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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역에서
봄 햇살은 어둠 속으로 숨고
밤하늘엔 별들이 숨바꼭질한다.
빛 부신 대합실,
저마다 시간 속을 서성이는 사람들.
종착과 출발이 엇갈린다.
검버섯 덮인 노인의 느린 걸음마다
먼지가 날린다.
뼈 앙상한 손에 껌 한 통을 얹어
팔기보다는 애원하고 다니는 할머니.
굽은 허리, 지팡이에 의지한 힘겨운 걸음걸이.
닳아버린 껌 가방은 미안스러운 듯
자꾸만 등 뒤로 숨는다.
살아온 세월이 눈앞에서 아른거릴 때
껌 한 통이 삼백 원에서 오백 원으로 뛰어도
모른 체 얹어주고 싶은 호기.
과연 내 인생의 값은 얼마만큼으로 매겨질지...
- 손일갑님, '어느 역에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