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족이나 친구에게 하소연 할 곳도 없고...
이러다가는 제가 점점 이상해지거나, 올바른 판단을 할 힘을 잃을 것 같아서
글을 올립니다....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지만, 제발 읽고 도움을 좀 주세요ㅠ.ㅠ
저랑 남편은 2002년부터 연애해서 올해 4월에 결혼했구요,
결혼하자 마자 아기가 생겨서 지금은 임신 4개월에 접어들었습니다.
남편은 속이 깊고 다정하고 인간적이고, 성실하고... 흠 잡을 데 별로 없는 믿을만한 사람입니다,
물론 저를 많이 사랑해줬구요(지금도 과연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시어머니는 홀어머니에 제 남편 외아들입니다.
시어머니 되실 분이 워낙 유별나셔서 결혼 전부터 주위에선 걱정이 많았습니다.
오죽하면 신랑 친구들이 그 시엄니 어떻게 감당할 거냐며 제 걱정을 할 정도였죠.
대충 결혼 전 신랑집 상황을 얘기하자면,
꽤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1500짜리 전세 살면서 시엄니는 식당일도 하셨습니다.
고생 많이 하신 분이죠... 가엾으신 분입니다.
그런데 시엄니는 엄청난 미인이십니다, 젊을 때 사진 보면 영화배우 저리 가라의 미모에다가
몸매까지 가냘프고, 피부는 지금도 주름 거의 없고 백옥같습니다.
정말 타고난 미모라 할 수 있죠.... 옷장을 보면 최소 버버리에다가
기성복 거의 없고 다 맞춤 양장입니다;; 젊어서 무지 잘 나가셨다네요,
암튼 서른 살에 미혼모로 울 신랑 낳으시고, 이후 결혼 두 번에 이혼도 겪으셨습니다.
같은 여자로서 그 인생이 참 고달프고 힘들었을 것 같아 마음이 짠했습니다.
정말 잘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암튼 젊어 돈 많고 아쉬울 것 없다가 나이 드시면서 가세가 점점 기울고,
여자 혼자 아들 데리고 살기 쉽지 않았겠죠, 암튼 점점 궁핍해지자,
시엄니 그 때부터 성격 좀 문제 생기신 모양입니다(시엄니도 그때부터 스트레스 쌓였다고 그러시데요..).
겉보기엔 별 문제가 없는 분 같은데, 사람 진을 빼 놓으시는, 이상한 성격이십니다....ㅠ.ㅠ
누구든지 옆에 있는 사람, 속을 긁고 가슴을 갈갈이 찢어놔야 만족을 하시는 것 처럼...
가볍게 말하면 잔소리이고, 좀 심하게 느끼는 경우에는 언어 폭력이 심하십니다..
어쩌면, 제가 시간이 가면서 점점 민감해지고....작지만 싫은 일이 점점 쌓이면서
제가 비정상적으로 예민해진 건 아닌지, 사실 그런 생각도 들어요.
구체적으로 제 상황을 얘기하자면,
14평 방 두칸 작은 집에 시엄니랑 남편, 임신한 저...이렇게 살구요
(아기 태어나면 좁아서 큰일입니다...^^;)
얼마 전 시엄니가 암 전이시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요즘 암은 다 죽는 병도 아니고, 치료만 잘 받으면 오래 사실 수 있다기에
너무 침울하거나 심각해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가 임신함과 동시에 시엄니가 암 진단을 받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처음 검사 겸 항암 치료 하느라 2주 가량 입원해 계시다가 지금은 집에서 쉬는 중이신데요,
제게 말씀을 이상하게 하시기 시작한 겁니다.
예를 들면,
시엄니;넌 성격은 누굴 닮았냐? 아버지 닮았냐, 엄마 닮았냐?
나; 저는 아버지를 좀 닮은 거 같아요....
시엄니;그럼 니 아버지도 너 처럼 성격 이상하고 괴팍하겠네?
나; .......
제가 뭘 어쨌길래요......ㅠ.ㅠ 저 시엄니 혹시 아프신데 기분 상할까 봐,
나름대로 표정 관리도 합니다.... 항상 웃으려고 노력하고.
