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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주의자의 국가주의 판타지

김영환 |2007.03.21 20:09
조회 20 |추천 0

 

처음부터 끝까지 비현실적인 국가주의적 몽상으로 점철된 영화

(어찌보면 국가주의라기보다 민족주의에 가깝기도 한데, 현실 국가체제를 긍정한다는 점에서 국가주의로 보겠다.)

하지만 보고 나서의 기분은 꽤 유쾌하였다.

마치 '공공의적' 시리즈를 보았을 때와 같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랄까.

강우석은 확실이 대중적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것에 천재적 소질이 있는 듯 하다. 결코 아름답지는 않지만 보기에 그저 무난한 그의 영상처리도 그렇고. 확실히 이 시대 최고의 힘있는 대중영화 감독임에 틀림없다.

 


 

이 영화 내용의 비현실성을 하나 둘 찝어내자면 뭐 한도 끝도 없겠다. 그러니 일단 중요한 줄기만 짚어보자.

 

경의선 개통은 내가보기엔 100년내에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지만, 만약 그게 이루어진다 가정하더라도 이에 대한 일본의 대응이 그렇게 유치찬란하고 졸렬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일본과 한국(남한)의 청구권 문제는 이미 지난날 김종필이의 작품인 한일협정 때 다 매듭지어진 문제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일본으로부터 이미 보상받을 거 다 받은셈이라 종군위안부 보상 등의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 없는것이다. 다까끼마사오는 그 돈으로 경제개발 한거다. 다까끼상을 칭송하는 빠돌이들은 제발 이런 역사적 사실 좀 생각해줬으면 한다.

반대로 일본 또한 이른바 '역 청구권' (실제로 한일협정때 어떤 쪽바리 세퀴가 꺼낸 얘기다 개새끼들-_-;)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이미 그때 다 끝난 얘기기 때문이다. 즉 영화에서처럼 과거 자신들이 놓은 경의선이나 경부선 철도의 소유권 같은 걸 주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좋아. 국제관계야 어차피 힘의 논리이니 일본이 그런 궤변을 늘어놓는다고 치자.

만약 그렇다면 고종의 진짜 옥새 따위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옥새가 진짜든 가짜든간에 당시 대한제국 정부에 의해서 찍힌거라면 그것 자체로 그것이 옥새로서의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을사늑약이 강압에 의한 것임은 다 알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어차피 국제관계는 힘에 의한 것이고 불법성과 합법성은 총부리가 판단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그리는 고종과 민비는 실제 역사상의 인물이라기보다는

'이랬었으면 좋겠다'는 한국인들의 민족주의적 판타지의 산물이다.

비록 힘이 없어 어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나라를 지키고자 목숨을 다해 진력하는 진정성 있는 지도자......

구한말의 그 암울한 역사에서 그런 지도자가 있어 주었다면 그나마 아름다웠겠다 하는 판타지이며 마스터베이션이다.

 

한국사는 고대로부터 근세로 올수록 노블레스오블리주가 점점 실종되어가는 흐름이며 특히 조선 말에 이르러서는 아주 가관이 된다.(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고지식한 유교 이념을 수호하기 위해 척사활동을 이끈 진정한 사림의 후손들도 있긴 하였다. 그러나 대개는 친일파로 변신하여 계속 부귀를 누렸고 또 해방 후에는 친미파로 변신, 지금도 이나라의 로얄 패밀리를 형성하고 있는게 그들-조선의 지배층이었다.

 

역사가 기록하는 민비는 부패한 외척 권력으로 나라를 농단하며 근대적 개혁의 실패에 일조한 인물이며, 그 최후는 궁녀 옷을 입고 궁녀들 속에 숨어있다가 그 얼굴을 알아본 자에 의해 살해당한다는 스토리이다. 물론 이는 일본인들의 입김이 닿은 기록이기는 하다. 일제하에서 편찬된 고종실록과 순종실록은 이전의 실록과 달리 사료로서의 가치가 심하게 떨어짐은 분명하다.

그러나, 영화에서 그리는 것처럼 비장미 넘치는 기품있고 아름다운 최후를 맞았다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럴 개연성은 있을지언정 근거는 전무한 것이다. 즉 이는 판타지이다.

