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짜리 시계가 2년 새 5번 섰다면 믿으시겠어요?”
서울 서초구에 사는 A씨는 한 백화점 명품브랜드 매장에서 250만원에 구입한 시계로 속을 끓이고 있다. 구입 석 달 만에 처음 섰을 때는 배터리 문제려니 했지만 계속 말썽이 생기자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매번 본사 점검을 이유로 애프터서비스(AS)에 한 달 이상 소요됐다. 이런 일이 벌써 다섯 번째. A씨는 “2년 중 4분의 1은 시계 없이 지낸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명품브랜드’가 소비자를 울리는 꼴이다.
B씨는 200만원짜리 화이트골드 목걸이를 구입했는데, 6개월도 안 돼 펜던트 부분이 누렇게 변했다. 매장에 가져가 수선했으나 16만8000원을 내야 했다.
면세점에서 20만원짜리 귀걸이를 구입한 C씨는 착용 몇 번 만에 접촉 부분이 떨어져 백화점 매장에 AS를 요구했다가 수리를 포기했다. 유럽 본사에 맡겨야 하기에 3개월 이상 걸린다는 설명에 질려서다.
D씨는 해외 매장에서 152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예물로 구입했다. 전 세계 매장이 있는 명품브랜드여서 AS 걱정이 없다고 현지 직원은 설명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알이 떨어져나갔다. 국내 매장을 찾았으나 만만찮은 수리비를 내야 했다.
D씨는 “원래 수리비가 60만원인데 구입한 지 얼마 안 돼 50%인 30만원만 내도 된다고 직원이 선심 쓰듯 말했다”며 “싸구려 반지도 한 달 만에 알이 떨어져 나가지는 않는다”고 불평했다.
◆AS가 힘든 이유=국내 유명 브랜드는 요즘 수선과 교환, 환불에 인색하지 않다. 네티즌의 집중포화를 맞는 경우가 많아 고객관리와 AS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선망의 대상인 명품브랜드는 사정이 다르다. 수선이 안 되는 모델이니 수개월 이상 걸린다느니, 또는 소비자 과실이기 때문에 유상수리해야 한다느니 등의 말을 듣게 마련이다.
구입 두 달 만에 전문업체에서 명품가방 손잡이를 수리했다는 E씨는 “교환이나 수선을 요구할 때 주눅드는 고객 심리를 이용하는 매장 직원이 많다”며 “오죽하면 명품수선 전문점이 인기를 끌겠느냐”고 반문했다.
상당수 명품은 국내 AS 체계가 부실하다. 한 PR담당자는 “본사나 아시아지역본부에서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며 “진품 여부도 알 수 없는 제품을 들고 오는 고객이 많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명품브랜드는 백화점에서도 ‘열외’다. 대형백화점 관계자는 “명품브랜드는 정기세일 사은행사 포인트적립 등에서 대부분 제외된다”며 “국내 브랜드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수료를 내지만 백화점들이 서로 ‘모셔’가려 하기 때문에 콧대가 높아 뭐라고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소비자보호원의 조샛별 과장은 24일 “한국지사를 통해 정식 수입된 제품은 PL법(제조물책임법)과 소비자보호방침에 따라 일정 기한 내에서 AS가 가능하다”며 “브랜드만 보고 구입하는 일을 자제하고, AS를 당당히 요구하라”고 당부했다.
권세진 기자 sjkw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