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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탕과 열탕사이] 35장. 질문하라, 열릴 것이다

정은이 |2007.01.31 21:40
조회 46 |추천 1

 

으로 깨닫는 연애의 속성

 

 

연애라고? 히히히힝, 그거 정말 웃기는 코미디지! 안 그래?

 

 

몇 번인가 연애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작스러운 깨달음과 함께 도약의 시기가 온다. 나에게 그 깨달음은, 바로 이것이었다. 아, 연애라는 건 코미디로구나!

 

그러므로 연애에 대해 제대로 간접경험하고 싶다면, 영화, 드라마, 책 외에도, 반드시 시트콤을 함께 보라고 권장해주고 싶다. 지금 당신이 봐야 할 시트콤은 이다. 이 시트콤 속에서 서 선생의 눈물겨운 연애는, 코미디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코미디다. 앞으로 몇 년간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명대사 “저 닳고닳은 여자예요!”를 외치고 나서 금세 소심 모드로 돌아가, “저 닳고닳은 여자 아니거든요?”라고 울먹이는 그녀는, 눈물과 웃음의 결정체였다. 누가 그녀의 순진함을 비웃을 수 있을 것인가. 눈물을 글썽이며 웃어보지 않은 자, 연애에 대해서 논하지 말지어다!

 

 

소심한 사람들의 오해 소동극

 

해바라기 서 선생이 드디어 이 선생과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그러면 이제부터 코미디 끝, 로맨스 시작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이 선생과 함께 석모도로 놀러가면서, 서 선생의 마음속엔 갖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왜 하필 섬이지? 배 끊기고 방 하나밖에 없는 그런 닳고닳은 꿍꿍이? 혹시 이 선생님은, 정말로 나를 닳고닳은 여자로 생각하시는 걸까? 마음에 품은 의심이, 공교롭게도 하나씩 맞아떨어지면서, 그녀의 불안감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다. 자, 이제 코미디가 시작될 타이밍이다. 이 선생이 방에서 나가버린 것도 모르고, 벽을 향해 하소연을 시작하는 서 선생, 그동안 못했던 말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저도 이선생님 좋아해요. 근데 이건 좀 아니잖아요! 뭐 오해하셨나본데요, 저 닳고닳은 여자 아니거든요? 저 지금 매우 당황스럽거든요?” 때마침, 벽에 세워둔 짐이 넘어지면서 서 선생의 다리 위에 툭 떨어지는 순간, 오해로 빚어진 이 소동극은 절정에 달한다. “이 선생님? 정말 왜 이러세요? 다리 좀 치워주세요! 이 선생님 자꾸 이러시면 저 정말 실망할 것 같아요! 이 선생님 원래 이런 남자였어요? 저 정말 선생님이 이런 줄 몰랐는데! 그래서 좋아한 건데! 이런 남자였으면 정말 안 좋아할 거예요! 이 선생님!” 이불 속에서 터져 나오는 그녀의 절규는, 아무 일도 일어날 리 없는 이 조그만 방의 부감샷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근사한 ‘부조화’를 만들어낸다. 기가 막힌 ‘시추에이션 코미디’의 라스트 신이었다. 짝짝짝짝짝.

 

이 선생은 아무 의도도 없었는데, 서 선생 혼자 북 치고 장구 쳤던 이유가 뭘까? 그것은 서 선생이라는 캐릭터의 9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소심함 때문이다. 상대방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속으로는 궁금해 죽겠으면서 정작 물어볼 용기는 없기 때문에, 혼자서 이런저런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거다. 혼자서 펼치는 상상이다 보니, 오해가 빚어지는 게 당연하고, 그것이 바로 코미디를 만든다. 남의 코미디를 보는 건 재미있지만, 내가 그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선, 약 9퍼센트 정도의 소심함을 버릴 필요가 있다. 어렵다는 거 안다. 천천히 시작하는 거다.

 

 

모르는 건 물어보세요

 

 

여봐요, 남자들.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나와 함께 를 번갈아 맡아주고 계신 연애도사 김태훈 도사께서, 남성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여성들에게 이런 복음을 전파하신 바 있다. “이해가 안 되면, 암기하세요.” 이 말을 듣고서, 단순한 해답이 주는 감동을 온몸으로 느껴봤기에, 나도 한 번, 그런 교육지침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모르는 건 물어보세요.” 물론 이 말은, 하고 싶은 말의 10퍼센트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것이다. “점심 뭐 먹었어? 누구랑 먹었어? 그게 누군데? 아까는 왜 전화 못 받았어?”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는 걸 좋아하는 분들은, 다른 강의를 들어주시길 부탁드린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던 때가, 예전엔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요즘의 연애는 분명 질문을 필요로 한다. 나 같은 경우, 괜찮은 남자가 나에게 접근했을 때, 반드시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혹시 여자친구 있으세요? 결혼은?” 그렇다. 시절이 하수상하다 보니, 이런 질문도 필요하게 된 거다. 내가 뻔뻔한 걸 수도 있겠지만, 이 질문은 실로 유용해서, 시간과 감정의 낭비를 효과적으로 줄여주었다. 물론, 그 단계를 지난 뒤에도, 새로운 질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주말마다 즐겁게 데이트를 하고, 그때마다 찍은 커피빈 핑크카드가 열두 칸을 다 채웠을 무렵 떠오르는 질문. “지금 우리, 사귀고 있는 걸까?” 이거 정말, 물어보기 껄끄러운 질문인 거다. 그렇다고 그 질문을 안고 끙끙거리다 보면, ‘이 죽일 놈의 연애 꼭 해야 하나’라는 의심이 생기기 마련. 연애?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러므로 당신은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리 지금 사귀는 건가요?”라는 직설적인 질문은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약간의 스킬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농담과 진담을 적절하게 섞는 기술 말이다.

 

예를 들면, 나와 주변인들 사이에서, “너 나 좋아하냐?”라는 말이 유행어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 말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티셔츠에 찍어서 입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뭐 결국은 흐지부지되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이런 식의 농담은, 부담 없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상대방도 장난스럽게 받아들이면 어떻게 하냐고? 상관없다. 당신에게 약간의 센스만 있다면, 상대방의 반응에서 진실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대답은, 진실을 담고 있다

 


"이 중에는 진실을 말한 사람도 있고, 거짓말을 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도 진실을 말한 거나 다름없어요. 거짓말에는 이유가 있을테니까."

 

 

애거서 크리스티가 탄생시킨 탐정 에르큘 푸아로는, 탐문수사의 일인자다. 그는 늘,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서 사건의 실마리를 잡는다. 그는 이런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이 중에는 진실을 말한 사람도 있고, 거짓말을 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도 진실을 말한 거나 다름없어요. 거짓말에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당신에겐, 질문하는 용기뿐 아니라, 상대방의 대답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센스까지 필요하다는 거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런 센스는, 질문의 경험이 쌓이면 저절로 생겨나는 법이니까.

 

여기까지 얘기하고 보니, 내가 퍽이나 똑똑하게 연애를 하고 있는 것처럼 돼버렸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농담을 섞어서 할 수 없는 질문들도 분명히 존재하니까. 나에게도 여전히, 물어보기 힘든 질문이 있다. 그것만 마스터하면, 내 연애도 몇 단계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 싶지만. 아무래도 그건 요원한 일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듣는 사람도 없는 텅 빈 방에서, 벽을 향해 하소연했던 서선생처럼 소심하게 여기다 물어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린, 여기서 끝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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