고종의 경우 분명 나라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군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봉건국가의 군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이다. 그것을 미화하며 칭송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 기록에 의하면 퇴위된 후에도 10년을 더 살았던 그의 최후를 독살설을 거론하며 아름답고 비장하게 꾸민 것은 역시 판타지이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뭐 다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특히 가장 이해가 안가는 인물은 차인표 분의 국정원 직원(?)이다. 영화 초반에는 아주 멋있는 대사를 난사하더니 말미에서 완전히 망가진다. 총리의 통일관을 듣고 충격받아 전향(?)하다니... 그런 직위에 있는 사람의 의식수준이 그정도라고? 난감이다.

 

안성기 분의 대통령을 보고 든 생각은 어떻게 그런 위험한!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가이다. 그정도로 급진적이고 권위적이며(자신을 고종과 동일시) 민족주의적인 의식수준의 지도자라면 그 파괴력이 거의 히틀러급이다. 한국에서 제 3차 세계대전 일어난다. ㄷㄷㄷㄷ

당시 독일이야 워낙에 극단적 벼랑에 몰려있어서 히틀러 붐이 가능했지만 대한민국은 다르다. 대한민국 로열 패밀리의 '자정능력'이 그정도로 약화됨을 가정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판타지이다.

그다지 큰 위험성도 없는 노무현씨가 서민층의 지지로 집권한 후 당하고 있는 굴욕을 생각해본다면 이해가 갈것이다. 지금 합리적 이유도 없이 바닥을 기는 그의 지지율은 그의 역량 부족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로얄 패밀리의 작품이다. 대한민국의 로얄 패밀리는 결코 녹록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나마 현실에 가장 근접한 사람은 문성근 분의 총리이다. 실제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이 가져야할 아마도 가지고 있을 국가관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기도 하다.

'우방국'들이 반대하는 통일은 해서는 안된다. 아니 할 수가 없다. 초강대국 슈퍼파워 미국과 그 시다바리인 일본 없이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민족은 이데아이고 국가는 실존이다.

미국 일본 욕한다고 양키고홈 한다고 해결되는것도 아니다. 먹고살기 졸라 빡세지는건 둘째치고라도 북한이라고 해서 진정으로 통일을 원한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우리는 하나다 말로는 맨날 외치면서 50년 지나도록 맨날 똑같은게 괜히 그런게 아니다.

 

우리는 한 번도 이 땅의 주인인 적이 없었다고?

주인... 어찌해야 주인일 수 있는 것일까?

아니, 꼭 주인이어야만 하는 것일까?

주인이 아닌 채로 그냥 살면 안되는 것일까?

 

나는 요새 점점 한국 고대사(정확히는 삼국시대사. 개인적으로는 삼국시대는 중세라고 생각한다.) 에 침잠하고 있는데 특히 7세기 중반의 격변기가 너무 흥미롭다. 슈퍼파워 당의 출현 앞에 놓인 삼국의 운명이 지금의 한반도 상황과 어찌 그리도 비슷한지.

 

영류왕과 연개소문.

부여륭과 은고.

김춘추와 비담.

 

삼국의 온건파와 강경파들의 대립과 투쟁 그리고 선택. 그리고 그에 따라 갈리는 국가의 운명. 결국 김춘추가 승리했고 그에 따라 오늘날 한겨레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나는 연개소문을 진정으로 동경하고 그 고뇌와 카리스마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를 지도자로 선택하여 자신들의 천하를 지키기 위해 끝도 없는 처절한 투쟁을 계속해간 고려인의 기상을 사랑한다.

또 비록 사료가 없어 판타지에 머물 뿐이라 아쉽긴 하지만 백제를 멸망으로 몰아넣은 '요녀'은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당을 과감히 적대하고 숙적 신라와의 악연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역사적인 3국동맹(고려-백제-야마토)을 추진한 그녀의 기백은 진정으로 아름다웠다.

반면 김춘추의 '업적'을 거의 증오에 가깝게 미워한다.

그러나 이는 과거사이기에 가질 수 있는 낭만적 향수일 뿐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지도자로 연개소문과 김춘추 중 누구를 택할 것이냐 묻는다면

나는 두말없이 김춘추를 선택하겠다.

 

현실의 삶은 어디까지나 현실이기 때문이다.

 

공상 속 이데아를 현실에 끌어내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나 크고 두렵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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