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이 길에 들어섰나봐
여기가 어디인걸까, 두리번 거리던 삳이에
눈에 띄는 구두를 발견했어
진열장 위에 놓인 구두를 나는 아무 말없이 한참이나 바라봤네
그리곤, 그 구두가 욕심이 났어
나는 가진게 아무것도 없었고,
이미 다른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도,
지금 내 눈앞에 놓인 저 구두가 너무나 가지고 싶어졌지
주위엔 아무도 없었어
가게 안에도, 사람은 없는 듯 했어
그리고는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
저 구두 한 짝을 가지고 마구 뛰어버렸어,
뒤는 돌아보지 않았지 - 동시에 겁이 났거든
눈을 감지도 않았지 - 동시에 적막해질까 두려워,
내가 신고 있던 구두는 벗어버렸어
사람들은 나를 미쳤다고 할 지도 몰라,
멀쩡한 구두를 버리고선 미친 사람처럼 구두 한짝만 신고다니는
정직한 사회에, 비정직한 여자, 그게 바로 나였거든,
처음엔 내 발에 너무 딱 맞는 크기라 기분이 좋았어
그런데 자꾸 시간이 흐를수록 발은 물러터지고,
물집이 생기고, 빨갛게 부어오르더라,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내가 아픈 것 쯤은 참을 수 있었어,
이 구두가 나는, 욕심이 났었거든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겁이 나고 막막해져가
이 구두가 닳아버리기 전에, 나는 다시 이 구두가 원래 있던
그 진열장 위에 가져다 놓아야 하는 거니까,
이건 내가 만든게 아니잖아,
이거 주인이 애타게 기다릴텐데,
처음부터 짝이었던 나머지 한짝도,
이 나머지 한짝이 있어야지만 온전해 지는 것이므로,
나는 잠시, 빌린, 것도 아닌,
아무도 몰래, 훔쳐온거나 다름없는거니까
다시금 이 구두 한짝이 원래 자리에 놓여지고 나도,
나는 한동안 그 가게 앞을 서성이게 될 것 같아
'저 예쁜 구두가 아직도 여기에 있구나'
'참 맘에 들었는데, 내가 가지고 싶었는데'
혼자서 중얼거리다, 서글퍼지다, 먹먹해지다,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사라지고 말겠지
이구두를 신고 다니는 동안 난 항상 절뚝거렸지만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어
아파도 아프다고 벗지는 않았어
이 구두를 벗게 되더라도 난 버릇처럼 절뚝걸음을 걷게 될거야
동전의 양면처럼, 웃고 있는 내 뒷모습은 울고있었던가봐
남의 것에 욕심을 부린 어리석은아이,
아마도 나는 구두를 벗게 되는 순간부터 벌을 받게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