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6월30일 협정 체결을 앞두고 이어질 국회 상임위 보고, 청문회 등은 물론 이후 비준과정에서도 ISD를 둘러싼 논쟁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투자자·국가소송제란=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투자국 정부의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해당 국가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등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다. 1960년대부터 국가의 부당한 차별대우로 발생할 수 있는 해외투자자들의 재산 피해를 방어하기 위해 도입됐다. 소유권 이전이나 몰수 등 국가가 직접적으로 개인의 토지나 건물을 수용하지 않아도 어떤 정책이나 규제에 따라 투자가치가 하락했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이를 간접수용으로 간주, 상대국 정부에 거액의 배상 청구 소송을 낼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투자 유치를 위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만 제소권을 부여함으로써 내국인과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국내 정책의 타당성 여부를 국내 사법기관이 아닌 제3의 국제중재기관의 판단에 맡김으로써 초래되는 사법주권 침해 논란도 불가피하다.
정부는 당초 ‘대부분의 FTA에서 도입되는 사안’이라며 안일하게 대처했다가 논란이 일자 ‘부동산, 조세 정책만이라도 간접수용에서 예외로 해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했다.
건국대 법대 한상희 교수는 “우리와 달리 국가의 ‘고의적 과실’로 인한 개인 재산권 박탈에 대해 배상해주는 제도가 없는 미국에서 이를 보장하기 위한 우회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간접수용 개념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 자체가 모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발표의 허점=한·미 FTA 협상 결과 투자자·국가소송제가 도입됐다. 정부는 보건, 환경, 안전,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 조세정책 등 공공복지를 위한 정당한 정부 정책은 간접수용의 대상에서 빼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4일 국회에 보고한 한·미 FTA 분야별 최종 협상 결과에 따르면 조세정책을 뺀 나머지 분야는 예외적인 경우엔 간접수용에 해당되는 쪽으로 규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외적인 경우’가 어떤 경우를 의미하는지에 대한 규정은 물론 협정문에 없다. 이 말은 곧 정부의 모든 정책이 소송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역시 “일단 ISD가 도입되면 제소 자체는 막을 수 없다”며 “다만, 국제중재기관의 판단을 받을 때 정부쪽에 좀더 유리한 방향의 결론을 이끌어낼 근거조항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조세 정책 등의 예외를 주장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또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분쟁 중에서 단 한 건도 패소한 적이 없다.
〈권재현기자〉
▲간접수용(정부의 공공정책이 간접적으로 투자자의 기대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의 판정기준 명확히 제공하고 공공정책 목적의 정당한 정부규제는 원칙적으로 간접수용대상에서 제외
▲정부정책이 외국인 투자자의 합리적 기대를 벗어난 것인지 등을 고려해 간접수용여부 판정
▲공중보건, 환경, 안전, 부동산가격안정화 정책 등 공공복지를 위한 정당한 정부정책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간접수용대상에 해당되지 않음을 명시
▲조세정책에 대한 별도의 부속서를 두어 세금부과는 일반적으로 수용치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