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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능 한국']장인 꿈꾸던 공고생, 차별 앞에 "대학으로"

충남직업진... |2007.02.20 15:31
조회 96 |추천 0
9월 7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공고에서 한 학생이 혼자 남아 전국기능 대회 출전에 대비해 실습훈련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기능 인력의 뿌리' 공고생들의 학습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 취업보다는 진학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교과 과정은 정상 궤도를 벗어난다. 현장실습도 무색해졌다. 공고생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어 학생들은 의기소침해한다. 기능교육의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

◆ 차별당하기 싫어서="공고가 진학 중심으로 전환한 지 이미 오랩니다."

용산공고 정운무 교장의 말이다.

이 학교의 올 2월 졸업자 421명의 현황을 보자. 취업자는 104명. 전체의 24.7%에 불과하다. 반면 진학자는 68.6%(289명)다. 이들의 대부분은 전문대 진학자다. 서울공고의 경우 625명 가운데 4년제 대학엔 109명, 2년제엔 230명이 진학했다. 취재팀은 금오공고 1~3학년 학생 20여 명과 얘기를 나눠 봤다. 저학년인 심모.이모 군은 "공부보다는 기술로 승부하고 싶다" "기술을 배우면 취업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3학년들의 생각은 달랐다.

▶박모군=2학년 말까지는 취업을 생각했지만 3학년 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대학에 가렵니다. 직장생활에 불이익이 없도록 말예요.

▶김모군=주변 인식이 좋지 않더라고요. 공고만 졸업해서는 월급도 적다고 하고….

▶또 다른 박모군=친구들은 현장실습을 때려치우고 진학 공부에 매달립니다. 부모님들도 진학을 원해요. 전문대라도 나와야 한다고요.

▶안모군=기술 공부를 해 봐야 써먹을 데가 없어요. 단순직 일만 시킨다던데요. 현장실습 때도 그렇습니다. 박스나 나릅니다. 기업들도 "어차피 시간만 때워주면 그만"이라며 기술을 안 가르쳐 줍니다. 혹여 비싼 기계를 잘못 다뤄 고장 날까봐 걱정하지요.

취재팀은 금오.서울.용산공고 3학년 3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벌였다. 그 결과 향후 희망 진로를 '진학'으로 답한 비율이 70%나 됐다. 이유를 물어 봤더니 열에 8.5명꼴로 '고졸만으로 취업이 어렵고 사회적으로 차별받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 기본이 흔들=금오공고 유갑걸 교사는 요즘 학생들에게 1차방정식을 교육 중이다. 상당수 학생이 기본적인 중학교 수학과정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공고에 왔기 때문이다. 그는 또 내년부터 학생들에게 삼각함수부터 다시 가르칠 생각이다. 중학교 때 배우는 사인.코사인이지만, 유 교사는 부득이 재교육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자나 기계를 배우는 공업교육에서 삼각함수는 기본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은 이조차 모릅니다."이처럼 공고생들의 학습 수준은 낮다. 학교와 학과에 따라 중학교 내신성적 40% 이내인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70%대로 낮아진 상태다.

또 많은 학생이 고학년이 되면서 진학 쪽으로 방향을 틀다 보니 수업에도 문제가 발생하기 일쑤다. 용산공고 정 교장은 "대부분 진학을 원하다 보니 기술교사들이 영어나 수학 등 일반 교과목을 가르치는 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서울공고 김선명 교장은 "공고가 국.영.수 위주로 진학교육만 해줄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자퇴자도 많다. 모 공고 관계자는 "의욕이 없고 집안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아 중도 탈락자가 자주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보통 학급당 정원도 과거 60명에서 30명으로 줄어든 상태. 용산공고의 경우 3600명 정원이 현재 1400명으로 줄었다.

◆ "기술은 3D가 아니다"=청소년들이 힘든 일을 싫어하는 세태도 지적된다. 공고에서 용접배관설비를 전공하면 거의 100% 취업된다. 그러나 이 전공은 학생들의 기피 대상이다. 일이 힘들고 사회 인식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컴퓨터 관련 전공은 선호한다. 문제는 이 전공자들은 졸업해도 오라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군 미필자들이라 기업에서 잘 뽑지 않는다. 금오공고 임성광 교장은 "이제 막일은 42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충당한다. 우리 아이들은 이를 기피한다. 세상의 변화다"라고 지적했다.

