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기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두 사람.
갑자기 우산이 남자쪽으로 휙~ 기울어 집니다.
우산속으로 들어가 보면 남자가 우산대를 잡아당기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죠.
-야, 나도 좀 쓰자. 니 어깨만 어깨냐? 내 어깨는 참깨, 들깨냐?
그러자 여자는 다시 우산대를 낚아채며,
-어우~ 오빠, 옷 다 젖잖아
비가 이렇게 오는데 이렇게 작은 우산을 갖고 나오고 그래~
기가막힌 남자
-야, 이거 내 우산이거든. 싫으면 쓰지 말던가
지는 비 새는 우산 들고 나온 주제에
누가 보면 진짜 싸우나 싶지만 사실 그런건 아닙니다.
그냥 저러고 노는거죠.
말하자면, 친하다고 자랑하는거?
저리가라.. 말해도 오해하지 않을 만큼,
니가 가라.. 말해도 서운하지 않을 만큼,
완전히 친한 두사람만이 저렇게 놀 수 있는거니까..
비 오는 날 티격대면서 놀기는 이어집니다.
이번엔 여자의 공격.
-와~ 오빠 진짜 많이 컸다. 오빠, 그떄 생각안나?
처음에 나랑 만날때 오빠 나하고 감히 우산 같이 쓰지도 못했어.
나한테만 우산 다 밀어주구, 맨날 비 줄줄 다 맞고 다녔잖아.
내가 비 맞는다고 아무리 들어오라고 해도
'아녀요. 저 비맞는거 좋아해요 허허허...' 치!
이어지는 남자의 반격
-야, 그때는 너 하얀원피스도 입고 오고 그랬어
근데 너 지금 입은 옷을 좀 봐봐
야, 너 그거 고등학교 때 입던 체육복이지?
돈주고 산거 아니지?
그리고 내가 그때 뭐 니가 이뻐서 그런줄 아냐?
난 니가 무서워서 같이 우산 안 쓴거야~
넌 니 얼굴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이거봐, 눈이 쭉 찢어져갖구..
여자는 끼고 있던 팔짱을 풀어 허리에 얹더니 여유롭게 그럽니다.
-아~ 그랬어? 내가 무서웠어?
그래서 그날 나하고 뽀뽀할때도 그렇게 덜덜덜 떨었구나
여자의 놀림에 약간 부끄러워진 남자, 목소리가 커지죠.
-그렇지 않..
야, 그럼 넌 안 떨었어?
속눈썹이 파르르 파르르 아주 요동을 치더만
야, 나는 그날 니 속눈썹 부채춤 추는줄 알았어
그 남자의 그 말에 기어이 여자가 웃음을 터뜨립니다.
-풉.. 진짜 내가 그렇게 떨었어?
그 말에 남자도 웃죠
-어, 너 디게 귀여웠어
이것으로 비오는 날의 티격대기 놀이는 끝이나고,
더 친해진 두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우산속으로 들려오는 말들..
-근데 그떄 디게 좋았지~
-그러게.. 우리 뭐 먹을까? 넌 뭐 먹고 싶어?
비 오는날 속삭속삭..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