그런데 사람이 미치지 않고서야, 애꿎은 친정 아버지 성격 이상하다는데 기분이 좋을 수가 있나요.
밥 먹다가 갑자기 저런 말씀을 빈정빈정 하시길래 제 표정이 좀 굳었나 봅니다.
갑자기 환자가 있는 집에서 식구들이 다 인상이나 쓴다고 고래 고래 소릴 지르시는겁니다.
저 원래 잘 놀라고, 임신한 상태라.... 어머니께 고정하시라고,
너무 심장이 뛰니 제발 소리는 지르지 말아 달라고 빌었어요.
그랬더니 별 꼴 다 보겠다고 중얼중얼 하시면서 안방으로 들어가 제 침대에 누우시더군요...
저희는 안방을 저희 부부가 쓰고, 작은 방을 시엄니가 쓰시는데,
안방에 큰 텔레비전이 있다는 이유로 종일 저희 침대에 누워서 지내십니다....
그게 불만은 아닌데, 저는 다리를 뻗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거죠^^;
제가 엄니 방에 들어가 눕는 건 또 싫어 하십니다...제 침대에 어머니 계실 때
옆에 가서 살짝 누워도 봤지만 욕이나 먹었습니다....ㅠ.ㅠ
이러니 코딱지만한 집에서 어디 발이라도 뻗고 누울 곳이 없어요....
전엔 이런 문제가 별로 안 심각했는데, 임신하니까 너무 힘들더군요.
한번은 신랑이, 어머님이 입으라고 한 바지 안 입고, 제가 골라 준 바지 입고 나간다고
"기집한테 미친 호로자식"이라는 욕도 먹었구요,
저 임신하고 나서 뭐 먹고 싶냐고 물으시길래, 별로 먹고 싶은 거 없다고 그랬더니
그래도 얘기해 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별 생각없이
친정 엄마가 해 주신 음식이 좀 생각난다,고 했더니 마구 화 내시면서 고함을 지르셔서....
전 아직도 그게 제가 왜 잘못한 건지 모르겠어요.
신랑이 제 편이라도 들거나, 어머님한테 너무 심하시다고 얘기라도 할라치면
바로 뒷목 잡고 넘어가십니다.
여자 잘못 얻어서 착한 아들이 변했다,는 말은 한두 번도 아니고....-_-;;
"애초부터 알아봤다, 연놈이 똑같이 막 돼먹고 배운 거 없다" 뭐 이런 욕도 자주 먹었고...
제 편 잘 들어주던 신랑도, 어머님 암 진단 받고 나서는 아예 편도 안 들고
기분 상하실 만한 말도 안 꺼냅니다. 그냥 웬만하면 비위 맞추고 넘어가죠...;;
암튼 사랑하는 남편 어머님이니 무조건 참았습니다. 가끔 신랑한테 투정을 하긴 했지만
어머님한테 싫은 내색 안 하려고 저도 무단히 노력했습니다....
(사실 친정 부모님 욕 할 때는 정말 참기 힘들었습니다만...ㅠ.ㅠ)
그런데 임신하고 몸이 너무 힘들더라구요.... 입덧도 심하고..
하루에 한 끼도 못 먹고, 물만 마셔도 토하는 날도 많았는데
시엄니 환자시라 세 끼, 끼니때 마다 새 반찬 해야 했습니다... 정말 힘들었죠.
그것도 일반 음식이 아니라, 몸에 좋고 신선한 거....일명 식이요법 하시는 분이라
반찬 마련하는데 몇 시간이고 갑니다. 양념 하는 것도 일반 음식이랑 좀 다르구요.
저 음식 냄새 너무 괴로웠습니다... 토하지 않으려고 울면서 하루에 세 차례씩 반찬했어요ㅠ.ㅠ
그리고 또 시엄니 식사 하실 때 누워 있기 좀 그래서, 옆에 앉아서 시중드는데
매일 어찌나 어지럽고, 메슥거리던지... 창백하고 굳은 얼굴로 겨우 앉아 있고 그랬죠.
