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는 이게 무슨 내용일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처음 5분동안 영화의 초반부가 지나고,
해설자의 해설에 따라 이야기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면서,
파리의 쾌쾌한 냄새 가득한 생선시장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난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혹시 이 영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가 원작인가?
그랬다.
이 사실 하나가 온몸에 전율을 가져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소설을 읽으며 이루 형용할수 없는 감정들을 넘나 들었던,
독자가 그의 소설이 원작인지 모른채 이 영화를 접할때,
그것은 아마도 극에 달할 것이다.
내가 그랬듯...
원작을 세번이나 읽어서 영화의 도입부가 지난 뒤의 줄거리는,
빤히 꿰고 있었다.
이 장면은 이렇게 묘사가 되었고,
그 장면은 이렇게 묘사가 되었구나...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난 전혀 다른 줄거리의 작품을 만나는양,
새롭게 영화에 몰입한다.
먼저 이 영화를 소개함에 있어 몇가지 말해 둘 것이 있다.
이 영화는 매우 어렵다.
너무 어려워서 아무리 이해를 하려 해도 한계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것을 알수 없다 하여도,
너무 실망 하거나 낙담하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냄새를 정의내리고 알아내기 어렵듯,
이 영화 또한 무수히 많은 세상의 것중에,
하나라 생각하면 되겠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영화속에서 알수 있다.
자, 그럼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혹시 독일영화 롤라런을 기억하는가?
20분 이라는 시간을 두고 숨막히게 전개 되었던 걸작 롤라런의 감독
톰 튀크베어가 바로 영화 향수의 감독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제목에 시큰둥했으나,
감독의 이름때문에 흥미를 느껴 영화를 보게 된 케이스가 되겠다.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는 파리의 생선시장에서 태어난다.
18세기 무렵의 유럽은 지금과 많이 달랐는데, 온 도시안에 악취로 가득했고,
향기로운 향기는 일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루누이는 사생아로 버려질 뻔 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목숨을 이어가게 되고, 시장통에서 성장하게 된다.
그는 겉으로 여느 아이들과 다를게 없었지만, 실제로는 천재적인 후각의 소유자였다. 말보다 냄새를 먼저 배웠고, 그가 말을 하기 시작할 즈음에는 세상의 모든 냄새를 구분하고 찾아낼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한 여인에게서 그동안 그가 느끼지 못했던 냄새가 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우연히 따라가 그 냄새의 실체를 알아내려 하였지만,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된다.
그루누이는 처음 누군가를 살인한 것이었지만, 아무런 죄책감 따위는 없었다. 오로지 그녀가 갖고 있던 향기의 실체를 알고 싶을 뿐이었고, 그것은 곧 그에게 인생의 목표가 된다.
그는 파리의 한물간 향수제조사인 주세페 발디니를 찾아가 향기를 담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 한다. 대신 그의 천부적인 소질을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수들을 그에게 만들어 주지만, 그가 알고 있는 비법들은 그루누이에게 쓸모가 없는 것들이었다.
결국 그는 파리를 떠나 향수의 낙원이라 불리는 그라스를 찾아 떠난다,
그 과정에서 모든이에게 있는 냄새가 정작 자신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는 충격에 빠진채, 냄새가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것들이라는 사실에 경악해 했지만, 이내 자신만의 냄새를 만들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다시 그라스로 향하게 된다.
그는 그라스에서 향수를 제조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리고, 그것이 여인에게서 나는 향기를 추출하는데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게 된다.
그리고, 거리로 나가 돈을 주고 창녀를 산 뒤, 그녀의 냄새를 첫번째 재료로 추출한다.
원작과 영화의 다른점은 몇명을 살해 했는가이다.
원작에서는 25명이라고 묘사되어 있지만, 영화속에서는 딱 열 세명이 그의 손에 의해 죽는다. 여기서 열 세명이란 발디니가 말한 향수제조사들의 비밀에서 기인한다.
발디니는 그루누이에게 향수는 모두 열두가지의 향으로 이루어 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먼저 인간의 머리로 느끼는 향이 네가지, 인간의 가슴으로 느끼는 향이 네가지, 그리고 오랜시간동안 지속해서 남는 잔향이 네가지. 이렇게 열 두가지가 있으면 좋은 향수로 완성이 되지만, 마지막 열 세번째 재료가 더해지면, 이 향기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지속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영화속에서는 모두 열 세명의 희생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루누이는 마지막 열세번째 여인의 냄새까지 추출해서, 그토록 그가 원하던 가장 향기로운 향수를 만들어 낸다. 그는 비록 연쇄살인을 수사하던 경찰에게 잡혔지만, 그가 만들어낸 향수는 그를 죽이라고 외치던 모든 이들의 마음을 순화시키고, 일순간 모든 이가 그에게 찬사를 보내도록 만든다.
그가 처형장에서 향수를 군중들에게 뿌리자, 군중들은 일순간 환각상태에 빠졌고, 그들은 영화사상 가장 대규모의 군중 집단 정사신을 펼쳐보인다.
얼마뒤 그가 떠나고, 군중들은 제 정신으로 돌아왔지만, 모두들 그 일을 기억하려 하지 않았고, 사건은 제 삼의 용의자를 검거한뒤 교수형에 처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루누이는 다시 파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가 태여난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는 생선시장의 악취와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는 전 세계를 지배할수 있을 만큼의 향수를 지녔지만,
그자리에서 자신에게 모두 쏟아버리고 만다.
