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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첫번째 [일사일언] 이름없는 소리들을 듣다 2007.01.09

명랑씨어터... |2007.01.17 16:24
조회 27 |추천 0
[일사일언] 이름없는 소리들을 듣다 추민주·연극 연출가
입력 : 2007.01.09 00:03 ▲추민주·연극 연출가 동인제 극단에서 활동하고 있어도 연출이라는 이유로 내 이름 석자만 알려지는 것이 너나없이 마음 불편한 일이었다. 3년 동안 혼자서 작가와 연출을 맡아 오다가 드디어 동료가 연출을 맡고 나는 처음으로 제작감독 겸 무대감독 일을 맡게 되었다.

극장 열쇠가 숨겨져 있는 세 번째 서랍을 열 때 나는 소리, 아무도 없는 극장에 손전등을 비추면서 들어갈 때 나는 내 발자국 소리, 조명기를 풀고 조이느라 나는 소리, 연출이 결정을 내리는 동안 엄지손톱을 물어뜯는 소리, 숨 막히도록 짧은 시간 안에 무대세트를 전환하고 배우의 가발을 씌워주고 다음 소품을 대기시키느라 숨죽여 걷는 무대전환수들의 발걸음 소리…. 연출처럼 객석에서 무대 안을 살피는 대신 극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동안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기획자는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극장 로비에서 적당한 두께의 옷을 입고 서 있었다. 백스테이지 한편에서는 작곡가의 우아한 모습을 벗어 던진 채 일손을 돕기 위해 새벽시장에서 물건을 잔뜩 짊어지고 온 친구한테서 나는 땀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분장실에서는 ‘공연 시작합니다’라는 내 큐(cue)에 대답하는 배우들의 긴장된 목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노선락 김윤희 박찬호 임지연 전가람 한아름 오현희 송현정 이초혜 김현진 이지호 최은선 신두영 최세연 김성현 백미라 장유경 배윤범 오미영…. 연출을 맡느라 내가 미처 듣지 못하는 동안에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써본다. 내가 몰랐던 당신들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들을 수 있게 된 것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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