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lling Time
분명 '남는' 시간은 있다. 뜻하지 않게 공중 부양한 시간.
계획이 없는 시간?
계획도 없지만 시간을 알차고 즐겁게 보내는 그들만의 방법
빈 벽에 그리는 시간 바쁘다. 바쁘다를 후렴구처럼 입에 달고
'죽을 시간도 없다'고 엄살을 부리며 살지만 가끔 민망하게도
'죽여야 할' 시간이 생기기도 한다. 이 약속과 저 약속 사이, '거의다 왔다'는 뻔한 거짓말을 인내해야 하는 타임.
예전에 쓸데없이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을 펴기도 했지만 이태준의 에 담긴 첫 신문 '
벽壁'을 읽은 후로는 주변의 빈 벽을 찾아 무념무심으로 바라보는 재미에 빠졌다. "뉘 집에 가든지 좋은 벽면을 가진 방처럼 탐나는 것은 없다. 넓고 멀찍하고 광선이 간접으로 어리는, 물속처럼
고요한 벽면."
서울 시내에서 이런 빈 벽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지만 그래도 조그맣지만 그림 한 점 걸어놓은 빈 벽면은 어디든 있다. 멀찍하고
은은한 빈 벽을 바라보는 맛, 물맛처럼 밋밋하지만 소란스러운
마음이 저절로 고요해지는 아주 고요한 시간 죽이기 방법이다.
에디터 김은주
달콤한 인생을 위한 '문자질' 시간을 '죽이는' 일이 우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철칙이다. 뭐 신나는 일 없나 하고 '킬링타임용'행위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료하고 우울한 행위인데 그 행위를 실천하는 과정마저 우울하다면 정말이지 죽을 맛일 터다.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쳐 내가 발견한 킬링타임용 행위는 '문자질'이다.
단, 여기에는 몇 가지 확고한 철칙이 있다. 1 문자질의 대상은 근래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햇던 소중한 사람일 것. 2 '잘지내시죠?' 혹은 '잘 지내니?'와 같은 평범하고 지리멸렬한 문구 대신 위트와 유머, 무엇보다 진심을 담을 것. 3 받은 답신에는 또다시 답신을 보내줄 것,
이런 철칙을 갖고 '문자질'을 하다 보면 한동안 소원하던 이와 나 사이에 다시 감정의 강이 흐르고, 인생사에서 진정 소중한 이는 돈도, 성공도 아닌 '사람'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내 주변의 사람을 알뜰살뜰히 돌보는 법. 무료한 시간은 죽이되 인연은 다시 살리는 '문자질'을 기억하자.
출판기획자 박상천
남은 시간이 있다면 나눠라 이 남자의 시간 죽이는 방버에 한없는 경외를 보낸다. 회계부에서 10년을 근무한 그는 수개월 전 영업사원으로 새 출발을 했다. 전에 없던 시간 활용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면서 환자가 많은 월요일에 병원을 방문하는 제약사 영업사원이 결코 반가운 존재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래서 오갈 곳이 없는 월요일 점심시간 무렵에 시간 때울 일을 찾았다는 것이다.
맹인들을 위해 보이스북을 녹음하는 자원봉사다. 그의 대답은 '시간이 있으니까'라는 단문이지만 4년 동안 '한글서당'이라는 야학에서 그가 어머니뻘 학생들에게 한글을 지도하는 모습을 목격한 나로서는 그가 또 다시 '나만의 시간'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있음에 홀로 감동을 먹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의 실현일 뿐이라며 소개되는 것조차 부끄러워했다. 이런 일로 그의 소중한 시간을 죽일 수 없어서 이렇게 대필한다.
삼진제약 사원 이진석
내 인생의 나침반, 이력서 검토하기 최근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대략 이런 것이다.
"꿈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직접 종이에 서서 수시로 갖고 다니며 꿈을 점검하라!" 꿈도 막연했을 뿐 아니라 그 꿈을 실행하는 과정 역시 치밀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요즘 나는 '죽일'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이력서를 검토한다. 올한 해 내가 잘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채우지 못한 부분은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살피다보면 소중한 성찰의 시간이 되는 듯하다.
언젠가 우리 회사 간부가 그러더라. 빠른 일상의 속도에 맞춰 살다 보면 앞을 볼 시간은 있는데 돌아볼 시간이 없다고, 주변에 널려 있다시피 한 '킬링타임용짬'을 잘 활용하는 지금, 나는 이미 성공한 부자가 된 듯 기분이 좋다.
웹디자이너 장윤지
-DOVE 에디터 한지희 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