그럴 때 마다 욕 들었어요... 환자 있는 집에서 표정이 기분나쁘다고.
"맨날 인상이나 찡그리고, 그래서 니 뭐 되겠나. 참 유별나게 군다~
나 임신했을 때는 너처럼 유별나게 안 그랬다" 이러시고.....
저, 잘 못 먹고, 매일 구박 당하니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고....
아무도 안 볼 때 숨어서 울기 일쑤였어요.
신랑한테 말을 하자니, 당신 엄마가 이래서 괴롭다....라는 얘기를 하게 되고,
그러면 신랑은 제 말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기분 안 좋고, 저한테 서운하고.
그런 악순환이었죠. 게다가 시어머니 지금 많이 편찮으시니까
저 임신했다고, 제 편의만 찾을 수도 없었어요....
그러다가 저 쫓겨 났습니다. 친정으로요.....
제가 매일 비실거리고, 물도 잘 못 넘기는 걸 보다 못한 신랑이
친정 보내 며칠 좀 쉬다 오게 하자,고 얘길 꺼낸 것이 화근이었죠.
시어머니 저한테 고래고래 화내시며, 마치 제가 꼬셔서 신랑이 제 편의만 찾는다는 식으로
아픈 시어머니 팽개치고 그게 말이나 되냐는 둥 화를 내시다가
나가 버리라고, 너랑 한 집에 사느니 내가 병이 심해져서 지레 죽을 거 같다고
나는 치료 받을 때 까지만 이 집에 살테니 그때까지 니가 나가 있으라고.
얼굴 안 보고 싶으니 옷이랑 이것 저것 다 싸가지고 가라고....;;
저, 평소 같으면 곰 처럼 여우처럼 어떻게라도 역정 풀어드리고 옆에서 모셨겠지만
그 때는 저도 몸이고 마음이고 한계였습니다....
홀몸도 아니고 우선 살고 보자는 마음으로 두 말 않고 나와 버렸습니다.
친정에는 입덧이 심해사 시엄니가 잠시 휴가를 줬다고 말해 뒀습니다...
친정 식구들 속상한 게 싫어서요.
그 날 이후론 시엄니가 신랑을 잡아 먹을 듯이 괴롭히신답니다.
물론 제 욕으로 시작해서 제 욕으로 끝날 것은 안 봐도 뻔하구요,
신랑이 이제 그만 저 돌아오게 해서 같이 지내자고 하면,,,,
시엄니 걔(저 말입니다) 들어오면 내가 나간다, 어디 요양원에라도 간다, 이러시면서
남편 마음을 아프게 하시네요....
저요? 친정에 와 있으니 너무너무 살 것 같고, 입덧도 좀 사그라들고....
다정한 친정 엄마 옆에 있으니 몸이 저절로 회복이 되는 거 같아요.
시어머니랑 신랑이랑, 이제 난 앞으로 어떻게 하나...이런 걱정 보다도
일단 내 몸이 회복되고 내가 살겠으니까 너무 안심되고 눈물나는 거 있죠.
그 동안 바보처럼 그 시엄니 밑에서 뭐한다고 참고 살았는지, 이런 생각도 들고.
가끔 신랑이 친정으로 절 만나러 와서 얘기를 하는데,
이제 그만 들어 와야지....하면 갑자기 심장이 뛰고 두통이 생깁니다.
다시 들어가 같이 살라면 저 죽을 것 같은데....
이러다 보니, 신랑도 점점 저랑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심술궂고 미워도 자기 엄마인데.... 게다가 암 환자이신데,
이렇게 제가 싫어하고, 내 몸이랑 뱃속 아기만 챙기는 걸 보니 정이 떨어지는 걸까요.
아무래도 저를 이기적이고, 저 밖에 모르는 여자라고 생각하게 되겠죠...
그래도 홀엄니에 외아들, 게다가 암 환자이시니, 제가 결국은 모시고 살아야 하는 것일텐데,
제 마음이 비뚤어진건지....절에 다녀볼까, 교회를 다녀볼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어쨌거나 시어머니 지금 64세이십니다. 그리고 많이 편찮으십니다.
