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괴롭습니다...
제게는 하나밖에 없는 친할머니가 계신데 사실 솔직히 말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존재 자체를 별로 인식하지 않고 살아가는...집에 오셔서 인사는 하지만 그게 진정으로 우러나와서 하는 건 아니죠
엄마는 그래도 우리 친가 쪽에 단 한명 있는 어른이니 잘 해드리라고 항상 말씀하시지만 맘에서 우러나서 해야지 절대 안되더군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지만 대충 할머니의 성품을 말씀드리자면 지금껏 우리 집에 오시면서 몇천원짜리 과일 한봉지 사오신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우리 아버지가 큰아들이라 매달마다 꼬박꼬박 적지 않은 생활비를 부쳐 드리시죠...
그러면서도 항상 뭔가를 못가져 가서 안달이신데 그래도 큰아들집이고 넉넉한 편이라 엄마는 아낌없이 베푸셨습니다
하지만 우리 엄마에겐 단 한번도 그 흔한 머리핀 하나라도 양말 한 짝이라도 사주신 적이 없으신 아주 놀라우신 성품을 지니신 우리 할머니...어느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그러면서도 당신 아들의 생일이 되면 그 전날 전화를 하셔서는 "까먹지 말고 미역국이라도 끓여먹이라"고 강조하시곤 하죠
누가 뭐 그 말만 하면 기분 나쁠 이유는 없죠 그런데 꼭 무슨 자기 아들을 맨날 굶기는 것처럼 해마다 생일을 그냥 넘어간 적처럼 말한다는데 그 포인트가 있죠...
며느리 생일은 단 한번도 생일이냐고 물어본 적도 없죠...한번은 할머니가 와 계실 때 엄마생일인 적이 있어서 저랑 제 동생이 엄마한테 립스틱을 선물해 드린 적이 있었는데 엄마 생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하는 말이 "아빠생일 때도 챙겨드려야지"하시더라구요
누가 아버지 생일 안챙겨주나요???
그 때 마침 제 동생이 수학여행 가기 전날이었습니다 엄마가 할머니께 용돈을 다른 달보다 훨씬 더 많이 챙겨드린 달이었는데 제 동생 수학여행 떠나는데 돈 만원도 안주시곤...원래 그런분이니 기대도 안했는데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며칠 후 동생이 수학여행에서 돌아왔고 오자마자 한다는 말씀이 "내 선물은 어디있냐"는....
ㅎㅎ 차라리 용돈 안주고 선물이라도 안바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할미란 사람이 용돈을 몇십만원 받아놓고도 손녀 한푼 안주고 선물을 바라다니요...너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죠... ㅡㅡ;;
뭐 여러가지 일화가 많지만 대충 접어두구요...며칠 전 아버지 옷을 사러 백화점에 가자고 가자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참고로 요새 저희 가게가 잘 안되어서 돈 천원 쓰는 것도 손이 떨린답니다...그런 형편에 아버지 옷만 한 50만원어치를 샀어요
백화점 세일한다고 해도 가격이 있잖아요 아버지 것만 샀어요..하두 할머니가 아버지 옷 없다고 보채시길래 식구가 다 가서 아버지 옷만 샀다구요 그랬는데 세상에 오늘...할머니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옷을 한 30만원어치를 사가지고 온겁니다
엄마가 하두 어이가 없어 모른 척하고 "아유 어머니가 돈이 어딨다고..." 그렇게 떠봤대요
"야야...내가 돈이 어딨나. 니한테 받아가야지..."
이런 일이 한두번은 아닌데 예전에 가게가 잘돌아갈 땐 화는 나고 열은 받지만 워낙 원래 그런 분이겠거니 하고 넘겼죠..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틀리다구요...형편이 어렵다구요...전화해서 사갈까 물어보지도 않고 1-2만원도 아니고 30만원 씩이나...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오늘은 정말 소위 말해 손녀인 제가 젤 큰 손녀인 제가 꼭지가 돌더군요...
너무 흥분해서 제가 그 얘기를 듣고 할머니한테 전화를 하려고 했더니 엄마가 말리시더군요 그래도 넌 그러면 안된다...
할머니를 보고 참은 게 아니라 엄마를 보고 참았습니다.... ㅡㅡ;;
우리 아빠는 충분히 그 옷을 입으실만한 자격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장으로 고생하시는데 문제는 아빠가 아니라 할머니죠...
자기몸과 아들만 챙기는 그 이기적인...
어릴때 할머니와 함께 작은 아버지댁에 간 적이 있어요 오랜만에 뵙는 작은 어머니가 용돈 2만원을 주셨는데 집에 오는 길에 할머니가 회 사먹으러 가자고 하더군요
전 따라갔고 계산을 할 때 2만원만 꿔달라고 하더군요....그 땐 몰랐는데 한마디로 제 돈을 가로챈거나 마찬가지죠...빌려달라고 하고 갚지도 않았으니...자기가 회먹고 싶어서 먹으러 가자고 하고 손녀용돈 받은 거 꿔가는 할머니가 어딨을까요 ㅎㅎㅎ 못난 어른이죠
작은 아버지가 주식한다고 돈 1억 가까이 날리고 우리집에 와서 돈빌려달라고 했을 때도...그 돈주면 뻔히 날릴 거 아는데...자기 작은 아들 안도와준다고 엄마한테 오만 쌍소리를 다 해대고...결국 그 돈 해줬습니다 5천만원인가...
이런 일화 말고 많지만 지금까지도 너무나 얘기가 길었기에...그만 하겠습니다...
이러니 어찌 제가 할머니를 반기겠습니까...정말 정말 할머니 너무 하죠...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그렇게 자식들 속만 썩히는지...
낼 모레 80인데..어찌 그리 나이값을 못하는지...
그래서...담에 오시면 한말씀 드리려구요...
어른한테 할 소린 아니지만 지금까지 참았습니다...이제 가만히 있을 순 없습니다
과연 제가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까요...? ㅡㅡ; 전 술이라도 한 잔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