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기억창고의 일부-
가장 깊숙한 곳에 꽁꽁 싸매 넣어 둔 기억.
비도 오고 , 흐린 날씨
그를 만나는게 오랜만인건 아니지만 , 어쩐지 만나면
오랜만인것 마냥 즐겁고 반가웠다.
그와 나에 주된 대화는 우울한 이야기다.
이상하게도 평소 피하는 대화를 그와 만나면 꼭 하게 된다.
나는 그를 위로하고 , 그는 나를 위로해 준다.
우린 서로 공생공사 하면서 돈독해 졌다.
그는 냉정하고 , 차갑다.
상냥하고 친절하지만 강하다.
냉정하고 차갑지만 가끔 제외도 있는 법 ,
"상냥한 사람.. 너무 좋아요 , 그래서 자꾸 좋아져요."
"상냥한 사람...무섭고도 강한 사람이지."
그는 아이러니한 말로 나에 머리를 헤집어 놓는다.
늘 그랬지만 , 이런식으로 내 머리를 뒤집어 놓을 때는
그리 많지 않았다.
"무섭고도 강해?"
호록-마시던 커피잔을 내려 놓으며
편한 자세를 취하려는지 무릅에 깍지를 낀체 말한다.
"응 , 무섭고도 강해.상냥한 사람은 강하지...아주 강해.
강한 마음으로 상대를 감싸안으니까...하지만 무섭게도 그 상냥한
사람은 너를 죽일 수 도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군요..."
"그래 , 상냥한 사람들은 사랑만을 받고, 아픈것은 모르지.
그래서 상냥한 마음으로 감싸주고 , 무심코 던진 말로
너는 죽일거야."
아-하고 반쯤 입을 벌리고 나는 무척이나 공감한 표정을 지었다.
"상냥한 사람은 ... 니가 바라는 그런 사람은 없어. 니가 바보인거야."
나는 멍한 표정으로 티스푼으로 커피를 한번 저으며 말했다.
"...지금 무척 상냥한거 알아요?"
"아니 , 나는 상냥하지 않아...나는 항상 악역이니까 ."
그늘진 표정이 안개처럼 퍼진다.그리곤 담배 연기처럼 흩어진다.
"아니요..그렇지 않아요. 나한텐 한번도 그런적 없어요..."
"그건 너를 아끼니까 , 바보처럼 착한 너를 잃기 싫으니까.
어쩌면 조금은 니 말대로 나도 그 상냥한 사람에 속하는지도..."
어깨를 으쓱-하고 항상 그랬듯 담배를 손에 든다.
그는 지독한 골초다.
그는 담배 만큼 좋은게 없다고 한다.
"아니요... 아니에요.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해요."
그가 입가에 미소를 짖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 세상에 상냥한 사람은 없단다...니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은 너 하나야 , 사람이 친절을 배푸는데는 모두 이유가 있어.
자신들의 심리적 만족 , 은혜에 대한 보답을 받길 바래서...그 외에도 이유는 많아.그런데 아쉽게도 니가 생각하는 ... 마냥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은 없어."
"직시 할게요...하지만 , 난 찾고 싶어..."
"난 , 너 하나가 좋다."
그가 나를 필요로 하고 , 나를 아껴주고 , 생각해 줘서 기쁘다.
그만은 나를 보듬어 주고 슬프지 않게 한다.
유일한 사람 , 그래서 내게도 유일한 의미에 사람이다.
사랑받고 싶다.
그래서 나는 그를 찾는다.
나는 , 그도 애정결핍...
우린 서로 친절한 사람을 찾는다.
오늘도 그는 나를 찾는다.
사실 언제적 기억인지 모르겠다.
영화 필름처럼 그의 표정과 음성이 또렷하게
기억나는거 뿐...
내 머릿속은 참으로 이상하게 몇십분간의 대화와 표정을
고스라니 기억한다.
평소 활용도 있게 쓰일, 공부에는 요만큼도 기억력을 살리지 않으면서 이런 무의식적인 일상 혹은 낙엽에 비유 할 만한 것 들은 뇌에 꽉 찰 만큼 기억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