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는 해봐야 한다.
개헌을 두고 찬성하고 반대하는 일은 선택하기 나름의 문제이지만, 논의 조차 하지 말자는 것은 직무유기와 다름이 아니다. 국민이 먹고 사는 일에 열중하는 동안 그런 일 하라고 정치인을 뽑아준거 아닌가?
현대사회에서 정치의 존재가치는 민생의 주변을 정리를 해주는 것에 있을 뿐이다. 정치가 해야할 일 중에 헌법을 유지하거나 고치는 문제는 민생에 있어서 가장 원초적인 주변정리인 셈이다.
당장 먹고 사는 데에 아무 상관 없지만 누군가 신경쓰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걸 정치권에서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하겠단다.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해야하는 것이고 그것을 결정하기 위해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논의를 해야하는 것인데 안하겠단다. 그냥 다음에 하잔다. 다음에 하자면서 언제 어떻게 하겠다고 약속 조차 하는 이 없다.
사실 난 이번 개헌안에 대해 찬, 반의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이를 결정할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보가 부족함은 논의를 하지 않아서이다. 정치권이 직무유기를 하는 통에 국민으로서 얻어야 할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떼고 민생에나 전념해달라"... 남의 나라 사람들이 들을까봐 민망하다. 이런 무식한 소리가 배웠다는 사람들 입에서 서슴없이 나온다. 동서고금에 현직 대통령 혹은 총리한테 정치에서 손떼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도 모든 민생문제가 대통령 한 사람의 책임인 양...
대통령에게 민생에만 신경쓰라는 것은 부모가 자녀에게 공부만 잘하면 건강이나 인성따위는 아무 소용없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자녀가 부모에게 용돈만 주고 간섭은 말아달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한, 민생 중에서도 정치가 담당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이며, 그나마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의 역할이 훨씬 지대하다. 알다시피 지방정부와 의회의 대부분을 야당이 석권하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에게만 민생의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는 치졸하기까지 하다.
차라리 정치인은 민생에서 손떼고 정치만이라도 잘하라고 하고 싶다. 어릴 적에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고 통일이 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는 말을 듣고 그게 나라발전과 통일에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요즘 대통령에게 정치에서 손을 떼라고 하는 사람들보면 어릴적 내 모습이 생각난다. 못알아듣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해주자면 정치인의 본분을 모른다는 얘기다. 내가 어렸을때 학생의 본분을 몰랐듯이...
사람들 참! 어지간히 공부하기 싫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