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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경제론, 그네노믹스(그네이즘)의 결정판인가?

최용일 |2007.02.09 18:09
조회 68 |추천 1
 사람경제론, "가진 사람의 경제론"은 아닌지?



지난 5일 박근혜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밝힌 [사람경제론]은 이른바 [그네노믹스]요 [그네이즘(ghism)]의 경제적 실천론이라고 생각된다. 국가기강 확립, 규제철폐, 국가 신뢰도 제고 등을 실천 전략으로 하고 있으며, 수도권 규제완화, 출자총액제한 제도 폐지, 감세정책 등의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그런데 여기 몇 가지 논리적인 모순과 결함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7% 성장잠재력 달성목표로 제시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공교롭게도 7%란 숫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에 써먹었으나, 임기 내내 7%는 고사하고 5%도 달성하지 못해 스스로 용도 폐기한 카드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경쟁자인 이명박도 7%를 공약으로 제시했으니 7%가 무슨 이상향쯤 되나 보다 하고 그냥 웃으며 넘어가련다.


둘째, [사람경제론]의 철학과 논리적 근거는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성장잠재력을 7%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말한 배경이 되는 것이 바로 이 [사람경제론]에 대한 믿음일 것이기 때문에 그 기반이 흔들린다면 7% 달성은 애시당초 [빌 공자 공약]이라고 해야 될 것이다.


박근혜 캠프가 같은 여성이라고 특별히 좋아하는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를 연상케 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철학에다 지식기반경제론을 교묘히 접목시킨 것이 [사람경제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박근혜 캠프에서도 '사람 경제론'이란 성장의 동력을 사람에게서 찾고, 사람의 행복을 최종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내가 인적자원과 지식스톡을 중시하는 지식기반경제론을 따르는 것이라 하는데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이론은 지식기반 경제론의 기초가 되었고, 지식기반 경제론은 90년대 클린턴 정부의 실리콘밸리발(發) 경제 부흥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신지식인을 배출하니 뭐니 하면서 호들갑을 떤 기억이 날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 지식기반경제이론이 어떤 처지에 있는가? 1960년대 이래 국제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지식기반 경제'라는 개념이 1990년대 봇물처럼 터지는가 싶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경제가 선진화할수록 농업이나 제조업은 쇠퇴하고 서비스업처럼 머리를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지식기반경제 구조가 등장한다는 이론적 토대가 21세기 초에 들어오면서 무너지기 시작하자 지식경제 신화도 하나 둘씩 깨어지고 있다.


인도는 지금 '선진국=지식경제'라는 등식을 깨면서 아시아 3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수십만에 이르는 인도의 컴퓨터.정보통신 인력은 저렴한 임금을 무기로 미국과 유럽의 지식경제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연구개발 분야에 자체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제조업은 제3국에 맡겨도 좋다는 지식산업 논리는 미국의 제조업을 심각하게 쇠퇴시켰고 일본은 절대 그러지 아니한 결과 10년의 긴 잠에서 깨어난 것이 아닌가?


지식기반 경제학이 지금 사양학문이든 말든 각설하고 사람 경제론을 들고 나왔으면 사람, 인적자원이나 지식산업에 대한 투자 얘기를 하고 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출발점일 것임에도 박근혜가 제시한 실천전략과 정책방향은 전혀 동떨어져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국가 기강과 법질서 확립, 불필요한 규제 철폐, 외교안보 역량 강화에 의한 국가 신뢰도 제고, 수도권 규제철폐, 출자총액제 폐지, 감세제도 등을 들고 나왔다. 그런 것 역시 중요하지만 사람경제론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 의문이다.


국가기강과 법질서를 확립하여 전교조를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규제철폐 차원에서 교육제도에 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하여 학교교육을 자율화하고 수도권의 대학설립을 자율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머리로는 기껏해야 인적자본 투자를 통한 지식스톡을 축적하는 데 쓸 수 있는 실천전략과 정책이 그 정도다. 그 이상의 화려한 세기를 발휘할 수 있는 NQ지수(Network Quotient)를 기대하라는 것인지, 숨겨진 실천전략이나 방책이 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셋째, 논리상의 오류라든가 내재적 모순점은 없는가 하는 점이다. 출자총액제 폐지나 수도권 규제완화를 겨냥하고 있는 불필요한 규제철폐라든가, 감세정책은 말 자체로 보아서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내재적 모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출자총액제 폐지와 관련하여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있어야 되는 이유는 소수지분으로 국가 경제기반을 좌지우지 하는 재벌체제 때문임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를 폐지한다는 것은 재벌에 대한 특혜를 더 확대해 주는 것이니 [사람경제론]은 재벌대기업을 위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명박의 정책은 대기업 위주여서 문제가 있고 자신의 정책은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이라고 하는 것이 내재적 모순의 하나인 것이다.


또한 수도권 공장입지를 규제하는 이유는 수도권 과밀화의 폐해를 막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경제론]은 수도권을 살리고자 수도권의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하니 지역간 양극화를 더욱 깊게 할 소지도 없지 않은데, 행정수도와 관련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주장해온 점과 내재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세론은 한나라당이 줄곧 주장해온 것이므로 그 자체로서 당론과의 일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금을 적게 낸다는 것이 부자와 고소득자에게는 단비 같을지 모르지만 세금 걱정할 필요가 없는 서민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럼에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감세정책을 이유없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대권후보들은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포퓰리즘으로 감세정책을 누구나 들고 나온다. 그러나 감세하면 재정이 부족할 텐데 그렇다면 교육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외자유치, 아니면 수익자 부담?

 

 

국가기강과 법질서 수호라든가 국가 신뢰성 제고라는 목표는 사실상 [사람경제론]과 관계없이 어떤 국가든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을 경제공약에 넣었다는 것이 우습지만, 누구나 해야 할 일이고 중요한 일이니 그냥 넘어가자. 규제완화와 감세정책은 대처리즘이나 레이거노믹스를 신봉하는 자들의 신자유주의적 발상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IMF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기도 하지만 이것도 논외로 하자. 지식기반 경제학이 지금은 사양학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논외로 했듯이...


다만 재벌 봐주기, 수도권 봐주기, 부자 봐주기를 하면서 어떻게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키며 가난한 서민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것인지, 그것이 사람 중심 성장이고 사람경제론이라면 아마도 “가진 사람 중심의” [가진 사람의 경제론]일 것이다.


향후 전개되는 대선 국면에서 성장 우선론자와 분배 강조론자 간의 논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관측이며, 그 논쟁에서 성장우선론이 힘을 받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쨌든 성장보다 분배정책에 기울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서민경제가 여전히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 성장 지상주의론자들로 하여금 70~80년 대 고도성장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주장을 마음 놓고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경제론]은 성장우선론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에 편승하여 신자유주의를 교묘히 짜깁기한 것일 뿐 [사람경제론] 본연의 색깔인 지식기반경제론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그네노믹스가 “그네타기 경제학”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역시 경제전문가가 아닌 경제지도자의 2% 부족함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추천수1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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