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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 향수

김현욱 |2007.03.25 04:01
조회 38 |추천 0

누가 그러더라.

AB형은 한가지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고,

그래서 유독 매니아적 성향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혈액형 성격분석을 그닥 신뢰하지 않는 나지만,

적어도 이거 하나만큼은 맞는 거 같다.

 

향수, 책 이름을 처음 들어본 것은 중학교 1학년,

책을 사서 읽게 된 때는 고3,

그리고 어제, 영화로 다시 한번 읽었다.

 

중 1시절, 우연히 친구를 통해 듣게 된 책의 내용은 향수를 만들기 위해 살인을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별거 아니었는데 유달리 끌렸던 이유는, '향기'라는 소재가 독특했기 때문이다. 냄새를 가지고 소설을 쓴다는게 신기하면서도 매력 있어 보였다. 한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으로 쇼핑한다는 것이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리던 그시절, 서점이고 도서관이고 기회만 있으면 들러서 그 책이 있는지 기웃기웃했지만 결국엔 찾지 못하고, 그렇게 까맣게 잊고 지내다 고3수능이 가까워질 무렵, 인터넷으로 참고서를 구매하려고 웹서점에 들렀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더불어 잊고있었던 AB형의 피가 팔팔끓기 시작하면서 나의 손은 주문을 누르고 있었다.

 

며칠후 도착한 책은 기대 이상이었다. 두꺼운 장수가 무색할정도로 빠르게 넘어가는 호흡, 냄새를 글로 표현하기 위해 한자 한자 고민하고 눌러썼을 작가의 노고와 한글로 옮기면서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을 번역가의 수고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글, 한가지를 향한 지독한 집착과 열망을 보여주는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 재밌게 읽으면서 '참 잘 쓴 책이구나-,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다. 그르누이처럼 한가지에 미치도록 버닝한 적이 나는 있던가-?'등등의 갖가지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덮었었다.

 

그리고 07년, 향수가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얼핏얼핏 알고 있었고, 한번 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어제 송지연어린이와 우연찮게 보러 갈 기회가 생겼다. 다시한번 책을 읽는 마음으로, 작가의 이름이 파트리크인지 파트리스인지(Patrick 영어로 패트뤽-_-'')를 다투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는 특별한 것은 없었다. 책의 내용에 충실하면서- 어떻게 하면 시각적 효과를 통해 후각적 효과를 극대화시킬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찍은 것 같았다. 파리의 검고 어두운 시궁창의 사실적 묘사, 그라스 쟈스민 농장의 짙은 보라색 노란색, 붉은 장미 등등으로 색감을 강조시켜 향을 묘사하려 애쓴 것들이 장면 곳곳에 보였다.

그렇지만 아무리 시각적 묘사가 뛰어나다 할지라도, 최고의 향수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과연 향기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일까-? 라는 물음표만 둥둥 떠다녔었다. 아무래도 체험해 보지 않은 것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쓴 또다른 책(시나리오) 콘트라베이스를 보면 자신의 존재를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있다. 그르누이도 자기적 존재로서 '인정'받기를 끊임없이 원했던 것 같다. 아무리 지상 최고의 향수를 가졌더라도, 껍데기일 뿐이고 날리면 그만일 뿐, 자기의 존재에 대한 스스로의 인정에 대한 고뇌가, 종국에 자살아닌 자살로 생을 마감해버리는 그 모습에서 고독과 소외에 대해 말하려 했던것 같다.

 

무릎팍인지 헛다리인지 모르겠지만, 대략 1번의 pre-reading, 1번의 정독, 1번의 다시보기로 느꼈던 감상은 이렇다. 대략 19금 그림이 많이 나와서 적잖이 당황을 많이 했지만, 웰메이드임에는 틀림없는 작품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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