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네, 제 이웃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그를 위해 기도하라고요?

구요한 |2007.04.19 11:19
조회 37 |추천 0


네, 제 이웃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그를 위해 기도하라고요?

 

월요일 아침, 최악의 일이 일어났다.  이미 거의 모든이들이 그 뉴스를 알고있으며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소식을 처음으로 접했을때, 나는 너무 부끄러워서 내가 한국인이 아니었으면 하기도했다.  하지만 며칠간의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또다른 미국영화를 보고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맞다.  조승희.  그 한국인, the gunman, the criminal, the weirdo (이상한 사람), the loner(외톨이)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우리가 알고있듯이 그는 8살에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왔다.  그의 부모는 더 나은 삶, 더 나은 교육을 자식에게 주고싶다는 생각에 이민을 택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있듯이, 조승희는 미국에 온 이후로 15년간 친구없이 외롭게 지내야했다.  그는 극심한 외로움에 상상의 친구들이나 상상속의 여자친구와 지내기도했다.  그는 부끄러움때문에 (조승희의 할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학우들의 인사에도 답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룸메이트들이 저녁에 초대했을때, 너무나 신나서 그의 카메라폰으로 식사에 참여한 모든이의 한사람한사람 사진을 찍기도 했다.

 

월요일 아침,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모든 미국언론은 참사의 희생자들이 얼마나 좋은사람들이었는지, 그들이 친구로써 가족들로써 얼마나 좋은사람이었는지, 그들이 항상 행복했었고, 항상 다른사람들을 도왔다며 희생자들의 웃는 얼굴들을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언론은 한편, 조승희의 아파트 지하방 가족사까지 거론하며 그가 얼마나 이상한 외톨이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있다.

 

우리를 감정적으로 이끌고, 또 대조를 통한 극대화를 이끌려는 언론의 노력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뉴스는 그의 부모가 자살했다는 보도까지 토해내고 있다.  한 언론은 조승희의 외조부까지 인터뷰해가며 그의 어린시절이 어떠했는지, 그의 가족형편이 어떠했는지를 낫낫이 파해치고 있다.  사건 직후,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관계의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모두가 희생자를 추모하고 희생자와 슬픔을 나누고 있다.  하지만 누가 조승희의 가족과 슬픔을 나누고 있는가?  조승희의 가족들은 그가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처럼 울수조차 없다.  경찰이나 FBI는 조승희의 부모가 그의 자식을 어떻게 키워왔는지 얼마나 그의 자식과 시간을 보냈는지등의 온갖질문을 하고 있을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그의 행적이나 이상한 성격, 그리고 조승희의 범행의 동기나 원인등을 끊임없이 물을것이다.

 

하지만 그의 부모가 죄인인가?  그의 누나가 죄인인가? 그들이 한 일은 충분한 관심을 주지 못함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누구보다더 후회하며 자신을 책망하고 있을것이다.  누가 그들과 함께 울고있는가?  누가 그들과 슬픔을 나누고 있는가?  그들도 소중한 그들의 가족을 잃었는데, 그들은 맘편히 울수조차 없다.  뿐만아니라, 그들은 남은 평생 후회하며, 그들의 가족을 잔인한 살인자로 기억해야한다.  사회에서 그들에게 더이상 행복할 권리는 없다.  그들에게 남은건 사람들의 질시뿐이다.  그들의 가난하고 조용하지만 행복했던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의 추억은 더이상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나는 언론을 통해 32명의 희생자들과 슬픔을 나누는 수많은 인파를 보아왔다.  희생자들의 가족과 함께 울며, 함께했던 좋은 기억들을 나누는 모습이 자주 보도되곤했다.  언론이 필요이상의 역할을 하기시작한다. 희생자가 얼마나 착한 사람이었는지, 얼마나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고,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는지, 언론은 희생자를 잘 알고있듯이 열심히 떠들어댄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조승희의 우울증과 행적을 들먹거리며 악의 씨로 묘사하고있다.

 

언론이 이야기하고 있듯이, 나도 그가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악의 씨인가?

그 질문에 답하기전에, 나는 그를 비난할수있는 자격을 가졌는가?  아니면 그의 범죄를 비난할수있는 좋은 사람인가?

 

오랜 생각끝에, 나는 조승희가 아무 친구도 없었다는 사실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언론에서 얘기하듯 그는 외톨이였다.  그가 미국에 온 이후로 그는 줄곳 15년간 외로움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를 비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사실전달 필요이상의 대조효과와 호기심에 사로잡힌 언론을 질타하고 싶다.  그리고 조승희와 같은 외톨이에게 더 다가가지 못했던 나를 비난하겠다.

 

V.tech의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을 잔인한 살인자로 기억해야만 하는 조승희의 가족을 위해서도 기도하겠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소리내어 울수도 없는, 그들의 가족들이 조금이나마 행복을 되찾을수있었으면 한다.

 

070418 뉴욕에서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