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주인은 학생입니다.
당연한 얘기입니다.
아침조회마다 교장, 교감선생님들의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진정 학생을 주인이라고 생각하시는겁니까?
오늘 신문을 보았더니 충ㅇ고등학교가 올해부터 담임선택제를 실험적으로 채택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학교가 매우 진보적입니다.
다른 학교들은 옛날로 거슬러올라가고 있는 것에 반해 대한민국교육계의 미래를 개척하는 학교입니다.
그 학교의 교장선생님을 저희학교로 뫼셔오고싶은 마음이 아주 철철 넘치더군요.
내가 학교의 주인이면 날 가르칠 사람도 내가 선택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선생님들에게는 위기의식과 함께 더 잘 가르쳐야한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겠구요.
이번에도 여러 주장들이 펼쳐질 것이고, 반대하는 선생님들이 속출할텐데요.
대체 왜 반대하는겁니까? 짤리는 것도 아니잖아요?
스트레스? 직장 내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우겨서 학교에 선생님들 휴식공간 만들었잖습니까?
거기서 쉬세요.
경쟁심유발? 님들이 고3들한테 하는 짓은 경쟁심유발이 아니면 뭡니까?
축구경기할 때 친선시합이라고 봐주는 것 보셨어요?
경쟁심은 인간의 본능이고 뭘 하든간에 어쨌든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것마저 없으면 제대로 가르칠 생각이나 하십니까?
어짜피 학원에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안가르쳐주시잖아요.
저는 종합학원을 한번도 다녀본 적이 없는데, 이과에 꽝이라 과학선생님께 수업중 이해가 안 된 것을 질문했더니 똑같은 설명을 다시한번 해주시더군요.
그 설명이 이해가 안된다니까 너는 학원도 안다니냐며 소리를 치시는데 기분이 상해서 그 다음 수업부터 전 자습서를 마련해서 혼자 공부했습니다.
자습서도 원래 사는 타입이 아니라 몰랐는데 선생님이 필기하라고 적어주시는 내용이 다 자습서와 똑같은 내용이더군요.
모든 선생님이 이렇다는 건 아니지만 요즘 열의를 갖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어서 선생님 될 공부하는 사람이 몇이나 됩니까?
진짜 교과서를 탐구하고 아 나도 배웠었지 즐기면서 하시는 분이 몇이나 되냐구요.
60%는 안정적인 직장이라서 선택한 길이잖아요?
교원평가제나 담임선택제를 한다고 해서 짤리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면 구조조정에 시달리는 회사원들보다 훨씬 좋은 것 아닙니까?
담임선택제 말고 청소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학교는 학생이 주인이지만 주인도 자주 출입할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교무실, 선생님 휴식실, 선생님용 화장실이 대표적입니다.
그럼 거기서 생활하시는 분들이 청소하시지 왜 애들을 부려먹는겁니까?
저희학교는 유달리 청소를 많이 시킵니다.
그래서 한 번은 학급회의 때 돈을 더 내더라도 차라리 청소아줌마를 고용하자고 했습니다.
근처학교는 청소아줌마가 청소를 해주시거든요. 그 학교는 실내화도 안신더군요.
이 건은 반 아이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학생회 회의까지 올라갔습니다.
제가 부반장이었기 때문에 회의에 참석했는데, 그 안을 발표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그거 좋다, 내가 이 학교와서 청소에 찌들어 산다, 등등등.
그런데 선생님들 입장은 굉장히 회의적이시더군요.
"니들이 주인이면 니들이 청소해."
여기서 '반사' 외치고 싶은걸 참았습니다.
저희가 주인이고 저희가 좋다는데 왜 반대입니까?
학생회 얘기가 나왔으니 학생회 얘기도 해봅시다.(이렇게 길게 쓸 생각은 아니였는데..)
우리나라는 유달리 학생회의 힘이 없습니다.
학생회에서 뭐만 하려고 하면 학부모회가 나서고 선생님들이 나서고 죽도밥도 안되고 끝나죠.
학교에 다니는 건 나고, 주인은 난데, 왜 엄마들, 선생님들이 나서서 난리입니까?
내가 학생회장 투표를 했는지도 생각이 안날 때가 있습니다.
학생회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물으면 왜 있냐는 대답이 지배적입니다.
학교는 소사회입니다.
사회와 비교했을 때, 학생회장은 대통령 아닙니까?
학교에서부터 학생회장이 선거 때 한 약속 안지킨다고 욕먹는데, 대통령은 욕 안먹겠어요?
대통령 왜 욕하냐고 묻는 사람들께 전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교육받아서 그래요.^^
밑사람들이 너무 시끄러우니 뭘 하려고 해도 안되는 게 당연하죠.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란 말, 이런식으로 굴꺼면 꺼내지 마세요.
한 초딩의 말을 빌려 '님이 짱먹으삼'.
-추신
많은 분들이 선생님에 대한 공경심이 없다고 말씀들 하시는데,
선생님에 대한 공경심이 바닥 난 이유는 뭘지 생각해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