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가진 장애인들을 편중되게 지원했던 LPG 지원제도가 그러했고, 환자나 보험공단이 소비자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건강보험 약제비 제도가 그랬으며, 수급자들의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연간 4조원의 돈을 썼던 의료급여제도가 그러했습니다. 오늘 말씀드리려는 의원·약국의 소액진료비 본인부담금 정액제도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의원·약국에 대한 외래 본인부담 정액제도 건강보험에는 본인부담금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국민들께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면 건강보험이 비용을 지원하지만 일정액을 본인이 지불하게 하여 의료 서비스가 남용되는 것을 예방하는 제도입니다. 본인부담금은 총 진료비 중 일정비율을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입원 환자는 총 진료비의 20%를 본인이 내고, 외래 환자는 의원과 약국은 30%, 병원은 40~50%의 본인부담금을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진료비가 10만원이면 입원환자는 2만원을, 의원 외래환자는 3만원을 내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의원과 약국의 외래에 대해서는 본인부담금을 달리 계산하는 특수한 제도가 있습니다. 본인부담 정액제도가 그것입니다. 의원을 방문하여 처방을 받고 약국을 이용하는 경우 본인부담금은 총 진료비용의 30%입니다. 그런데, 의원의 진료비용이 1만 5,000원 이하일 때는 본인부담금을 3,000원만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약국은 약값을 포함한 총비용이 1만원 이하일 경우 1,500원만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특히, 65세가 넘은 어르신들은 의원 1,500원, 약국 1,200원만 내시면 됩니다.의원과 약국을 이용하는 많은 국민들이 본인부담 정액제도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의원을 이용하는 외래 환자 중에는 81%가, 약국은 62%의 환자들이 이 제도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2005년 내원일수 기준) 의문 1 : 경증환자에게 더 큰 혜택을? 이건 조금 이상한 제도입니다. 혜택을 누가 보는지 따져보면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중증환자보다는 경증환자를, 암이나 만성질환에 걸린 가입자보다는 감기처럼 간단히 진찰받고 며칠만 약을 먹는 환자를 우대하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가 없다면 의원을 찾는 환자는 총 진료비가 얼마이든 30%를 본인이 낼 것입니다. 그런데 총 진료비 1만 5,000원 이하는 3,000원만 내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총 진료비가 1만원~1만 5,000원인 환자들은 본인부담금을 할인받는 결과를 낳습니다. 3,000원~4,500원이 나올 본인부담금이 3,000원으로 묶여있기 때문입니다. 총 진료비가 1만원 이하라면 어떨까요? 30%의 본인부담이 적용되었다면 3,000원 이하로 나올텐데 3,000원을 무조건 내야 되니까 이런 환자들은 손해를 보는 셈입니다. 동네 의원의 진찰료가 초진 1만 1,380원, 재진 8,140원이기 때문에 진료비가 1만원 이하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의원의 총 진료비가 1만 5,000원을 넘어가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본인부담금이 총 진료비의 30%가 되는 탓으로 갑자기 3,000원에서 4,500원 이상으로 뛰어오르게 됩니다. 이것은 감기와 같은 경증질병으로 의원을 찾는 환자는 총 진료비가 대부분 1만원~1만 5,000원 사이여서 본인부담금을 3,000원으로 할인받는 데 반해, 암이나 당뇨병과 같은 중증 만성질병 환자들은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증환자는 진찰료 이외에 검사와 처치를 받아야 하는 만큼 총 진료비가 1만 5,000원을 초과하게 됩니다. 감기환자와 중증환자의 의원 외래 진료비를 조사해 보았습니다. 감기환자는 94.1%가 1만 5,000원 이하의 진료비가 나오는 반면, 암환자는 20.6%, 간염환자는 23.5%, 골절환자는 35.5%만이 이에 해당합니다. (진료비용 기준 분류, 2005년 건강보험) 감기환자는 대부분 3,000원만 부담하는 데 반해 중증환자는 4,500원 넘게 본인부담금을 내는 것입니다. 감기환자보다 암환자에게 더 많은 본인부담금을 내게 하는 것은 건강보험의 목적에 어긋나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약국은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약값과 조제료 등 총 금액이 1만원 이하인 경우 본인부담금은 30%가 아니라 1,500원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총 금액이 5,000원~1만원 사이인 환자들은 원래대로라면 1,500원에서 3,000원까지 돈을 내야 되는데, 실제로는 1,500원만 내는 것입니다. 