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는 일에 능숙한 여자와 서투른 여자도 있다. 헤어지는 게 서투른 여자는 몇 년씩 관계를 질질 끌며 속을 끓이고, 헤어지는 게 능숙한 여자는 순식간에 이별하고 시치미를 뚝 뗀다. 시간 낭비라는 점에서 볼 때 헤어지는 게 서투른 사람은 평생에 걸쳐 큰 손해를 보는 셈이다.
나도 예전에는 헤어지는 게 서투른 여자였다. 어쩌다 보니 이 년을 질질 끌고 있었다. 그 시간을 지금이라도 되돌리러 가고 싶을만큼 후회가 된다. 사귀는 사람이 없었던 이 년보다 아무 소득도 없었던 이 년이었기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창 밖으로 몸을 날리고 싶은 것을 창턱을 붙잡고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시간이었다.
이제 더 이상은 못 견디겠다.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칠 때 여자는 두 가지를 생각한다. 이 남자와 헤어지고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이별을 고민하게 되면 모든 일을 안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후회할지도 모른다. 외톨이가 될지도 모른다. 서두르는 건 좋지 않다. 지금 이 관계를 깨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 헤어질 생각은 버리자. 대신 내가 좀더 노력해야지. 그러나 이건 불안한 나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미련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헤어지려고 할 수록 그의 다정한 일면이 돋보이게 마련이다. 이별을 결심하게 만든 단점보다 약간의 장점을 찾아내 이 사람은 이렇게 다정하잖아. 이런 좋은 면도 있잖아. 라고 스스로에게 세뇌시킨다. 이것은 착각이고. 잘못된 희망이다. 일단 헤어질 각오를 했던 상대와는 결국 파국을 맞는다. 결혼하지 않는 한 이별하게 된다.
이별이 자꾸만 머리를 스치는데도 자신을 안심시키며 헤어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귀 기울여 들어 주기 바란다. 안심은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지도, 성장시키지도 않는다. 잠시 마음이 편할지는 모르지만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우리 몸은 신진대사를 통해 몸속의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고 세포를 증식시키면서 낡은 것을 새 것으로 바꿔 나간다. 피부에 상처가 나더라도 스스로 낫게 하는 소중한 자연 치유력이다. 나는 여자의 마음에도 이런 능력이 있었으면 한다. 마음속에 쌓인 노폐물을 밀어내고 새로운 행복을 받아들여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광채를 더했으면 좋겠다.
앞서 말한 만남이 능숙한 여자와 서투른 여자 역시 신진대사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진대사의 힘이 강할수록 만남의 파워도 강하다. 내게 불필요한 것을 즉각 버릴 줄 알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즉각 받아들일 수 있다. 헤어짐이 능숙하기 때문에 만나는 일에도 능숙한 것이다.
- 사이토 가오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