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
전에 있던 작은 방송프로덕션. 여행사도 겸하고 있던 곳이었는데,
방송에 대한건 내가 너무 어려서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_
정말 한가지는 확실히 배웠다.
아프리카 그리워하기.
내가 돈걱정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아마 수천번도 더 갔을거야
이런 사진들을 보면 그렇지 않아? 아....가고싶다.
여행작가 이두영님이 찍으신 아프리카의 노을....아...가슴뛰어,
누구나 한번보면 반해버리는 최작가님. 순수하면서도 화려하고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한국인답게 노는 것이 뭔지를 아는 분.
그리고 아래는, 이두영 작가님의 아프리카 기행일기이다.
-잘 있었어요?
-그래 잘 있었네. 사자나 하이에나에 물리거나 밤새 트럭에 갇힐 일도 없으니 잘 있었지.
아프리카에 갔다 온 지 한 달 넘어서야 최작가와 겨우 통화를 하고 그간의 고생담을 또 들었습니다.
저는 국내에 오자마자 아프리카의 여운을 즐길 틈도 없이 국내여행 때문에 정신없이 보냈고, 최 작가는 여행의 후유증이 너무 컸는지 잠수를 했답니다.
우리는 흔히 이런 말을 합니다.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최대한 즐기며 멋지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그런데 이런 말 또한 자주 듣습니다. "그럼 누구는 남에게 피해를 주나? 다 피해 안 주고 살지."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자신은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자신 때문에 남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이번 아프리카 여행에서도 저는 많은 것을 느꼈고 인간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 자신도 황당한 경우를 당했지만 여행 분위기를 해치는 일이라 쉬쉬했습니다 ㅎㅎ.
그러나 리더인 최작가가 겪은 고통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는, 굳이 제가 표현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겁니다. 그 목적을 향해 서로가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함은 끝내 아쉬웠습니다.
가격 대비 여행의 품질은 누가 봐도 황홀할 수준인데, 여행 중 벌어졌던 불미스러운 사건들과, 나중에 일부 사람들에게 일정액을 환불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저는 정말 말문이 막혔습니다.
저도 그렇고 룸메이트인 김교수님도 더위를 무지 타는 편이라, 방에만 들어서면 나체 비슷하게 지냈습니다 ^^.눙구위비치에서도 에어콘이 없네, 에어콘이 너무 쎄서 감기 걸릴 뻔했네 하는 말들이 나오더군요. 연세 든 분들이라 생각했지만 어찌 그런 말씀들을 하는지 참 서글펐습니다.
저는 에어콘 없는 찜통방에서 지냈지만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에어콘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천장의 팬이 돌아도 찜통더위 때문에 잠을 설쳤습니다. 또 침대가 푹 꺼져 허리가 아플 정도였습니다. 겉보기에는 멀쩡한데 불편해서 돈 주고 가져가라고 해도 안 가져갈 침대였습니다.
그러나 저와 김교수님은 땀을 내내 줄줄 흐르면서도 내내 웃음이 그치질 않았습니다.
또 전기 없는 사막의 밤은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초원의 바람을 맞으며 그윽한 커피잔에 낭만을 섞어 마시는 순간이 너무 너무 행복했습니다.
머리 위로 흐르는 거대한 은하의 강을 올려다보며 구도자가 된 기분으로 모든 일이 아름답게 펼쳐지길 기원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단지 뻔한 여행의 느낌을 늘어놓고자 함이 아닙니다. 그리고 일일이 누구누구의 흠을 끄집어내고자 함도 아닙니다. 제가 누구의 흠을 탓할 입장도 아니고요.
한번 여러분 자신을 돌이켜보면 앞으로 언젠가 떠날 여러분의 여행길이 좀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여로를 같이했던 모든 분들, 좀 서운했던 일들 털어 버리고 행여 다시 어느 여행에서 만나더라도 남을 배려하고 피해 끼치지 않고, 남의 나라 관습과 문화도 이해하려는, 그래서 진정한 여행을 만들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에서 이 글을 씁니다.
그까짓 전기불 좀 며칠 없으면 어떻습니까? 얼마나 낭만적입니까? 또 샤워 며칠 안 하면 어떻습니까? 남녀가 보듬고 잘 일도 없는데 ㅎㅎ. 또 쪼금 적게 먹으면 어떻습니까? 텐트 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어떻습니까? 술을 마구 권하는 것 따위도 여행에서는 피해를 주는 일입니다.