하나 뿐인 며느리인 제가 잘 모시고 싶었습니다. 많이 편찮으신만큼 좋은 음식도 해 드리고
정성껏 모셔서 정말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는 한 가족이 되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저를 귀여워도 하셨고, 나름대로 사이가 좋았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는 상의를 하고 싶지 않은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무조건 속상해하거나, 제 편만 들며 같이 욕이나 하거나,
제가 원하는건 이런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시엄니 낭비벽이며, 백화점 좋아하시는 거며,
명품 좋아하시는 거.... 이젠 다 괜찮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잔소리 심하신 거.... 저랑 남편 속옷 서랍 열어 보시고 개키는 법이 마음에 안 든다고 야단치시는 거,
그것도 좋습니다, 뭐 사람마다 다르니 그럴 수도 있죠.
제 음식이나 설거지 하는 법, 빨래 너는 방법이 마음에 안 드신다고,
배운거 없고, 머리도 나쁘다고 친정 엄마까지 싸잡아 욕하시는 거,
그것도 이젠 참을 수 있습니다. 한두번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저런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서, 점점 곪고 곪아
그 사람이 싫어지는 건 어떻게 극복을 해야 할까요.
엄마, 아들...세상에 둘 뿐이라고 믿고 살아 온 시엄니,
몸까지 편찮으시고 연세 많으셔서 어차피 제가 모셔야 합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요? 당신 무시한다고 뒷목 잡고 쓰러지시는분입니다.
보통 노인네들처럼 그런 거 통하는 만만한 분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꼬투리 안 잡히고 잘 해 보려고, 방글 방글 웃고 있어도,
어떻게 해서든지 상대방 속상한 말 꺼내셔서 가슴을 찢고 눈물나게 만드는 분입니다.
시엄니가 하도 집안에 평지풍파를 많이 일으키셔서, 이젠 남편도 함부로 제 편 못 듭니다.
한 마디 실수했다가 죽네 사네 고함에 원망에,
너(남편 말입니다) 하나 키운다고 너 때문에 내가 죽을 고생을 하고 살아서,
아픈 것도 다 너 때문인데 엄마를 박대하고, 이 천하의 호로 자식아! 막 이러셔서
남편 가슴도 다 찢어 놓으시는 분입니다...
그 고달픈 인생에 얼마나 한도 많고, 원망도 많으시겠습니까마는.....
같이 살아야 하는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시엄니는 워낙 성격이 저러셔서, 입원하셨을 때도 친구도 형제도 아무도 찾아오지도 않고
곁에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대구 사시는 네째 이모님이 딸네 놀러 오셨다가, 마침 그 딸네가 병원에서 안 멀어서
한 번 오시고, 그리고 제 친정 엄마랑 제 이모가 한번 문병 오고, 그게 다 입니다;;)
시엄니 모시고 사시는 경험 많으신 분들의 조언을 듣고 싶어요.
저는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걸까요.
남편을 너무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참고 살기엔 너무 못 견딜 괴롭힘과 수모를 주시네요.
저도 저희 집 귀한 딸 자식인데.... 이런 대접이나 받으라고 시집 보낸 거 아니신데.
요즘은 몸까지 너무 괴로워서, 자꾸 우울해지고....
결혼하고 친구들 딱 두번 만났어요, 시엄니 편찮으시니 외출이 좀 힘들어서...
그런데 이젠 친구들도 만나고 싶지가 않아요, 무슨 얘길 해도 딴 세상 얘기 같고...
저 혼자만 이상한 나라에 갇혀 사는 것 같고, 사람 만나는 것도 힘이 드네요..
세상 사는 낙이 없어요, 어느 날 부턴가는 임신한 것도 더 이상 기쁘거나 감사하지 않고..
어디 도망가거나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고.... 이러다가 제가 이상해질 것만 같아서,
다른 데 하소연 할 곳도 없고, 여기 도움을 청합니다...
저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그리고 제가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아요, 이게 우울증인가요?
지금 제 상태는 어떤 상태인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