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사람은 참 기억력이 나쁩니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얘기했고 그때마다 꼬박꼬박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또 처음 듣는것처럼 말합니다. 그 사람이 그럴때마다 처음엔 단순히 기억력이 나빠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워낙 다른 사람일에 관심없어하는 그 사람의 성격일뿐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세심하고 꼼꼼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인데, 제가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람은 비 오는 날이면 찾아가는 인사동의 찻집에서 첫사랑과 듣던 노래를 늘 기억해냈고 우울한 일이 있을때마다 먹고 싶어하는 삼청동 국숫집에선 이미 옛사랑이 돼버린 그 첫사랑을 그리워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는 걸,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그 사람은 기억력이 나쁜 게 아니라 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사랑이란... 기억력과 비례하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무의식중에 하는 사소한 버릇까지 내 기억에 스며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