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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男水女 - 1. 목성으로 간 남자, 수성으로 간 여자

김세호 |2007.01.12 21:48
조회 112 |추천 1


 

 

 

  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다른 천성(天性)을 타고 난다는 요지의 화남금녀(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서적이 한 때 전세계를 떠들썩 하게 만들었었다. 화남금녀(火男金女)를 통해 남성과 여성들은 상대 이성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되었고, 서로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기회를 얻기도 하였다. 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 역시 인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같은 인간으로서 남녀가 갖는 공통점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든 여자든 지구 상에서 살아가는 피조물로서, 또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과 덕성과 사회성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여성도 남성도 자신의 존재 가치를 구현하기 위하여 삶을 살아가며 똑같은 존엄의 대상이다. 종족보존이라는 가이아(Gaia)적 본능과 의무 속에 살아간다. 개인으로서의 행복과 사회적 유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런데 이처럼 인간으로서의 존재감 구현이라는 공통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데 있어 이용하는 수단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에서 남녀의 차이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수 천 년 인류의 역사가 진행되어 오는 동안 개인적 차별성 수준을 넘어 남과 여라는 집단적 차별성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과학과 사회가 인정하는 남성과 여성의 특징이란 것이 바로 그러한 차별성의 징조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차별적 징조들이란 것도 각 사회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생물학적 원인 뿐만 아니라 사회적 원인이 각 사회마다 다른 남녀 징후를 낳았다는 말이다. '화남금녀'가 주목한 것은 좀 더 인류보편적이고 생물학적인 남녀의 특성일 것이다. '화남금녀'식 주석이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남녀 사이의 많은 오해와 갈등을 풀어주는 해법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남금녀'식 주석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남녀갈등의 온전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만이 갖는 고유한 남녀갈등구조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특징은 이렇다. 남성이 여성보다 더 투쟁적이라는 점, 남성이 여성보다 성욕을 해결하고자 하는 지향성이 강하다는 점, 남성이 좀 더 과거와 미래지향적이라는 점, 남성이 덜 종교적이라는 점, 남성은 수리논리적이라는 점, 남성은 경제적 성취보다는 명예와 사회적 지위에 더 민감하다는 점, 남성은 자식을 낳는 것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 남성은 공간보다는 시간에 집착한다는 점, 남성은 물리적 폭력을 더 쉽게 사용하려고 한다는 점, 남자들은 사회적 신뢰가 낮다는 점, 남성들은 차별성에서 존재감을 찾는 점 등이 그러한 예이다. 반대로 대한민국은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더 체념적이라는 점, 여성은 자신의 성욕과 타인의 성욕을 이중적으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좀 더 현재 지향적이라는 점, 남성보다 훨씬 더 종교적이라는 점, 여성들은 언어논리적이라는 점, 명예나 사회적 성취 보다는 경제적 성취를 지향한다는 점, 여성은 자식을 키우는 것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점, 여성은 시간보다는 공간에 더 집착한다는 점, 여성은 언어적 폭력을 더 쉽게 사용하려고 한다는 점, 여성은 개인적 신뢰가 낮다는 점, 여성들은 동질성에서 존재감을 찾는 점 등이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나의 이러한 개인적 분석이 완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남녀의 집단적 특성을 전부 다 갖고 있는 남녀 개인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인식하고 있는 남녀의 특성은 통계적, 경험적으로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우리 사회의 이러한 남녀의 구조적 차이가 우리 사회의 낡은 갈등구조를 낳았고, 또 새로운 갈등을 낳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화성(火星)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을 상징하는 행성이다. 그래서 화성에서 온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뜨거움과 솔직함을 갖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기실 화성은 뜨거운 별이 아니다. 화성은 매우 차갑고 황량한 행성이다. 반대로 금성(金星)에서 온 여성들은 금과 같은 아름다움과 차가움을 지향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기실 금성은 차가운 별이 아니다. 금성은 매우 뜨겁고 혼돈스런 행성이다.

 

  화성에서 왔건 금성에서 왔건, 이제 지구라는 뜨겁고도 차가운 행성에서 살아가는 남자와 여자는 서로 협력하며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맞는 것이다. 화성도 잊고 금성도 잊고 지구를 생각하며 살아가야 한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작금의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고 여긴다. 남녀대립이라는 어리석은 선동에 휘둘리지 않고, 서로 행복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한 남녀가 대한민국 땅에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여전히 이러한 '지구적 공존'을 거부하는 많은 남녀들이 존재한다. 그들만의 반목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이러한 공존 거부 집단들이 많은 사회적 갈등과 문제를 양산하고 있으니 걱정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화성적 단점을 버리고 지구적 장점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단점만을 키워 목성(木星)으로 가려고 하는 남자들이 많다. 자신의 금성적 단점을 버리고 지구적 장점을 발견하려 하지 않고 단점만을 키워 수성(水星)으로 가려고 하는 여자들도 우리 주변에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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