아무런 향기도 나지 않는 자신을 위안이라도 하듯,
세계에서 가장 향기로운 향수는 그의 몸을 타고 흘렀고,
그 냄새에 홀린 군중들은 개미처럼 몰려들어 그를 흔적도 없이 먹어치웠다.
마치, 향수의 향기가 사라지듯, 그 또한 그렇게 사라져 버린다.
사실, 마지막 장면이 가장 어려우 부분이다.
나름대로 내가 내린 결론은 그 스스로 향기가 되었다는것 정도?
자 그럼 몇가지 문제가 남는다.
그럼, 그가 그렇게 까지 집착했던 향수의 정체는 무엇일까...
향기는 사물을 규정짓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사과냄새가 나는것은 사과이고, 딸기 냄새가 나는 것은 딸기이다.
사과냄새가 나는 딸기가 있을수 없듯이,
향기는 사물의 존재를 인식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따라서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각자의 향취가 그루나이에게 없다는 것은,
그루나이 자체가 존재에 대한 명확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영화속에서 처음 우발적 살인을 저질렀던 여인이,
그를 앞에두고 누가 있나요? 라고 묻는 장명에서 확연하게 알수 있다.
그렇다면, 그토록 그가 원했던 향기를 가둬둠은 무엇을 의미할까.
사람은 무언가의 존재감을 느끼지만, 그것을 모두다 기억해 두는 것은 아니다. 마치 향수의 잔향이 지나면 모든 냄새가 사라지듯 존재감 또한 기억하지 못하면 사라지게 되어있다. 따라서 그가 향기를 그토록 가줘두고 싶어했던 이유는 존재감을 기억하기 위해서라 할 수 있다.
누구의 존재?
바로 처음 우발적으로 살해했던 그 여인의 존재를.
그는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열세명의 희생자를 만들고,
결국 최고의 향수를 만들어 내지만,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엔 그 여인의 모습이 떠 오르고,
그는 그녀와 키스를 나누게 된다.
그의 눈가에 눈물이 흐르고,
그는 그가 그토록 만들고자 했던 최고의 향수가,
아이러니 하게도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필자의 상상력이 좀 과하다 싶은가? ^^
그래도 여기까지 읽었으면 끝까지 읽어보자.
정말로 사랑과 향수는 공통점이 있다.
향수의 열두가지 재료를 생각해 보자.
처음엔 머리로, 다음엔 가슴으로, 마지막엔 잔향...
사랑은 처음 머리로 인식하는 것 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가슴이 울리고, 뒤에는 여운이 있다.
사랑도 향수도 시간이 지나면, 무의미해지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영원함을 위해 열세번째 재료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죽음인 것이다.
사랑을 영원히 간직할수 있는 방법.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죽는것 말고 방법이 있을까?
향수의 열 세번째 촉매제라고 전설처럼 알려지는 것 또한 파라오의 무덤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향수와 사랑은 묘하게 일치하기 시작한다.
향취가 없는 사내가 향취가 있는 사람으로 기억 되는 방법.
바로 향취가 사라지기 전에 죽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짧은 인생동안 그토록 찾고 싶어 하던것.
그것은 바로 사랑인 것이다.
파리의 지저분한 생선시장에서 사생아 처럼 태어나,
세상 사람들의 괄시를 받으며, 애정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던 그에게 어느날 한 여인이 나타났고, 그는 의식적으로 그녀를 따라 갔지만, 생전 처음 느껴보는 그 이상한 감정은 도무지 설명할수 없는 전혀 생소한 것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 감정의 정체를 타고난 후각을 통해 찾으려 했고, 그 후각의 배합비대로 만들어낸 그 향기는 고로 사랑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가 얼토당토한 필자의 상상력이라 생각되는가? ㅎ
하여간 그동안 원작을 세번읽고, 이 야심한 밤에 자리에 벌떡벌떡 일어나며 영화를 보고 난 것들을 모두 정리해 보면 이렇다.
영화를 보면서 더 명확해 진것들도 있고, 다소 모호해 진것들도 있고...
하지만, 분명한건 이 영화 상당히 원작에 충실해서 잘 만들었다는 것.
필자는 원래 연쇄살인, 공포물, 스릴러를 멀리한다.
그래서, 싸구려 스릴러려니 하고 봤던 이 영화가,
뜻밖에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감히 장담컨테 역대 연쇄살인중에 피해자가 가장 아름답게 죽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전혀 혐오스럽지 않다는거...
감히 말하건데, 어느정도 수준이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섣불리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이 좋다.
원작을 본 적이 있거나, 좀머씨 이야기 같은 원작자의 글에 열광하는 이라면, 당연이 놓쳐서는 안돼는 작품이다.
평소 인간과 감정들 형이상학적인 것들에 대해 정의 내리기 좋아하고, 파헤치기 좋아하고, 내가 남들보다 좀 유별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면 좋을듯 하다.
연인끼리는 보지 마라.
하지만, 짝사랑 하는 연인에게서 좋은 향기가 난다고 생각하는 세상의 모든 청춘들에게는 초강력추천이다. 그 향기의 실체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