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ㅡ
주위를 둘러보았을때 제 또래에 비해, 많은 것이지요,
제 핸드폰 속에서 아빠는 대통령, 엄마는 영부인, 우리집은 청와대랍니다ㅡ,
첫째동생은 국방부장관입니다,
집안에서 제일 권력이 셉니다,
둘째 동생은 보건부장관입니다,
안아픈 곳이없어, 일년 365일 골골 앓아댑니다,
셋째동생은 핸드폰이 없어, 저장된 이름이 없어요,ㅋ
오늘도 저는 이 셋째동생의 가방을 몰래 훔쳐나왔습니다ㅡ
저랑 나이차이가 15살이나 난답니다ㅡ
제가 서른이 되면, 중학교 2학년이 될 것이고ㅡ
제가 마흔이 되면 학사모를 쓰고 있겠지요ㅡ
딸 셋에 아들 하나를 뒤 늦게 얻은 우리 가족은 이 막내 동생 때문에
웃음이 끊일날이 없답니다ㅡ
오늘도 남동생이 잠자는 틈을 타 가방을 훔쳐 나왔습니다.
타지에서 공부를 하는 저와 첫째 동생은 한 달에 두어번 집으로 내려오기에
늘 감회가 새롭습니다ㅡ
파란색의, 작고 귀여운 가방의 지퍼를 열어 꺼낸 것은
동생의 일기장 ㅡ
일년 전 쯤, 한창 막내 동생이 발음 나는 데로 한글을 쓰며 우리를 웃겨줄 무렵의 일이 생각납니다ㅡ
전 '사랑해'란 글자를 적어주며 따라 쓰라고 했습니다,
동생은 그 작은 손으로 연필을 부여잡고 사, 랑, 해 를 쓰려다가, 잠시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동생 왈 : 큰 누나야, '사'는 '사다리'의 '사'제?
나 왈 : 응.
동생 왈 : 그럼 해는 밖에 떠 있는 해~?
나 왈 : 응.
동생 왈 :(랑을 한참 고민하더니)아~그럼 '랑'은 '잘랑체'할때 '랑'이가?
나 왈 : (-_ -);;? 응?
잘난체를 잘랑체라고 합니다,
짜식~, 어린 나이에도 음운 변동 규칙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ㅡㅋㅋ
몇 달 전에는 자기 공책에 나름, 소중하게 ○○초등학교를 ○○초들학교 로 써놓고
발음을 초들학교라고 하는겁니다ㅡ;;;
동생 왈 : "큰 누나, 나 ○○병설유치원 졸업하면 ○○초들학교로 가는거야? "
원 위치로 돌아가, 일 기장을 펼쳐보아야겠습니다,ㅡ
요즘 제 막내 동생은 제가 자취하는 집으로 놀러오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는 듯
늘 노래를 부릅니다, 사랑한다고ㅡ
동생 왈 :"누나,사랑해 ~ 근데 나 엄마 말 잘들으면 놀러가도 돼?"
엄마와 짜고 친 고스톱으로 유람을 오게 된 날이면 상황은 급변합니다,
금새 협박범으로 돌변하지요, 제 자취방으로 오면 이렇게 협박을 합니다.
동생 왈 : "누나, 나 말 잘들으면 뭐해줄꺼야? (-_ +)"
숭악한 녀석,
표정이 순진했다면 영특했겠지만 제 동생의 표정은 무언가, 테러와 분쟁속에
타협점을 찾아보자는 무언의 압박과 협박이 들어있습니다. 영악한 녀석,ㅡ
그 시점의 일기를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앞뒤 문맥, 접속사, 문법, 받침 등등 나름, 생각해서 쓴듯합니다ㅡ
7월 5일 수요일, 흐림
나는 이제 두 밤만 자면은 누나집에 간다. (짜식, 설레었나 봅니다ㅡ)
나는 태극전사들이 열심이 싸워주새요. (응? 갑자기 태극전사? )
또 불근악마는 열심이 응원하새요.(나름, 다 끝난 월드컵 응원의 당부인가?)
이게 제 꿈이에요. (언제는 탑블레이더가 되겠다더니? 응? 꿈ㅡ 참, 소박하여라ㅡ;)
나는 너무 추웠다. (갑자기, 춥답니다,;; 이 무슨 짜임새 상실 인가;)
아직도 발음나는대로 쓰는것이 좋은가 봅니다.
내일, 비가 많이 온다는데ㅡ
또 유치원 가기 싫다고 장화 벗어 던지지는 않을런지,;;;;
동생 볼에 뽀뽀나 쏟아주고 자야겠습니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