반면 암이나 고혈압, 당뇨와 같은 중증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15일분, 30일분 약을 타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1만원 이하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5,000원~1만원 사이 금액이 나오는 감기나 복통 등 경증 환자보다 더 무거운 본인부담금을 내는 것입니다. 건강보험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큰 질병에 걸리더라도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거나, 막중한 치료비 때문에 가계가 파탄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소액진료비 본인부담금 정액제도는 반대로 경증환자보다 중증환자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고 있으니, 실로 이상한 제도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소액진료비를 내는 외래환자에게 부담을 더 많이 지게 하려고 만든 것이 본인부담금 정액제도인데 수가가 오르는데도 상한선을 의원 1만 5,000원, 약국 1만원으로 그냥 내버려둔 결과 원래 취지와는 정반대 효과를 내는 제도로 전락하게 한 우리 보건복지부의 잘못이 큽니다. 2005년도 통계를 보면 건강보험이 감기를 치료하는 데 쓴 돈은 1조 1,000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위암, 폐암 등 모든 암을 망라하여 암 치료에 쓴 돈 역시 그와 비슷한 1조 3,000억원이었습니다. 감기 치료하는 데 암 치료와 거의 맞먹는 돈을 쓴 것입니다. 아무리 감기가 만병의 근원이라고는 하지만, 경증질환인 감기 치료에 이렇게 많은 비용을 쓰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의문 2 : 병원에 자주 가면 건강할까? 우리 국민들은 병원에 너무 자주 가십니다. 의료기관 외래 이용은 지나치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이 경증환자들의 외래 이용에 특별한 혜택을 준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요? OECD 국가 중에서 국민이 1년에 의사를 방문하는 횟수는 일본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이 1등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1년 평균 10.6회 의사를 방문하는 데 반해 OECD 평균은 7.0회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세계에서 제일 자주 병의원을 방문하는 셈입니다. (OECD Health Data, 2002년) 2005년 1년간 70일 이상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는 55만 명입니다. 외래로 10개 이상의 서로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한 환자는 176만 명입니다. 연간 500일 이상 약을 드신 분들도 126만 명이 넘습니다. 지금은 우리 국민들이 의원·약국을 지나치게 과다하게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의사와 의료기관이 부족해 국민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시대라면 이런 지표를 좋게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거꾸로 국민이 병원에 덜 가고 약을 덜 드시도록 하는 것이 국가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이런 판국에 잦은 외래 이용을 부추기는 소액진료비 본인부담금 정액제도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국민들께 해를 끼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의문 3 : 내버려 두면 무슨 일이 생길까? 이렇게 이상한 제도를 그냥 두면 건강보험 재정은 어떻게 될까요? 혹시 저절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요? 현재 국민건강보험은 의원·약국 외래의 정액구간(의원 진료비 1만 5,000원, 약국 진료비 1만원 이하)을 할인하느라고 약 4,000억원(2005년 기준 3,974억원)의 재정손실을 감수하고 있으며, 재정 손실 규모는 앞으로 10년간 꾸준히 증가할 전망입니다. 중증질환자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려 해도 재정이 모자라 매년 보험료 인상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경증환자 외래 이용까지 지원하느라 점점 더 큰 재정부담을 져야 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분명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려고 그림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현행 의원 외래의 정액 본인부담제도를 그림으로 만든 것입니다.
