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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현 |2007.04.27 01:38
조회 24 |추천 0


정재호_빛의 여행_캔버스에 안료_60×73cm_2003

 

 

교통사고가 났다. 벽돌과 벽돌 사이. 골목과 골목 사이.

바보같고 어리석고 순간의 무식한 실수가 만들어낸 사고.

 

비록 아무도 죽지 않고 아무도 다치지 않고 나 또한 멀쩡하지만. 새삼 느끼는건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랄까. 혹은 후회의 물결 속에서 찰나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자칫 죽을 수도 있다는걸 느꼈기 때문일까. 미련하게도 놀란 가슴을 쓸어안기는 커녕 의아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뒤늦게서야 살아있음을 행복해 한다. 이른 아침 현관에서 신문을 꺼내들고와 시들어진 모카빵을 뜯어 먹으며 하루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있다. 밥을 먹다가 문득 멍한 표정으로 삶을 축복하며 겨우 살았어. 운이 좋았어라고 나지막하게 내뱉는다. 어쩌면 내 삶의 기한은 정해진 운명이 존재한다면 손금의 생명선보다는 더 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사실 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삶의 연장기한을 신이 늘려준 것일뿐. '신(神)'의 가르침은 매번 같아서 언제나 깨닫는건 나이고 무한한건 신인지라. 출발하기 전 느꼈던 불안함이 아마 그의 경고였을까. 언제나 시험에 빠질 수 밖에 없고 나는 이제서야 두렵고 불안해 한다. 그래서 나는 인간일 수 밖에 없다.

 

혹시나 하던 어리석은 생각이 실재의 세상에 드러나니 곤혹스럽기 그지 없다. 무의미한 삶의 귀결이 이렇게 허무하다니. 자학의 늪을 떠나 연민의 공기를 벗어나. 한 가지 깨달음이 있다면 어쩌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의 빛이 필라멘트보다 미약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애초에 시작하지 않아도 될 것을  미련을 가지고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견뎌내다 못해 이젠 확실하게 물상을 만들어낸다. 그 이미지는 드넓은 하늘 높이 오르고 있는 에드벌룬처럼 둥둥 떠다닌다. 터뜨리고 싶기도 하고 붙잡고 싶기도 하고 떨어지기를 바라기도 하고. 그러나 너무 높다. 항상 가질 수 없는 시간을 후회만 남길 뿐이다. 그러고보면 의미 없는 삶은 없다. 삶의 일부분이 의미가 없을 뿐이다.

 

깜박이가 비상등처럼 빠르게 깜빡인다. 수리공이 몇 번 만지고 수리를 하니 잠시 후 제 속도를 되찾는다. 나는 신문을 접으며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차를 몰아 그곳을 떠난다. 내가 죽을 수 도 있었던 공간 속으로 다시 들어와 살아가는 곳으로 향한다. 또.다시.

 

 

 

 

 

 

 

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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