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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당한 자의 서글픈 시선 - 디아스포라 기행(서경식)

유호영 |2007.03.17 20:44
조회 91 |추천 0
 


‘디아스포라’라는 특이한 인간 존재 형식을 통해 근대 이후의 인간 존재 형식을 발견하고자 했던 저자의 생각과 인용된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들은 내가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재일동포들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디아스포라들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었다.

 

저자는 먼저 단순한 ‘재일 동포’가 아닌 ‘재일 조선인’에 대한 설명으로 책을 시작한다. 그는 국민으로서는 ‘한국인’이지만 민족적으로는 ‘조선인’이며, 모어로는 일본어를, 모국어로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수자가 아니다.

 

이와 같은 복잡한 상황은 필연적으로 분열된 아이덴티티를 낳았으며, 그를 비롯한 재일 동포들, 그리고 세계 각국의 ‘디아스포라‘라고 명명된 이산 민족들은 끊임없이 자기의 정체성 혼란과 여러 가지 사회적 제약으로 인한 막연한 불안, 강요 등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고뇌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디아스포라‘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사람도 있고, 그들에게 그나마 자유롭게 남겨진 예술이라는 공간을 통해 자기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우리에게 그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알리는 디아스포라 예술가들도 있다.

 

 

저자는 런던, 광주, 카셀, 브뤼셀, 잘츠부르크, 오스나브뤼크, 파리를 여행하면서 이 같은 ’뿌리 없는 자‘들의 예술작품을 토대로 우리를 그들의 삶으로 초대하는 손길을 조용히 건네준다.


‘우리’라는 초대형 담론에 이미 길들여진 나에게 그들의 삶을 진심으로 이해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끊임없이 자기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방황하고 고뇌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생각해야 할까.

 

 

근대의 식민지배, 지역 분쟁 및 세계 전쟁, 시장경제 글로벌리즘, 노예무역 등의 몇 가지 외적인 이유에 의해 대부분 반강제적으로, 폭력적으로 자기가 속해 있던 공동체를 떠나 유령처럼 세계 곳곳을 정체성 없이 떠돌아다니는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사고방식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우리 모두는 소수자’라는 사고방식에서 시작하고 싶다. 우리의 획일화, 정형화 된 교육은 우리와 조금 다른 사람들을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게 만들고 우리가 다수자의 편에 섰을 때만 만족을 느끼게 만들어왔다.

 

 

하지만 그들 소수자는 단지 우리가 지닐 수 있는 특성 가운데 특정한 한 측면을 지닌 사람일 뿐이다. 그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며 우리도 언제든지 현대판 디아스포라가 될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자. 굳이 이 책에 나온 예 같은 디아스포라를 찾지 않아도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동성애자 등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핍박 받고 사회의 차별을 받는 현대판 디아스포라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들의 사고방식, 행동 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통해 우리의 자아의식과 사유의 범위를 넓힐 수 있으며, 또한 그런 소수자들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전체의 삶을 보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족, 국가라는 장벽을 넘어서 존재하는 디아스포라. 근대적이고 획일적인 인간상을 떠나 탈근대적이고 다양한 인간상의 하나의 실례로 버젓이 살아있는 그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한편 안도감을 느낀다. 그들처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고 다수자의 차별을 받는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처한 현실에 안주하며 어쩌다가 방송매체, 책 등을 통해 그들의 디아스포라적인 삶을 볼 뿐이며 단지 그걸로 끝이다. 바로 그 모습이 나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보면 그들을 바라보고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를 통해 각자 개인의 개성을 살리고 다양성을 존중해 줄 수 있는, 진정한 탈근대로 나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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