마콘데 마을에서 여러분들이 조각품 등을 사시는 동안 저는 한 가게 주인을 꼬득여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서 꾀죄죄한 집과 마을 내부를 구경했습니다.
할렘가도 그런 할렘가가 없더군요. 토악질이 나올 것 같은 구정물로 밥을 하는 아줌마와 썩어가는 양철지붕.....그러나.....아프리카에서 많이 보셨겠지만 그들의 표정은 정말 맑습니다.
"포토, 원 돌러"만 듣고 그들이 못된 물이 들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판단일 겁니다. 그런 행위는 그들의 맑고 소박한 삶 속에 들어있는 아주 작은 티일 뿐이지요.
마콘데 마을에서 전진희 선생님이 찍어준 어느 가게의 여종업원은 저랑 결혼하고 싶다고 농담을 건네더군요. 그 여인과 찍은 사진을 제 집사람에게 보여줬더니 '그러다 진짜 결혼하자고 비행기 타고 오면 어쩌려구 그래? ' 해서 서로 한참 웃었습니다.
저는 저번 여행에서 세렝게티와 잔지바르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세렝게티에서 축구 얘기 등으로 깜깜한 속에서 한참이나 얘기를 나누고 땅바닥에서 먼지 마시며 유도 낙법까지 가르쳐 줬던 살롬므, 알파 같은 친구들이 요즘도 생각납니다.
알파와는 벌써 이메일을 두번이나 주고 받으며 가족 소개도 했습니다.
노을과 바다가 이쁜 잔지바르는 꿈속의 한 장면처럼 아련히 머리속을 채우고 있습니다. 거기에서 만났던 현지 대학생들과 프랑스 커플 친구도 가끔 생각이 납니다.
여러분, 우리가 갔던 아프리카는 늘 그대로 아름다운 채로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여행을 우리 삶의 소중한 부분으로 끌어들이는 것, 그리하여 우리의 내면의 창고를 건강하고 튼실한 추억의 낟알들로 채우는 것은 우리의 몫일 것입니다.
여행 중 사소한 것들을 과감히 버리면 우리의 영혼은 좀더 편안해지고 맑아지지 않을까요? 행여 오해 마십시오. 저는 전도사도 아니고 대처승도 아닙니다. ㅎㅎ.
저는 20대 중반에 용산 미8군에서 근무하면서 out of africa 영화를 두어 번 봤습니다. 한국 극장가에 개봉되기 전의 일이지요. 그때의 느낌은 잊을 수가 없죠.
아프리카 갔다 와서 요즘에 또 비디오로 봤습니다. '심도 깊은' 남녀상열지사 장면을 비롯해 화면이 좀 잘려 나갔더군요. 역시 노컷 영화보다는 느낌이 ㅎㅎ. 감도를 떨어뜨리는 번역과 오탈자도 많이 보였구요.
카렌이 데니스를 생각하며 얘기하는 장면부터 영화가 시작되지요. '그(데니스)는 사파리에 축음기까지 갖고 왔고, 총 세 자루와 한달 먹을 식량까지 갖고 왔다'로 시작되는 이 영화의 전체 분위기는 사람을 무지하게 편안하게 만들지요.
그런데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기하는 데니스의 성격이 바로 아프리카인들의 대체적인 품성이 아닐까 싶네요.
카렌이 키쿠유족들에게 영어를 억지로 가르치는 것을 관두라고 하고, 사랑(데니스)을 강력히 소유하고 싶어하는 카렌과 달리 데니스는 바람처럼 떠났다가 바람처럼 와서 애정을 쏟곤 하지요. 구속과 억압, 일말의 얽힘도 원치 않고 자연과 시간이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인간형이 바로 데니스인 것 같습니다.
여행도 데니스같은 마음으로 하면 좀더 넉넉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해 본 말입니다.
말이 좀 길어졌군요. 암튼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과 같이한 여행..여행 자체는 너무나 즐거웠고 뿌듯했습니다.
당신과 나, 우연히 마주친다면
아프리카 바람을 맞으며 였으면 좋겠군.
이왕이면 에디오피아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면 좋겠지,
흙향 커피향에 취해 서로를 바라보며 씽긋 웃는 거지-
^_^........꼭, 그런 날이 오길, 바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