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이 좀 이상하지만 너무나 산뜻하고 경쾌한 영화이다. 불륜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가볍게 살랑이는 봄바람처럼 이야기를 그려냈다. 아마도 영화는 불륜의 주체인 이슬과 작은새에게만 철저하게 앵글이 맞추어져서 그 불륜으로 인해 고통받는 남편의 심리나 갈등은 상대적으로 아주 미미하게 담아내었기 때문인 듯하다.. 그녀들의 행복한 불륜을 지켜보면서 그 이면의 와해되는 가족을 아쉬워하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 건 관객의 몫이다. 영화에서는 절대로! 그점을 간과하고 넘어가므로..
이슬(김혜수)는 남편 (박상면)이 있는 유부녀이다. 남편은 이미 3년간 바람을 피운 전과?가 있고 홧김에 이슬은 채팅을 통해 이민기를 만난다. 참고로 이민기는 파릇파릇한 대학생으로 등장함. 이슬은 이민기와 부적절한 관계가 되고 박상면은 흥신소 사람들을 써서 불륜의 현장을 덮친다. 그러나 바람을 피웠었던 자신의 과오를 알기에 박상면은 김혜수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나.. 김혜수는 이미.. 이민기를 사랑하게 된 듯하다. 결국에는 이민기가 군대를 가는 것으로 둘의 사이는 종결된다. 다소 싱겁게 해결되 버리는 바람이다. 부디.. 이 이후 이슬과 남편이 서로를 용서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안아 바람이 멈추었기를...
작은새(윤진서)는 대화를 좋아하는 여자이다. 아니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화에 집착하는 소녀같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남편은 결혼한 이후로 대화를 단절했고.. 불쌍한 작은새는 채팅을 통하여 자신과 말이 통한다고 느끼는 이종혁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작은새의 재잘거림을 흔쾌히 받아주던 모니터 안의 그 남자는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모니터 밖의 이종혁은 수컷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 둘의 에피소드들이 영화의 백미이다. 정말 재미있다. 그렇다고 야하지는 않다. ^^ 작은새에게 질린 이종혁은 작은새에게 해외로 파견나간다는 거짓말로 안녕을 고하고, 며칠 후 커피샵에서 다른 유부녀를 꼬시다가 작은새에게 딱! 걸린다.
충격받은 작은새를 위로차원에서 차에 태우고 드라이브가던 이슬은 (이 둘은 여차여차해서 영화중반부터는 아는사이이다. ) 이런 저런 상황끝에 교통사고가 나고 둘은 병원에 사이좋게 입원한다.
이슬 : 남편은 어떤 사람이야?
작은 새 :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우리사이에는 애정이 없어요....
이 대화가 난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공감하게 하고 세기게 한 이슬고 작은새의 짧은 대화였다.
영화에서 이슬과 작은새의 바람에는 나름의 명분이 있다. 바람난 남편이나 의사소통이 막힌 남편을 참아내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므로..
그러나 그 것이 바람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똑같이 주기 위해서 바람을 시작하는 이슬의 방법도 잘못되었고, 대화의 물꼬를 터보려는 어떠한 노력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서 위안을 받으려하는 작은새의 방법도 옹호할 수 없다. 아뭏튼 영화는 너무나 쿨~하게 불륜을 그리다가 바람아 멈추어다오~ 라는 노래와 율동으로 경쾌하게 조금은 쌩뚱맞게 끝맺음을 한다. 두 가정 모두 처음과 같이 (물론 박상면은 상처를 받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가고 둘의 바람 역시 깔끔하게 끝이 나면서... 어쩌면 감독이 말하려 한 것이 그런것이란 생각이 든다. 영화가 상영 내내 즐겁고 유쾌하고 산뜻한 영상과 웃음만을 선사함에 불구하고 씁쓸하고 갑갑해지는 기분. 바람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참@ 이 영화를 심야에 봤는데.. 옆에 나이가 지긋하신 여자분과 남자분이 앉으셨었다. 영화 도중에 여자분이 전화를 받았는데 " 이따걸께요, 여보" 라고 했다. --; 머.. 불과 1년전의 나라면 아는 사이끼리 영화를 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남녀사이에 친구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므로 (모임이 아니라면) 정말 영화 중반 이후로는 옆의 두 사람 때문에 불쾌했다. 두 분 다 영화 보면서 느끼는 바가 있었기를 바란다.. 아무리 가벼운 터치로 바람을 다룬 영화지만.. 당사자라면 와닿는 먼가가 있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