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지구촌=일본]일본에서 부모를 통하지 않으면 간단한 의사 표시조차 제대로 못하는 나약한 20대가 늘고 있다.
대학 입시가 한창이던 지난 2월 도쿄의 한 공업대학에서 시험 감독을 하던 A씨는 대학 입시센터로부터 “학생들이 추워하니 교실 온도를 올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한 수험생이 쉬는 시간을 이용해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교실이 춥다고 투정을 부리자 부모가 고등학교 담임 교사에게, 교사는 교감에게, 교감은 대학 입시센터에 연락을 한 것. 교실이 춥다는 사실은 이렇게 다양한 경로를 거친 뒤에야 시험 감독 귀에 들어왔다. A씨는 “이런 종류의 일은 매우 흔한 일”이라며 “교실에서 시험 감독에게 직접 말을 거는 학생을 보면 기특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산케이 신문은 자녀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헬리콥터 부모’의 과보호가 문제라며 이를 다룬 기획 기사를 13∼16일까지 4회에 걸쳐 보도했다.
과보호는 대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수강 신청을 대신하는 부모가 너무 많아 도쿄 일부 대학에서는 5년 전부터 “수강 신청 안내에는 학생 혼자 참가 할 것”이라는 통지문을 학생들에게 보내고 있다. 부모가 나서서 학점이 낮은 이유를 따지거나 아이의 과제물을 팩스로 보낼테니 교수에게 전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부모의 간섭은 구직활동 시기가 되면 더욱 심해져 아예 ‘부모를 위한 취업 설명회’를 개최하는 곳도 등장했다.
기업에서도 부모에 의존하는 젊은 사원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상사에게 업무에 대한 지적을 받은 뒤 “집에서는 이렇게 혼난 적이 한번도 없다”며 며칠 동안 결근하거나 끝내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부하직원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벙어리 냉가슴 앓는 상사들을 위해 ‘꾸짖는 법’을 다룬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20대 주부는 상담소에서 20대인 남편이 어머니에게 용돈을 받고 매주 어머니와 함께 나가 게임기를 사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산케이는 지난해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한 결혼잡지사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부모에게 용돈이나 생활비를 타쓰는 신혼 부부가 67%에 이르고, 지원 금액은 연평균 231만엔(약 1900만원)정도라고 소개했다.
신문은 “부모의 과보호로 젊은이들의 사회 적응력이 떨어지게 되면 일본 사회가 가진 기초적인 힘이 저하될 수 있다”며 “부모가 고생하면 자식은 편할 지 몰라도 손자는 거지가 된다”는 일본 속담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