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작정 찾아간 신촌의 한 대형 멀티플렉스, 그런데.
즐거운듯 생기있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곳에서 향긋한 카라멜향을 맡으며 혼자좋아 생글거리던 나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 가까운 시간대의 모든 영화가 매진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한시간을 기다리면 볼 수 있었던 영화가 바로 오늘의 영화 " 훌라걸스 " .
그렇게 그녀들은 내게 다가왔다.
훌라걸스는 우리에게도 꽤 낯설지 않게 들려오는 일본의 한 대형 리조트 오픈에 얽힌 실제 이야기를 기초로 하여 구성된 작품이라고 한다.
그곳이 하와이안 스파였는지, 그곳에서도 훌라춤을 추던 그녀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그 곳 역시 누군가의 집이었고, 직장이었고, 삶의 터전이었던 땅이었을 것이므로 어떤 류의 갈등과 마찰은 불가피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던 것이 당근인지 채찍인지, 혹은 그 둘 다 인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이것이 비단 이웃나라 일본만의, 그리고 멋진 성공신화 뒤에 감추어져 버린 그 옛날 옛적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에서 들려온 불편한 소식이 어젯 밤 본 훌라걸스의 그곳과 오버랩 된것은 정말 나 뿐이었을까,,?
요즈음 한창 말이 많은 서울의 한 재개발 예정지구, 그곳의 한 주민은 집 앞으로 배달된 요구르트를 마시고 구토와 갖은 증세에 시달렸고 결국 병원 신세까지 지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 요구르트는 상부에 눈에는 잘 띄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구멍이 뚫려있었고 그 마을 30여 가구의 집집마다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20여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배달되었다고 한다.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담보로한 고의성이 다분한 악질범죄, 삶의 터전을 지키고 싶어한 것 밖에는 없는 그들이 그런 악질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우리의 귀에 들어와도 정말 괜찮은건가.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발전해가고 있는게 맞는건가. 좋은세상이라는 단어 맘껏 써도 되나..
정말 참을 수 없는 혼란이 머릿속을 가득 메워 버렸다.
쓸데없이 오바해서 지금껏 이 영화를 너무 무겁게 저~쪽으로 끌어놔 버렸다면 이젠 사회적 책임의식과 적당히 커버린 머리와 가슴, 그리고 시선을 잠시 한켠으로 치워 둔 채 또 다시 영화, 그 본연의 감동에 푸~욱 빠져보련다.
훌라걸스는 청춘영화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만들어내는 바로 그 일본영화다.
"러브레터"의 감성과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순수 그리고 "스윙걸즈"의 리듬,,
한 때는 일본영화는 잔잔하긴 한데 뭔가 빠진듯한 싱거움이 느껴진다며 다소 외면했던 적이 있었던 나였더랬다.
어느 순간부터, 철렁이는 파도보다 잔잔하게 빛나는 바다가 더 좋아져 버린 나는 말도 안되는 설정으로 억지 눈물을 뽑아내고 쓴웃음을 짓게하는 그런 싱겁지 않은 영화들보다
다소 싱거워도 자연스럽게 가슴을 파고드는 일본영화들에 흠뻑 취해버렸다.
고유가 석유시대의 도래를 맞아 점차 축소되어만 가는 석탄산업, 그리고 그에 따라 얼마 못가 폐광될것이 불 보듯 뻔한 탄굉이 온천 리조트로의 변화를 위해 달려간다.
평생 그것을 업으로 삼아 눈 뜰때부터 눈 감을때까지 검은 석탄 가루를 마시며 살아온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그렇게 놓고 싶지 않았고, 그런 그들과 사측은
의례 그렇듯 보수와 진보, 안정과 변화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런 갈등의 한 가운데,
손톱밑이 시꺼먼 채로 열여덟살을. 아니 평생을 살아가긴 싫다고,,
친구와 함께 같은 꿈을 꾸고 싶다고,, 집안을 살리겠다고,,
뭔가 해보고 싶다고,, 혹은 그냥 멋져보여서,, 까지.
가지각색의 이유와 이끌림으로 그녀들의 그 화려한 춤이 시작된다.
앞서 가는 자는 외롭다는 요즘 유행하는 한 이동통신사 광고의 카피처럼 그녀들에게도 외롭지만 굳세게, 매섭게 앞서 나가 이끄는 선생님이 있고 지켜야만 하는, 지키고 싶은 사랑하는 가족과 집이 있고
꿈 꿀 기회조차 박탈당한 외로운 청춘의 자유가 있다.
갈등, 마찰, 고난, 슬픔, 외로움과 아픔, 이별,,
땀과 눈물은 그녀들에게 그 무엇보다 좋은 밑거름이 되어 치열한 프로로 거듭난다.
귀에 익은 익숙하고 신명나는 훌라리듬과
눈을 호사시켜주는 원색의 화려운 무대로 가득찬 스크린이
우리에게 환한 웃음 뿐 아니라 끝없는 눈물까지 쏟게 하는 원천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정과 가족애, 화려한 음악과 무대, 그리고 빛나는 열정과 그녀들이 감내한 고독과 고통.
굳이 아오이유우의 청순하고 고혹적인 자태가 아니더라도
봄이 성큼 다가오는 아직은 추운 늦겨울, 우리가 이 영화를 선택할 이유는 충분하다.
스윙걸스에 박수친 당신이라면, 훌라걸스에는 눈물을 보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