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시절 방학 때 항상 하던 일
동그라미안에 계획표 그리기.
그것대로만 방학을 보냈다면 얼마나 알찼을까?
그것은 비단 초등학생때 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중, 고등학교 때도 시험 기간이 되면 어김없이
월요일엔 수학을 끝내고 화요일엔 영어를, 수요일엔 국어를 끝내고...
연습장에 수없이 그려가면서 한시간을 훌쩍 보내곤 했지.
지나고 돌이켜보면 그 계획표대로 제대로 한 적은 거의 없었구나.
하지만 난 그 시간이 아까웠다거나
계획대로 하지 못해서 후회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말야, 어쩌면..
지키지 못할 계획
그런건 애초부터 하지 않는게 맞는 걸까?
그 계획을 짜면서 느낀 뿌듯함과
어렵고 힘들어만 보이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
이런건 다 소용없는 것일까...?
마찬가지로,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말라는 말
물론 약속을 안지키는 것은 잘못된 일이야
하지만
적어도 그 약속을 할 때 만큼은
정말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하는 것이 아닐까.
정말 진심이 담긴 약속이라면-
지키지못할 약속은 하지밀라는 말은
약속이라는 소중한 것 자체를 두렵게 만드는 말 같다.
약속과 믿음이 없는 세상은 너무 삭막하지 않을까?
초중고 시절을 비롯하여 대학와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
장래희망
누구나 한번 쯤은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라는 질문을 받아보았을 것이다.
나도 수없이 들어왔던 질문이고.
한결같이 같은 대답을 하는 사람도 있고
물어볼 때 마다 다른 대답을 하는 사람도 있지.
한결같이 같은 대답을 하는 사람의 꿈만 소중하고
물어볼 때마다 다른 대답을 하는 사람의 꿈은 소중하지 않은건가?
그리고 또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때, 아니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내 꿈은 참 컸는데.
중학교 2학년 때 친구와 함께
역사학자가 되서 독도와 간도를 우리 힘으로 찾아오자고
전 세계에 흩어진 우리 문화유산들
꼭 우리손으로 다 찾아오자고 다짐하고
다른시간엔 다 졸아도
역사시간만큼은 정말 열심히 했었다.
그리고 그 꿈은 고등학교 때까지도 지속되었었다.
물론 1학년때 까지만.
2학년 3학년이 되면서 보이기 시작한 것이 있었다.
'현실'이라는 높은 벽.
역사 전공해서 뭐 먹고 살래?
니가 공부를 엄청나게 잘해서 좋은대학에 가지 않는 이상
역사학자는 어림도 없다.
니가 역사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알고있냐?
그래.
부모님 고생시켜드리면 안되지.
여태까지 공부시켜 주셨는데
열심히 돈벌어서 효도해야지.
결국은 현실이란 벽 앞에서
2년동안 간직한 나의 꿈을 훌훌 털어버렸었다.
하지만 난 대학교에 와서도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은 사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있다.
강의시간이나 책을 보고 공부를 할 때면
가끔 중학교 시절 그 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그때 그 꿈을 다시 이룰 수 있을까
이루고 싶다 라는 생각도 다시 들 정도로...
아직도 난 역사 라는 말만 들어도
심장이 이렇게 뛰는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난 어떤 선택을 할까?
후회같은건 하고싶지 않다고
안할 거라고
내가 선택한 길이라고
어느누구의 탓도 할 수 없다고
그렇게 생각해왔는데...하고있는데...
그런데....
왜이렇게 숨이 막힐까.
남들이 보면
노력도 해보지 않은 채 포기해버렸다고
지금도 현실에 안주하고 노력도 하지않으면서
헛된 꿈을 꾸느라 시간낭비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아니 정말
헛된 꿈이겠지.
이루어질 일도 없겠지.
그래도 그 꿈때문에 내가 이렇게 설레는데...
조그만 희망 하나에 이렇게 행복한데...
그러면 내 꿈도 소중한 것이 아닐까?
지키지 못할, 못한 계획
지키지 못할, 못한 약속
이루지 못할, 못한 꿈들
남들이 보기엔 한심하기만 한 그런 것들도
그 사람에게는 정말로 소중한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