지울 수 있을텐데...

 

처음 그녀를 만난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일어난 모든 것이

 

아직도 제 마음속에서 생생히도 살아 숨쉬어주고 있습니다.

 

이 가슴이 아주 소중히 보관해주고 있습니다.

 

좋다고 해야할지 밉다고 해야할지, 가슴에게는 고마울 따름이지요.

 

그러나 어찌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나를 저주스럽게 만듭니다.

 

 

아저씨, 세상이 푸르릅니다.

 

가지런히 정돈된 가로수사이를 지나 가볍게 쌓인 흙을 밟으며

 

나무들 사이로 배꼼히 비집고 들어오는 자그마한 빛을 느끼면서

 

해맑게 웃고 있는 그녀와 나를 생각합니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영주도, 세상의 근심들도.

 

저는 행복하게 춤을 춥니다. 그녀와 둘만의 카니발을 갖습니다.

 

주변이 온통 청명한 녹빛으로 가득합니다. 고민은 날려가버립니다.

 

이순간, 모든 사물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듯 합니다.

 

한줄기 빛과 스며오는 바람, 녹색으로 가득한 풀과 나무들

 

가지런히 정돈된 길가와 한 구석에 핀 작은 민들레까지도.

 

모두가 이순간을 위해 기다려 온것만 같이 하나가 되어 흔들립니다.

 

아련합니다. 나는 지금 그녀와 춤을 추고 있는데 아련합니다.

 

가슴이 저미고 눈물이 멈추질 않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꿈인줄을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사실인것을 알고있기 때문일테죠.

 

간절히 바래도 이루어지지 않는것은 세상에 너무나 많습니다.

 

알지만, 그래도 나 하나쯤은 다르길 바래보는 욕심입니다.

 

 

 

아저씨, 그렇지만 어쩔수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기에

 

저는 이만 펜을 놓으며 마음을 봉해 놓으려고 합니다.

 

이제 저는 사리 분별을 할줄 아는 성인이니까 무리하지 않습니다.

 

주변에게 피해를 주기도 싫고 무엇보다 혹시 잘못되어서

 

그녀에게 고통을 주기 싫습니다.

 

이렇게 아픈 추억도 괜찮겠지요. 나쁘지 않겠지요.

 

그저 세월이 흘러 그러했노라고, 나는 그렇게 살아있었더라고

 

아주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회상할 수 있겠지요.

 

괜찮습니다 아저씨, 저는 정말로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술이 점점 더 취해오네요. 이제 더이상 쓰기도 힘이 듭니다.

 

펜을 놓고 잠자리를 청해야겠습니다.

 

매일밤 그녀를 만나면서도 매일 그녀를 만나지 못하는 마음이

 

조금씩 사그러들기를 슬며시 바래보며 이만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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