서울공고 출신의 선종백 세쩌코리아건설 대리(1993년 국제기능올림픽 목공 금)는 이렇게 아쉬워한다. "목공 일은 3D 직종으로 취급됩니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아요. 목수 일도 대우가 좋은 편이죠. 일당 15만원 이상 받습니다. 나름대로 기술을 익히면 잘 살 수 있다고 봅니다. 서울공고에서는 7년 전부터 건축목공 학과가 없어졌어요. 겉만 화려한 학과를 내세워 학생들을 모집하다 보니 실속이 없어졌습니다. 공고생들에게 비전을 제시해 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학생이나 학교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게 공고 교육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공고 졸업자는 병역면제 혜택이 없어 기업들이 꺼리고, 실업고 예산은 확 줄었다. 용산공고 정 교장은 "정부의 이공계 지원책으로 4년제 공대 출신은 병역특전을 받는데, 공고는 그나마도 없다"고 말했다.

장비 없어 수업내용 생략 … 취업률 급락
기능대학도 '걱정이 태산'

"예전에는 기업체에서 최신 기자재를 구경하기 위해 학교에 견학을 오기도 했는데, 이제는 기자재가 구식이라며 사원 교육을 부탁하지 않을 정도니…." (광주기능대학 자동화시스템과 강신조 교수)

직업훈련원이 전신인 기능대도 위기를 맞고 있다. 기능대는 다기능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노동부가 설립.운영하는 2년제 국책 전문대학으로, 전국에 23개가 있다. 그런데 올 감사원 감사 결과 기능대 전체의 실습장비 보유율은 평균 68.6%에 불과하다. 그나마 있는 장비도 노후화 비율이 39.5%일 정도로 열악하다.

광주기능대학 1학년 성일남군은 "공고보다 설비가 떨어지는 분야도 있고 컴퓨터 사양 등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강의 중 장비가 부족해 한 과정 전체를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도 "장비 재투자가 없어 산업현장 장비를 모양만 흉내내 직접 만들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학업을 도중에 포기하는 중도 탈락률도 2000년 10.7%에서 2003년 12.6%로 늘었다. 취업 수준도 하락해 2001~2004년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지난해 11월 조사에서 고용보험 가입 사업장 취업률은 39.1%에 머물렀다.

또 10개 학과를 10여 개 기능대에서 중복 개설, 특성화도 무색해졌다. 인천기능대 자동차과 1학년 최준석군은 "공고 출신과 일반고 출신이 같이 수업을 받아 공고 출신인 나로서는 이미 아는 내용이 많아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교법인 기능대학의 윤지현 과장은 "내년부터 지방 권역별 11개 대학으로 통폐합한 뒤 시설 투자를 늘리고 학생 수준에 맞춰 학급을 편성하는 등 개편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기고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를 앞설 수는 있어도 조선.자동차 분야에선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우수한 기능인력 때문이다. 황우석 교수의 예를 들어보자. 황 교수가 아무리 뛰어나도 현장에서 손기술로 산업화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다. 국내 산업이 발전하는 데 기초과학 등이 큰 역할을 했지만, 그 기반은 기능인의 손끝에서 나왔다.

지금은 기능인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먹고 살기도 힘드니까 젊은이들이 기능직을 기피한다. 예컨대 조선직의 평균 나이는 40~50대다. 손끝 기술은 독일처럼 도제식 전수가 돼야 하는데 젊은 인력이 이를 외면한다. 다음 세대에선 경쟁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해법은 세 가지다. ▶기능인력에 대한 특성화 교육 ▶이들의 성장을 도울 단계적 재교육 ▶병역특례 같은 기능직 우대 정책 등이다. 지금의 중학생은 대개 인문계 아니면 실업계를 선택해야만 한다. 청소년들의 다양한 개성을 반영할 수 없다. 산업기술재단이 산업자원부와 함께 우수 특성화 실업고를 집중 지원해 주는 '산학 협력 우수 실업고 지원사업'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현장과 연계해 바로 투입 가능한 기능인력을 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요즘 기업이 고졸 기능인 채용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병역 문제 때문이다. 고교를 졸업한 기능직이 일단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을 때 병역 문제로 일을 그만두지 않도록 여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일부 기능인력 시장을 해외 인력이 채우게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우리만의 노하우를 이어나갈 기능인력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도 산업현장의 숙제다.

박봉규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탐사기획팀=정선구.정효식.민동기.임미진.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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