가로축에는 총 진료비를 표시합니다. 총 진료비가 1만 5,000원을 초과하지 않는 한, 본인부담금은 3,000원으로 고정되므로 수평선으로 표시합니다. 보통의 경우처럼 정률인 30%를 적용하는 경우 본인부담금은 점선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A 영역은 정액제로 인해 환자가 돈을 덜 내고 건강보험이 돈을 더 내는 부분, B 영역은 건강보험이 돈을 덜 내고 환자가 돈을 더 내는 부분입니다. 2005년 기준으로 A-B는 3,974억원이었습니다. 3,974억원, 약 4,000억원이면 엄청난 돈입니다. 건강보험에서 암에 지출하고 있는 금액이 1조 3,102억원이었습니다. 4,000억원이면 암에 지출하는 비용의 30%에 해당하는 큰 돈으로, 항암제, 고가 수술재료 등에 대한 보험적용, 출산지원 강화, 아동외래 경감 등과 같은 많은 혜택을 확대할 수 있는 재원입니다. 이런 큰 돈이 경증환자 위주의 외래비용 경감에 지출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건강보험의 지출분이 더 커진다는 데 있습니다. 2001년에는 A-B가 3,322억원이었으나, 2005년에는 3,974억원으로 4년 동안 20%가 커졌습니다. 매년 의료서비스 가격은 물가인상에 따라 2~3%씩 올라가 앞으로 10년간 A 영역, 즉 환자는 돈을 덜 내고 건강보험이 돈을 더 내야 하는 부분이 커지고 B 영역은 작아지게 됩니다. 결국 중증환자에 사용해야 할 건강보험 재정을 외래 본인부담 정액제도를 유지하는 데 앞으로는 더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의문 4 : 이런 제도를 도대체 왜 만들었나? 이런 비합리적인 제도는 누가, 왜 만들었던 걸까요? 제도의 이력서를 살펴보았습니다. 원래는 경증환자의 외래 이용을 억제하려고 만든 제도였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때 손보지 않아 이렇게 된 것입니다. 1986년에 외래환자 정액본인부담제도가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그 당시 정액 본인부담금은 평균 외래 진료비의 47%에 해당하는 매우 큰 금액이었습니다. 당시 정액 본인부담금의 수준을 지금 외래 평균진료비에 대입해 보면, 진료비 1만 5,000원 이하의 정액 본인부담금은 3,000원이 아니라 6,600원이 되어야 맞습니다.
건강보험의 혜택을 강화하기 위하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아직도 취약해서 큰 병에 걸린 경우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진료비를 마련하느라 고생을 합니다. 집을 팔고 전세를 빼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것 말고도 건강보험이 해야 할 일은 참 많습니다. 임신과 출산이 좀더 쉽고 편안하도록 혜택을 늘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의료비 걱정 없이 아기를 가지고, 임신 기간에는 충분한 진료를 받으면서 출산할 수 있다면, 어머니들은 공동체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낄 것입니다. 아동의 건강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출산 기조가 확산되어 우리 사회의 성장원동력인 아이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2007년도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방향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고 적절할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어려운 분들에게 효과적으로 혜택이 갈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중증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은 본인부담액 상한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 제도는 환자가 6개월 동안 본인부담금이 300만원이 넘는 경우 그 이상 금액은 건강보험에서 전액 지원하는 제도로, 진료비가 많이 나오는 중증환자에게 특히 좋은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 금액이 너무 높습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약, 신의료기술 등 비급여가 많기 때문에 환자는 본인부담금 외에도 의료비 부담이 무척 큽니다. 이렇기 때문에 본인부담액 상한금액의 기준을 300만원에서 더 낮춰준다면 중증환자들에게 큰 혜택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임신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는 것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를 위해 종합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산전 진찰과 검사, 시술 등이 망라된 표준 프로그램을 만들어 산모들은 진료비 걱정 없이 아기에게만 신경 쓰고, 비용은 건강보험이 모두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아동에 대해서도 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동의 입원에 대해서는 2006년에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도록 보험 혜택을 확대하였습니다. 하지만, 외래 이용에 대해서도 의료비용을 경감시켜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할 곳은 많은데 재정은 넉넉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들만 건강보험의 혜택을 확대해도 5,000억원이 훌쩍 넘는 재정이 필요합니다.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돈 쓸 데는 많은데 돈 만들기는 왜 이리 힘든지요. 외래 본인부담정액제도를 폐지하고 30%의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면 상당한 재정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2007년 기준 2,800억원,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정액 혜택은 계속 유지) 건강보험을 관장하는 주무부처의 책임자로서 저는 이 돈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쓰는 게 어떨까 제안하고 싶습니다. 이 정도 돈이면 우리 아이들이 의원·약국 뿐 아니라 큰 대학병원까지 어디서 외래진료를 받든, 얼마만큼의 진료비용이 나오든 본인부담을 반으로 깎아 줄 수 있습니다. 취약계층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에 대해서 지금의 혜택을 유지하고도 말입니다. 이럴 경우 재정절감 효과가 없어 정부로서는 좀 아쉬운 점이 없잖아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이 조금씩 양보하여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한다면 좋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이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하여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널리, 그리고 겸손하게 수렴하겠습니다. 국민들께서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좋은 의견들을 많이 제시해 주시기를 당부드리며,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2007년도에는 몸이 너무나 건강해서 한 번도 병원에 가지 않는 국민이 많아지기를 기원합니다. 2007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