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보~. 점심은 집에 와서 드세요”
결혼하고 나서 제일 하기 싫은 일이 바로 요리였다. 실은 요리까지도 아니고 밥상 차리기가 정말 싫었다. 이건 자고 일어나면 ‘뭘 먹을까’라는 고민으로 하루 해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이런 고민에도 신혼은 마냥 달콤하기만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국 끓이기에 실패해 두세 번씩 쏟아 버리면서 겨우 멀건 미역국을 끓여 내고. 달걀말이와 햄볶음을 준비해 남편을 깨우며 아침마다 상을 대령하던 순진했던 그때.
“와. 정말 맛있다. 자기. 요리도 정말 잘하네.”
행복해 하던 남편의 얼굴을 떠올리니 입가에 웃음이 감돈다. 그때는 간도 안 맞는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으면서도 남편은 늘 점심을 집에 와서 먹겠다며 성화였다. 그러면 난 점심 장을 보러 슈퍼에 갔다 와서는 요리책을 펼치고 무얼 해 먹일까를 고민하며 오전 시간을 행복하게 보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장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자기야~. 이렇게 점심시간마다 집에 와도 돼?” 두 눈을 반짝이며 물어보는 나.
“사실은 부장님이 점심시간마다 집에 가라고 자꾸 등을 떠밀면서 원래 신혼 때는 밥 먹다가도 하고 점심 때도 하고 그러는 거라고….”
뎅그렁 귓속에서 종이 울리는 것 같았다. 이 남자가 그러고보니 딴 생각이 있었군.
“이 저질. 변태. 순 그것만 밝히는 속물 ”
난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방으로 도망치듯 들어와 버렸다. 그러자 밥상을 곱게 물리고 뒤따라 들어온 남편은 나를 꼭 껴안아 주었다.
“사실 나 회사에서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도 않아. 자기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막 달려오고 싶단 말이야. 고맙게도 그런 나의 마음을 부장님이 알아주신 거 아니겠어?”


환한 정오의 햇살이 우리 방을 내리쬐고 있었다. 나는 다시 입고 나가야 하는 남편의 와이셔츠와 바지를 조심스레 벗겼다. 이것이야 말로 다시 오지 못할 신혼 시절이었다. 잠깐 눈을 붙인 사이 남편은 말끔하게 설거지까지 해두고는 다시 출근을 했다. 햇살에 그리고 남편의 사랑에 더욱 반짝이는 부엌을 뒤로 하고 신부는 하얀 침대 안으로 다시 몸을 누이고 달콤한 오수에 빠져든다. 이런 시절이 다시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일 아침에는 밑져야 본전이니 남편에게 이렇게 말하련다.
“여보. 점심은 집에 와서 드세요.”
■나른한 봄날 기운을 돋우어 주는 미나리 죽순볶음
▲재료(2인분): 쇠고기 안심 100g. 미나리 1줌. 죽순 1개. 청·홍고추 1개씩. 참기름·통깨 1/2작은술. 소금 1/3작은술. 식용유 적당량
▲쇠고기 양념: 간장·통깨 1/3작은술씩. 다진 대파·마늘 1/5 작은술씩. 참기름 1/2작은술
■만드는 법
1. 미나리는 잎을 다 떼고 뿌리를 제거한 뒤 물에 깨끗이 씻는다. 뜨거운 물에 데친 다음 5㎝ 길이로 썬다.
2. 죽순은 쌀뜨물에 30분 정도 담가두었다가 뜨거운 물에 데쳐 내 빗살무늬를 살려 편으로 썬다. 청고추와 홍고추는 가늘게 채 썰어 믈에 헹군다.
3. 쇠고기는 가늘게 채 썰어 양념한 뒤 식용유를 살짝 두른 프라이팬에 재빨리 볶는다.
4. 다른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둘러 죽순을 볶다가 쇠고기·청고추·홍고추·미나리를 넣은 다음 한 번 더 볶는다.
5. 소금으로 간을 하고. 참기름과 통깨를 넣어 완성한다.
■신혼은 서로 맞춰 가는 훈련 단계
일생 동안 할 섹스의 절반을 신혼 시절에 한다고들 한다. 사실 신혼부부들은 평균적으로 첫 두세 달 동안에는 거의 매일 섹스를 하고 하루에 두 번 이상 사정한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의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횟수가 많아지는 이유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 오던 남녀가 만나서 서로 맞춰 가는 훈련 단계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어떤 체위를 좋아하며 어떤 애무를 선호하는지 많은 경험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쳐야 환상의 커플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글 최수진
전직 방송작가 출신으로 교양·오락·다큐멘터리 등 비드라마 부문 등을 섭렵하고 어디든 파고드는 데에는 도가 튼 끼 있는 여자. ‘때로는 드라마처럼. 쇼처럼 우리의 인생을 구성할 수는 없을까’를 연구하며 드라마틱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톡톡 튀면서도 자신의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세 아이를 둔 평범한 보통의 주부이다. 현재 여성 전문 사이트 ‘젝시인러브’에서 남녀의 성과 연애 등 다방면의 시각에서 전문인적 글을 기고하는 ‘젝시라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요리 박상혜
병원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다 다시 학교에 들어가 조리과-식품공학과-영양조리과학과 대학원을 거쳐 지금은 GS홈쇼핑에서 요리연구가 겸 대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사찰 음식을 사랑한 사람들’이란 온라인 카페(cafe.daum.net/templecooking)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찰 음식 연구소 공양간’의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사찰음식·웰빙건강식·약선 등의 요리를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