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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달의 제단

김소민 |2007.04.07 11:02
조회 33 |추천 0

달의 제단  -  심윤경 장편소설

 

 나는 강렬한 것을 좋아한다.

 소설이든, 영화이든.

 특히 영화는 더욱.

 '나쁜 교육'같은 그런 영화를 또 발견하고 싶다.

 

 받아들이기 힘들고, 충격적이거나, 거북한 그런 것.

 

 심윤경님의 소설 '달의 제단'은 정말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그런 강렬함을 담고 있어서 단박에 너무 좋아져버렸다.

 사실 몇년전에 내가 좋아하는 TV프로그램 'TV 문학관'에서 처음 접하고 그 괴기한 분위기에 사로 잡혔었는데 이번에 책으로 만나게되 너무 좋았다.

 

 작가의 말 중 한토막을 보자.

 "쿨한 사람, 쿨한 관계, 쿨한 소설, 쿨한 영화들이 이 세상을 휩쓸어 버린 것이 어느 시점부터였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경쾌하고 은근한 노랫자락에 얹어서 똑같이 쿨하다고 착각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쿨하지 못한 우리네 인생. 아무래도 사는 건 구차하고 남루하다.

 뜨겁게. 여한 없이 뜨겁게. 어차피 한 번 왔다 가는 세상 뜨겁게. 가슴의 뜨거움조차 잊어버린 쿨한 세상의 냉기에 질려 버렸다. 맹렬히 불타오르고 재조차 남지 않도록 사그라짐을 영광으로 여기는 옛날식의 정열을 다시 만나고 싶다. 그것이 요즘 유행하고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라 해도."

 

 주인공 조상룡은 조씨가문 차종손으로 서울에서 좀 떨어진 시외의 대학을 다니며 또 그곳의 효계당이라는 몇십칸 한옥집에서 역시 조씨가문의 종손이며 자신의 하나뿐인 피붙이인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또한 그 넓은 효계당의 식구는 단 네명 뿐으로 상룡과 할아버지외에 근20년동안 효계당의 살림을 도맡아 온, 고생으로 나이에 비해 허리가 할머니처럼 굽은, 달시룻댁과 다리 병신에다 살덩이가 뒤룩뒤룩한 그녀의 딸 정실이 있다.

 두 모녀는 달시룻댁의 남편이자 정실의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흘러 흘러 효계당까지 오게된 것이었다.

 상룡의 피붙이가 오직 할아버지 한 분 뿐인 것은, 원래 그 집안이 대대로 아들이 너무 귀해 서로 서로 아들을 꾸어다 메우기에 바쁜 그런 집안인데, 독자였던 상룡의 아버지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한 여자와 사랑에 빠져 할아버지 몰래 혼인신고까지 하고 살림까지 차려 아들을 두었고, 그것을 안 할아버지께서 억지로 이혼을 시키고 당신이 정해둔 역시 종갓집 장녀와 결혼을 시켰는데, 아버지는 결혼한 지 몇 개월 뒤 목메 자살을 한 것이다.

 상룡은 세살 때 효계당으로 끌려와 그 곳의 정식 며느리인 해월당 유씨 아래서 자랐으며, 해월당 어머니도 나이 쉰을 못 넘기고 돌아가셨다.

 상룡이 막 제대를 하고 사당에 인사를 올린 후 효계당에서 할아버지께 절을 올리는데 할아버지께서 언찰(편지) 십여통을 내밀며, 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다하나 이제 학부생인 상룡에게 해독을 하라고 내민다.

 이 언찰은 먼 웃대 효계당에 시집온 새댁 며느리가 부모없이 자신을 키워준 친정 할머니에게 보낸 애틋한 편지였다.

 그런데 이 언찰을 해독해보니, 오직 조씨가문 종갓집의 명예와 번창, 유지에 일평생을 바친, 쇠락해 가던 효계당을 혈혈단신 일으켜세운 할아버지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었다.

 

 참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이런 분위기에 푹 빠졌었고, 또한 작가인 심윤경님은 분자생물학을 전공했음에도 국문학을 전공했나 착각할 정도이다.

 특히 책에는 언찰 10여통의 원문이 그대로 적혀있어서 옛적 여인들이 쓰던 내간체를 그대로 맛보는 재미 또한 컸다.

 

 좀 불편하더라도 강렬한 무언가에 갈급한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남녀간에 사랑에 대해 '아 사랑이란게 이런거구나, 이런 것도 사랑이구나'하는, 남녀간의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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