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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검은꽃

강주완 |2007.03.06 11:24
조회 18 |추천 0



김영하에 대한 나의 감상은.. 딱히 재미있지도 재미없지도 않다는 것이다.

 

는 화자가 자살도우미라는 아주 특이한 직업을 가졌다는 것.

 자살이라는 제법 논란이 될 만한 문제를 소설속으로 끌여 들였다는 것.

하지만 그것이 사실 참신한 시도나 시선은 아니라는 점.

그래서 내게 별 다른 인상을 남길수 없었다는 정도 였고..

 

는 제법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단편이었다.

엘리베이트에 끼어 고통받고 있는 모르는 그남자의 절박함은 바쁜 출근길에 지각할지 모른다는 나의 절박함보다는 내게 덜 절박하다.

이 거대한 도시에서 타인의 절박함은 내겐 적당한 궁금함으로 끝날뿐이다...

그리고 나의 절박함 또한 타인에겐 약간의 궁금증으로 소비 되겠지...

 

은 김영하가 역사소설을? 약간 의아한 기분으로 읽기 시작하였으나.. 결론적으로 내가 읽은 김영하 소설중 가장 좋았다.

소설은 1905년 봄, 일포드호가 1033명의 조선인을 태우고 멕시코를 향하여 제물포항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멕시코가 어디에 붙은 나라인지도 모르고 다만 새로운 땅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안고 떠나는 가난한 나라의 이민노동자들..

그리고.... 그들이 멕시코로 향하는 동안 "그들이 떠나온 나라는 물에 떨어진 잉크방울처럼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었다." (아! 이 대목에서 벌써 가슴 답답~한 예감이 확 든다.)

이제 우리는 그때 그들이 멕시코에서 거의 채무노예로 전락하여 생고생을 하였다는 사실을 소문을 들어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때 그들은 몰랐던 것이다.

다종다양한 신분과 내력과 사연을 안고 있었던 등장인물들은 멕시코의 에네켄 농장에서 생고생을 하고, 그 와중에도 사랑을 하고,피치못할 이별을 하고,속이고,증오하고,떠나고,기다리며..그리고 남의 나라 혁명에 휘말리기도 하며.. 한 평생을 살아간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을 보고 있자면,

인간은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나 쉽게 길을 잃어 버리는지..그래서 처음 생각하였던 곳에서 얼마나 먼곳까지 흘러가버리는지..그리고 그것이 누구의 탓도,어떤 이유가 있어서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되어버리는 일이라는것을 ...알게 된다

누구의 인생이든 한평생을 이렇게 한꺼번에 들여다 보게 되는 일은 참 착잡한 일이다.

 

을 소문자로 씌어진 역사소설이라 한다.

의 등장인물들은 역사속에서 대문자가 아니라 소문자 들이다. 

희미한 소문자들.. 역사속에서 아무런 위치를 점하지 못하고 우연히 그곳에 있었을 뿐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존재들..즉, 무고한 양민들이다.

무고한 양민들은 역사에 빠져 죽지 않고 역사를 타고 흐른다.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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