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목극 '마왕'(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은 정교한 퍼즐게임이다. 퍼즐은 한개씩 맞추어가야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각조각 흩어진 퍼즐들은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살아나게 된다. 그러니까 중간에 '대충' 끼어들어봐야 드라마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
박찬홍-김지우 콤비의 전작 '부활'처럼 '마왕'도 전회에서 나온 대사나 장면들이 언제라도 사건과 인물과 연관돼 수면위로 드러나기 때문에 대충보는 사람, 중간에 안본 사람들은 도태되기 쉽다.
시청자들은 장면마다, 대사마다, 택배 물건 등 소품 하나까지도 의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고 있어야 한다. 해인(신민아)을 만나고 돌아오는 김규철의 표정 하나에도 무슨 의미나 단서가 있는 것 같다.
이에 더해 '마왕'의 시청자들은 미리보기-다시보기를 통해 드라마를 예습, 복습하며 새로운 단서를 찾는가 하면, 범인을 추리하면서 의견을 교환하기에 바쁘다.
'마왕'은 한마디로 복수극이다. 12년전 평범한 어린이 승하(주지훈)는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형이 동급생의 칼에 맞아 무참히 살해당하는 사건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게 된다. 승하는 이 상처를 딛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가 된다. 승하는 평소에는 무료변론을 도맡아하지만 속에는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승하는 변호사계의 '쓰레기'인지, '천사'인지 쉽게 판단내릴 수 없는 야누스다.
4선 국회의원, 호텔 오너의 아들이라는 잘나가는 집안의 둘째 아들인 오수(엄태웅)는 학창시절 부모가 원하는 기준에서 모범생이었던 형과 비교가 되어 이런 자신의 고통을 표현할 방법을 몰라 나쁜 짓만 골라하다가 승하의 형 살해사건의 주동자가 된다. 하지만 뒤늦게 반성하고 사회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강력팀 형사가 됐다.
그러니까 오수와 승하의 대결구도는 불가피하다. 구마왕과 신마왕의 숙명적 대결이다. 또 일본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지닌 해인(신민아)은 복잡하게 얽힌 이들 사건의 매개체 역할이다.
첫주 방송에서 오수 집안의 고문변호사인 권현태 변호사가 살해됐다. 권 변호사는 오수 집안의 비리를 해결해주는 사람이다. 승하는 시보시절 권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권 변호사의 살해범으로 지목된 조동섭은 장기 옥살이에 대한 사과를 받으러 왔지, 살인하려는 원한이 있는 건 아니었다. 조동섭을 뒤에서 부추긴 인물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 상황에서 학창시정 오수와 함께 나쁜 짓을 하고 다녔던 사채업자 대식이 4회에서 죽는다. 천식을 앓고 있는 두번째 희생자 대식은 천식이 악화돼 죽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수사관이 대식의 집에 들어올때 악취가 나는 표정을 짓는 것으로 봐서 누가 (독)가스를 발사한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은 대식이 죽기 전 사채를 갚아라고 독촉받은 여자의 어린 딸이 없어졌고, 이 여자와 대식에게 택배로 똑같은 곰인형이 배달된 점 등으로 사건을 추리하게 된다. 복수극이 본격화되며 범인에 대한 궁금증과 세 번째 희생자가 누가 될 것인지 호기심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처럼 드라마를 다 챙겨보는 사람도 스토리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중간을 놓친 사람은 접근하기가 쉽지않다. '마왕'이 시청률이 조금씩 떨어진다는 건 이 때문이다. 엉성하고 진부한 드라마가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드라마는 다양한 게 좋다. 이런 '명품드라마'가 한편 있다는 것만도 시청자에겐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마왕'의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엄태웅과 주지훈은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역시 엄태웅은 힘이 빠진 연기로 오수라는 인물을 잘 표현하고 있고, 주지훈은 '막대기 연기'를 펼치는 듯 하지만, 그 모습이 승하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대본을 쓰고 있는 '지우신공' 김지우 작가의 명대사도 남발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유리한대로 조금씩 거짓말을 한다" "(파우스트에서 나온) 신은 운명을 예정하지만 인간은 운명을 바꾼다" "나쁜 놈들은 주말에 놀고 우리(형사)는 그 놈들이 주중에 친 사고 수습하느라고 밤에도 뛰어다니고~" "나쁜 놈들은 DHA가 풍부한 음식 먹고 우리는 자장면 먹고~ 어떻게 된거야"
드라마를 한편도 안 빠뜨리고 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보기도 왠만한 신경을 쓰지않는 한 쉽지않다. 하지만 수고한 만큼 얻는게 또한 만만치 않다.
'마왕'은 보고나면 남는게 별로 없는 드라마와는 다르다. 아직 초반이라 스토리 전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뭔가 느끼게 해주는 드라마라는 믿음을 준다. 특히 상처받은 인간의 변하는 과정, 고통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인간들은 곧 우리 자신의 모습이지 않은가.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