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음악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음반시장이 예전에 비해서는 불황이지만 꼭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첫째, 10년, 20년 전에는 지금처럼 재미있게 즐길 만한 다양한 문화 컨텐츠가
없었습니다.(참고로 저는 30대 후반입니다.)
기껏해야 방송 3사(MBC,KBS,TBC)의 공중파 방송과 헐리우드 일색의 영화,길거리의 오락실과
당구장정도...그중에서 음악은 그나마 수준높은 문화생활에 속했습니다. LP한 장 사서 들고 돌아올 때의 뿌듯함이란....ㅎㅎ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한국영화? 대~단합니다. 미국이 지구를 지키던 저 80년대에
수퍼맨, 로보캅 보고 감동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요즘 한국영화 훌륭합니다.
뮤지컬? 요 몇 년 사이에 놀랍도록 발전했습니다. 게임? 리니지 한번 안해본 한국 젊은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게다가 헨드폰, 인터넷이 생기면서 놀꺼리는 거의 무한대로
늘어났습니다. 지금도 씨디 사는 사람은 삽니다. 하지만 음악만 듣기에는 좋은 놀꺼리 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둘째,한국의 음악수준? 분명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물론 MR틀어놓고 콘서트 하는 게 라이브로 하는 것보다는 못하겠죠. 하지만 한국의 음악은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춤으로 승부하는 댄스음악도 있지만 분명 댄스음악도 즐거움을
주는 게 사실입니다. 음악을 깊이있게 알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보사노바나 애시드 재즈
억지로 들려줘 봐야 잘 모릅니다. 저도 중학교때 매일 마이클 잭슨 춤 흉내내고 보이조지
노래 부르고 다녔습니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을 반드시 가치 척도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좋은 것은 단지 좋은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한국엔 댄스가수만 있는 게 아닙니다.
클래지콰이도 있고 오리엔탱고도 있습니다. 임형주도 있고 신관웅 밴드도 있습니다.
시퀀싱(쉽게 말해 컴퓨터로 만드는 음악)으로 만드는 음악도 있지만 시퀀싱이던 리얼연주던
중요한 건 결과물의 수준이지 만드는 과정이 아닙니다. 예전엔 음악하는 사람들도 버클리가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너무 유명하고 많이 가는 곳이라
정식으로 졸업해도 뭐 그다지 알아주지도 않습니다. 조용필도 훌륭하지만 지금은 뮤지션들의
음악적인 토대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두텁고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다양한 쟝르의
음악을 다양한 사람들이 즐기고 듣고 있습니다. 다만 대중적이지 않을 뿐이지요.
셋째,음악시장은 과도기에 있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튠스를 만들자고 전세계의 유명 음반회사들 사장들을 모아놓고
일장 연설을 했을 때 우리같으면 '제살 깎아먹는 짓을 왜 하려고 그사람들이 거기 모였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어차피 대세는 디지털입니다.
편리한 것을 버리고 일부러 불편한 것을 고집할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불법 복제를
넋놓고 바라보고만 있지 말고 차라리 합법적으로 편리하게 듣게 하자....이게 스티브 잡스의
생각이었고 거기 모인 사람들도 동의한 것입니다. 씨디밖에는 들을 방법이 없었을 때, 사람들은
한두곡 듣기 위해 한 장을 사는 게 아까웠지만 음반을 만드는 사람들도 한두곡 팔기 위해
10여곡을 만들어야 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그래서 어떤 곡들은 정말 대충 만들어 곡
수를 채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싱글앨범이 잘 팔리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시장은 합리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듣고싶은 음악만 사면 되고
음반사는 잘 만든 한 두 곡만 팔면 됩니다. 소비자나 음반사나 불필요한 돈을 줄일 수 있어
좋습니다. 김건모, 조성모의 앨범이 100만장, 200만장씩 팔리던 좋은 시절이 있었지만
그건 정상이고 최고로 히트해봐야 10만장, 20만장밖에 안나가는 요즘은 비정상인 것일까요?
어쩌면 그때는 음반시장의 피크였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늘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음반사들의 수익구조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불법 다운로드를 막고 벨소리, mp3등
다양한 판매루트를 개발해 유료화했기 때문입니다. 예전같은 영화를 누리지는 못하겠지만
꾸준히 음반을 제작하고 수익을 낼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이승환씨가 mp3일색의 음악감상 방식을 개탄하며 더이상 음악을 씨디로 제작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걸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물론 정성들여 녹음하고 밤을 새서 믹싱한 고음질의 음악을
mp3같은 포맷으로 듣는 게 마음에는 안들겠죠. mp3도 여러가지 포맷이 있지만 씨디만은 못한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로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리고 감동을 전하기에는 mp3라고 결코 더 못하지 않습니다. 1960년대 이전에는 모든 음악이 모노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라고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감동하지 않았을까요? 그때에 비하면 mp3는 기적이나 다름 없습니다.
문화가 다양해지고 감상방식이 편리해지고 있는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음반 시장이 예전에 비해서는 불황일지 몰라도
문화 전반을 두고 봤을 때 그것은 어쩔수 없는 변화라고 봅니다. 사람들의 호주머니는 늘 한계가
있습니다. 모든 문화를 다 향유할 금전적,시간적 여유가 없는 대중들은 최대한 합리적인 방법을
찾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분명 우리의 음악, 우리의 문화산업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화 전반의 이러한 발전이 없었더라면 요즘 다소 주춤한 한류라는 현상 자체도 애초에 없었을 것입니다. 희망을 가지고 좀 더 지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